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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up

배달의 민족은 과연 패배했을까?

by 세균무기 2020. 4. 14.

준비가 될 때마다 광고 매출에 더 유리한 광고 상품을 잘 만들어 내는 배민이다.

 

지난 4월 10일, '배달의 민족'을 개발 및 운영하는 (주)우아한형제들(이하 배민)이 요금제 변경을 철회 함에 따라 백기 투항, 패배를 했다며 언론이 연신 보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결과론적으로 배민이 백기투항이나 패배를 했다고 생각지 않으며 다만, 배민의 이번 과금 모델의 변경과 사과, 철회를 하는 과정을 보면서 한 IT서비스 기획자로서 이상하다는 생각,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왜 의구심이 드는지, 그리고 왜 백기투항이나 패배한 것이 아닌지 그 이야기를 재미있는 상상과 함께 해보려고 한다. 개인적인 상상은 상상일 뿐 오해하지 말자! :)

 

배민이 깃발꽂기 문제로 월 한 구좌당 8만8천 원을 과금하던 울트라콜(구좌제 광고 상품으로 정액제 과금 모델이다.)에서 주문 시 판매금액의 5.8%의 수수료를 받는 오픈서비스(CPS 광고 상품으로 정률제 과금 모델이다.)로 요금 체계를 변경하면서 52.8%의 자영업자가 이득을 볼 것이라고 주장을 했다. 하지만 온라인 광고 시장과 광고 상품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바일 지면이나 영역의 한계로 광고 매출 성장의 한계가 자명한 구좌제 상품보단 사실상 광고 매출에 한계가 없는 판매에 따른 수수료 모델이 플랫폼 기업에 유리한 과금 방식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그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98.7%(요기요 포함)에 달하는 시장 지배적 기업, 즉 독과점 기업이라면 구좌제보단 CPS가 더 유리할 수밖에.
게다가 실제 광고 금액은 파레토의 법칙(상위 20%의 자영업자가 80%의 매출을 발생시킨다.)을 따르는데 52.8%가 이득을 보는 금액과 47.2%가 추가 지불해야 하는 금액 중 어떤 금액이 더 클까? 정답은 당연히 후자다.
그런데 계속 깃발꽂기 문제를 언급하며 다수의 자영업자를 위한 선택과 변경이었다고 주장을 하면 누가 공감할 수 있을까?

배민의 생각처럼 B구간의 가게들이 과연 오픈서비스를 좋아할까?


대다수 자영업자들이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장사를 할까? 그들 모두 매출이 상승할 것을 꿈꾸고 목표하며 장사를 하는 것인데 앞으로도 자신들이 52.8%의 그룹에 속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오픈서비스를 환영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배민이 인간의 본성과 심리를 무시한 것이다. 강남에서 월세와 전세로 사는 세입자들이 종부세 폭탄을 걱정한다는 기사를 보라!
현재 그렇지 않더라도 자신은 분명 47.2%에 속할 것이라 생각할 것이고 때문에 오픈서비스의 도입을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온라인 광고 시장은 수십 년에 걸쳐 수많은 광고 상품을 실험하고 도입해왔다. CPM, CPC, CPA, CPS, CPE, CPV, CPI, 구좌제, RTB, 슬라이딩 요금제뿐만 아니라 요금제 변경에 따른 충격과 시장의 불만을 감소시키기 위한 여러 방법과 기법을 연구했는데 그 경험을 가진 네이버 출신들이 다수인 배민이 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 의문이다. 자영업자들에게 선택과 적응을 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주지 않고 너무 갑작스럽게 정책을 변경했기 때문에 더욱 반발이 크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모두가 의아해하는 그 변경의 시점, 타이밍 문제이다.
왜 하필 코로나19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곡소리를 내고 있는 이 시점에 변경을 무리하게 추진했냐 하는 점이다. 설령 이 시국에 구좌제에서 CPS 형태로 광고 과금 모델이 변경되어 혜택을 보는 자영업자가 80%였다고 치더라도 나머지 20%의 자영업자들이 볼멘소리를 쏟아냈을 텐데 설마 이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건가? 그래서 더욱 그 결정의 과정이 궁금해지는 지점이다.

 

보통 피인수 전에는 몸집을 키우기 위해 과감히 투자를 늘려 영업이익이 줄고, 피인수 후에는 인수사로부터 영업이익 극대화 압박을 받아 영업이익이 늘기 마련이다. 2020년의 영업이익이 기대된다.


때문에 재미있는 상상을 해보자면, 이 개편안은 무려 4조7천억에 달하는 돈을 투자한 딜리버리히어로(이하 DH)에 피인수 후 높은 실적을 요구하는 딜리버리히어로나, 먼저 피인수되어 수수료 모델을 적용하고 있는 요기요와의 협의나 통합 과정 등에서의 불화나 의견 차이로 배민이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벌인 자작극이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배민이 딜리버리히어로나 요기요에 경고장을 보낸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렇지 않고 이미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급상하고 있는 시기에 정말 매출 극대화를 목적으로 변경을 진행했다면 '배달의 민족이 독일의 민족으로, 독일의 민족이 배신의 민족이 되었다.'는 항간의 농담 섞인 평가를 그냥 농담으로만 치부하긴 어려울 듯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철회는 배민에게 백기투항이나 패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만큼 사회적인 파급력과 영향력이 높은 시장 지배적 기업이 됐다는 사실을 전 국민이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패배했다는 생각보다는 더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행동할 수 있는 계기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한 국가의 인프라, 시장 지배적 기업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자랑스럽고 뿌듯한가!
또한 모회사인 DH에 좋은 협상 카드가 한 장 생겼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DH입장에서는 투자한 4조7천억을 회수하기 위해서라도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요구를 해올 텐데 이를 내부의 목소리만으로 거절하기 어려울 때 설득할 수 있는 좋은 케이스, 협상 카드가 한 장 생긴 것이 아닌가.

 

조금 더 넓은 시각으로 이 상황을 바라봤으면 좋겠다. 전화위복의 기회로 말이다.

 


P.S. : 워낙 잘하는 회사인데 내 걱정해야 할 판에 남 걱정이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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