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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net

네이버 디스코의 빙글 표절 논란

by 세균무기 2017. 10. 24.

빙글(Vingle) vs. 디스코(DISCO)


최근 빙글(Vingle)의 프로덕트팀에서 '네이버의 스타트업 서비스 따라 하기 - Vingle(빙글) 케이스'라는 제목으로 네이버의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인 디스코(DISCO)가 빙글을 표절했다(정확하게는 강한 의심이나 합리적 의심이 든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글을 발행하였다.

'강한 의심 + 합리적 의심 = 확신'이 아닐까?


그리고 20일과 21일에는 빙글의 창업자인 문지원 대표와 호창성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네이버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며 네이버를 공개적으로 비판하였으며 22일에는 공정위에 네이버를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및 불공정거래 혐의로 신고하였다.


빙글의 글과 호창성, 문지원 대표의 이야기처럼 네이버가 국내 IT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사례도, 비난 받을 일을 많이 한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비난받을 짓을 했다면 마땅히 비난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네이버가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또는 자신들의 이익과 반대된다고 하여 무조건 잘못했다고 비난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그런데 위 사례는 한 기획자 입장에서 살펴볼 때 후자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2000년대 중반, Web 2.0의 물결과 함께 개방과 공유, 참여를 지향하는 수많은 웹서비스들, 특히 소셜 서비스들이 등장하며 추천과 이를 통한 큐레이션 기능이 일반화되었다.
대표적으로 2004년 12월에 오픈한 digg.com은 사용자가 공유하고자 하는 외부 링크와 함께 자신의 의견을 등록하고 digg(추천)를 많이 받은 게시글의 노출순서는 올라가고 bury(신고)를 통해 게시물을 끌어내리는 등 현재 대부분의 소셜 서비스들이 제공하는 기능을 개발하였다.
이후 digg.com의 많은 기능이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들의 원형이 되었고 빙글도, 디스코도 주요 기능만 놓고 보면 digg.com이 개발했던 기능을 고도화하여 적용하고 있다고 봐도 무관할 것 같다.


현재 대부분의 소셜 서비스들이 사용하고 있는 기능의 원형이 2000년대 중후반에 등장하였고 이후 관계기반의 추천 기능은 소셜 서비스는 물론이거니와 전자상거래 등 대다수의 서비스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기능인데 이를 빙글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능인 양 이런 기능과 컨셉으로 타 서비스가 카피한 것 같다고 주장하는 건 너무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 아닌가 싶다.


빙글이 네이버가 '전면적으로 베꼈다.'고 주장하는 기능들을 살펴보면

1. 가입시 입력받은 개인의 관심사를 기반으로
2. 관심사가 유사한 사용자의 콘텐츠를 팔로우하도록 하고

1, 2번은 입력을 받았건 받지 않았건 가입시 사용자의 (관심사를 포함한 수집 가능한 모든) 정보를 기반으로 관계를 맺도록 유도하는 기능은 빙글 이전에도 페이스북, 트위터 등 수많은 소셜 서비스들이 제공하고 있던 기능이다.

3. Feed에 관심사에 맞는 콘텐츠를 AI기술을 통해 개인화하여 추천하며


AI기술에 대한 원천 기술 특허를 빙글이 보유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떤 근거로 'Feed에 관심사에 맞는 콘텐츠를 AI기술을 통해 개인화하여 추천'한 것이 표절을 했다고 주장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볼 땐 단어를 열거하며 이해를 어렵게 하고 조건식을 복잡하게 하여 '이것저것 다 열거하면 뭐라도 하나 걸리겠지?'라는 심정으로 작성한 문장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설마 불특정 알고리즘이나 AI를 통해 추천하는 행위 자체를 표절했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겠지?

4. 관심사 타깃 광고를 그 주요 수익모델로 하는 비즈니스입니다.
 
소셜 서비스를 포함하여 대다수의 IT서비스들이 사용자의 수많은 정보를 기반으로 타겟팅하여 광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데 디스코만 하지 말라는 이야기인가?
설마 핵심 키워드가 '관심사'인 것인가? 관심사에 대한 정의가 법적 쟁점이 되는건가?


빙글이 표절했다고 하는 기능들은 빙글 이전에도 대부분의 소셜 서비스들이 제공했던 기능인데 그럼 빙글 또한 표절을 했다고 주장해도 무관한 것 아닌가? 타 서비스들이 일반적으로 제공하는 기능들을 가지고 왜 디스코에 한정하여 표절을 했다고 주장하는지 의문이다.
사실 이런 유사한 서비스가 많이 등장했고 또 많이 사라졌으며 여전히 많이 존재한다. 그런데 위와 같은 이유로 빙글 측의 주장을 인정한다면 도대체 어떤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을까?
한 서비스기획자 입장에서 생각할 때 기획할 수 있는 서비스가 없다고 본다.

때문에 빙글 측도 디자인이나 기능 등의 표절로는 다툼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저작권이나 특허권을 침해로 소송하지 않고 다툼의 여지가 크고 최근 공정위로부터 네이버가 대기업집단의 지위를 인정받으며 공시대상 기업으로 지정받은 사회적 흐름을 고려하여 대기업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및 불공정거래를 이유로 공정위에 신고했다고 본다.

즉 표절을 언급한 건 논란의 확대 및 재생산을 위해 언급한 것이 아닌가 싶다.


공정위에 신고를 한 대기업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및 불공정거래 여부는 최근 공정위의 행보를 봤을 때 다툼의 여지가 많다.
그런데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스타트업을 위협하는 서비스를 제재한 예가 있긴 하지만 그 다툼의 결과로 오히려 디스코의 마케팅만 지원하는 모양새로 끝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오히려 득보다 실이 많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실패한 경험을 가진 한 사람으로서 빙글이 왜 이렇게까지 해야만 했는지 이해도 되고 공감할 수 있지만 이런 식의 논리적 비약과 접근방식으로 논란을 부추기는 건 빙글에도, 빙글을 사용하고 있는 사용자 입장에서도 바람직하진 않아 보인다.

결과가 어찌 되었건 IT서비스에 종사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빙글과 디스코 모두 거대한 IT역사 속에서 같은 꿈을 꾼 동료이자 경쟁자로서 사용자에게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집중하며 선의의 경쟁을 해주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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