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오피스의 민낯

Posted in Startup // Posted at 2019.09.02 09:00

공유 오피스에서 일한 지 6개월째.
이 글을 쓰기 위해 꼬박 6개월을 기다렸다!!! ;)

공유 오피스에서 일하기 전에도 여러 공유 오피스를 구경하며 비좁은 사무공간과 책상 때문에 불편하거나 답답할 것 같다고 생각은 했었는데 실제 6개월을 공유 오피스에서 일해보니 그런 문제는 정말 빙산의 일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좋은 입지조건과 세련된 인테리어, 네트워킹 효과, 무제한 커피와 맥주 · 시리얼 등으로 공유 오피스의 장점을 열심히 홍보하지만 공유 오피스는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래서 6개월 간 직접 겪고 느낀 그 단점들을 한번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일장일단이 있다지만...


장비에 어울리지 않는 비좁은 사무공간과 책상

내가 회사에서 지급받은 장비는 아마도 국내 서비스 기획자로선 최고의 장비(27인치 5K i9 64GB RAM 1TB SSD 아이맥과 27인치 LG 4K UHD 모니터, 그리고 아이패드 프로 11인치 64GB Wi-Fi + Cellular)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오피스 단점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장비 자랑은 이해해주시길 바란다.)
그런데 아이맥과 보조 모니터를 180도로 배치하면 옆자리 동료의 책상을 넘어갈 정도로 비좁은 '공유 오피스를 대표하는 책상' 위에 빽빽하게 놓여 있다.
비좁은 탓에 평소 모니터를 배치하는 각도보다 조금 더 각도를 줘서 사용하고 있는데 두 모니터와 두 눈 사이의 시야각이 너무 다르고 좁은 나머지 눈이 엄청 아프다. 오죽하면 공유 오피스에서 3년을 채우면 눈이 사시가 된다는 농담을 하고 있을까.
인공눈물을 넣기도 하고 안경도 바꿔봤지만 매일 눈이 벌겋게 충혈되고 따갑고 아프며 시력은 더 나빠지고 있다.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예전 직장이었다면 사방이 오픈된 공간에 개인별 파티션을 가진 넓은 책상을 두고 12명 정도가 일했을 공간인데 20명의 동료가 폐쇄적인 공간에 파티션도 없이 덥다며 창문이란 창문은 모두 닫아 놓고 에어컨을 켠 상태에서 수많은 컴퓨터, 전산장비와 함께 이산화탄소를 뿜어내고 있다 보니...(쓰면서도 숨이 막힌다.) 공기가 좋을 리 있을까?
공기가 좋지 않다 보니 눈도 아프고 머리도 무거우며 집중도 안 된다.

 

낮은 업무 집중도와 비효율성

 

공기도 안 좋고 집중도 안 되는 마당에 20명이 비좁은 공간에서 파티션도 없이 일을 하다 보니 분위기마저 어수선해 집중이 더더욱 안 된다. 한 부서의 동료들끼리 한 공간에 모여있기라도 했으면 그나마 다행이었을 텐데 서로 다른 3개의 부서가 모여있다 보니 도떼기시장을 방불케 한다.
그러다 보니 사무실에 들어오면 새하얀 국민 에어팟을 귀에 꽂고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는 동료들을 보게 된다. 공유 오피스가 애플의 액세서리 매출을 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난 소니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으로 더욱 강력하게 소음을 차단하고 있는데 역시나 집중은 안 된다.

 

단절된 커뮤니케이션과 불편한 협업

 

모두가 소음으로 힘들어하다 보니 이어폰으로 귀를 막고 슬랙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거나 필요하다면 공용 공간인 로비에서 미팅이나 회의를 한다.
동료가 바로 옆에 있어도 공용 공간인 로비에서, 그마저도 공간이 협소해 테이블이 부족하다 보니 정작 필요한 미팅이나 회의를 줄이거나 슬랙으로 힘들게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그런데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해도 실수나 오해가 발생하는데 슬랙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다 보니 더 자주 실수나 오해가 발생하고 또 업무 진행 속도도 더디다.

특히나 회의나 미팅이 많은 기획자 입장에서는 협업하기가 너무 불편해 예전 회사에 비해 업무 진행 속도가 반절로 떨어진 것 같다.

 

맥주는 제공하나 피자 두 판 따윈 고려하지 않았다.   

 

규모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커뮤니케이션이 잦을 수밖에 없는데 슬랙에 그룹 채널을 만들어 대화하거나 별도의 회의실을 잡고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게 여간 불편하고 번거로울 수가 없다.
피자 두 판의 법칙이라고 스타트업 씬(Scene)에서 빠른 커뮤니케이션과 의사결정을 위해 팀원의 수나 회의에 참가하는 사람의 수를 피자 두 판으로 식사를 할 수 있는 작은 규모로 구성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공유 오피스에선 혼자 맥주에 피자 두 판을 먹는게 편하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비싼데다 임직원의 건강도, 업무의 비효율성도 증가해 과연 공유 오피스가 비용 대비 효율적인 선택인지 의문이다.
내가 대표라면 과연 공유 오피스에 사무실을 둘까 생각했을 때, 난 '아니오'다.
정말 10명 이내의 초기 스타트업이 아니라면, 아냐! 아냐! 공유 오피스는 아닌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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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무기, 지구별에 흔적을 남기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세균무기입니다.
법학과 행정학을 전공한 IT서비스 기획자이자 프로덕트 매니저이며, 변방의 한 블로거입니다. IT와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으며 여행과 애플 제품, 블랙아이드피스의 음악, 커피를 격하게 애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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