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중립성(Net Neutrality)이란 정부와 네트워크 사업자가 인터넷에 존재하는 모든 데이터를 동등하게 취급하고, 사용자, 내용, 플랫폼, 장비, 전송 방식 등에 따른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미국 연방정부와 캘리포니아주가 망 중립성 원칙을 놓고 법정 공방을 벌인다고 한다. 지난 2018년 4월, 망 중립성 원칙을 공식 폐기한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방침에 도전하는 강력한 망 중립성 관련 법안을 제정한 캘리포니아주를 트럼프 행정부가 제소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흔한 광경이다. :)
캘리포니아주가 제정한 망 중립성 관련 법안에는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에게 비차별성, 상호접속, 접근성 같은 망 중립성 의무를 부과할 뿐만 아니라 스폰서 컨텐츠나 요금제, 제로 레이팅까지 광범위하게 금지하는 강력한 제재 조치를 담고 있다고 한다.
제로 레이팅(Zero rating)이란 컨텐츠 사업자들이 요금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해당 서비스에 대해 사용자의 데이터 요금을 면제해주는 것을 말한다. 가끔 오픈 인터넷과 제로 레이팅을 혼동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오픈 인터넷은 특정 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아닌 모든 서비스에 대해 차별 없는 접근을 지원해야 한다는 점에서 제로 레이팅과 다르다.
망 중립성 논의에서 제로 레이팅이 꼭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필리핀에서 일할 때 제로 레이팅 문제를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필리핀에서 동남아를 타깃으로 한 글로벌 소셜미디어를 기획하고 있었는데 당시 페이스북이 소득 수준이 낮은 동남아 시장을 이 방식으로 점령했다. 해당 국가의 통신사와 제휴해 페이스북 접속을 공짜로 제공하거나 페이스북만 접근 가능한 핫스팟 존을 엄청 늘려서 돈이 없는 서민들이 모두 페이스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만들어 결국 동남아가 페이스북 공화국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IT기업의 특성상 국가나 지역적 제한이 없는 데다, AI로 인해 기술적 장벽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국가 간 기술 및 데이터 종속 문제로 논란이 커져가는 와중에 망 중립성까지 폐기되면 이후 글로벌 테크기업들의 독과점을 한 정부의 노력과 규제로 막을 수도 없으며 기술 엘리트들에 의한 불평등 문제가 전 지구적인 재앙이 될 수 있으니 제로 레이팅을 포함한 망 중립성은 꼭 유지 및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미국은 망 중립성을 정부차원에서 폐기했으며, 중국은 빅브라더가 되고 있으니 우리의 미래가 디스토피아에 한발 더 다가섰다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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