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란 산업이나 교통의 발달에 따라 사람이나 생물이 입게 되는 여러 가지 피해로서 자동차의 매연, 공장의 폐수, 쓰레기 따위로 인하여 공기와 물이 더럽혀지고 자연환경이 파괴되는 문제를 말한다.
여기까진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이야기하는 사전적 정의이고 최근에는 자동차나 공사장, 층간에서 발생하는 소음에서 오는 정신적, 심리적 피해 등을 공해로 인정하는 등 공해의 범위를 매우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에 사전이나 정책, 법적으로 다루지 않았던 새로운 공해가 발생하며 조용히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새로운 공해의 등장
최근 한국의 미세먼지가 심각해지면서 공기청정기나 가습기, 마스크 등의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국가와 지자체가 미세먼지를 국가재난으로 인식하며 관련 정책들을 내놓는 등 그 어느 때보다 공해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물론 자신의 건강, 나아가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니 국가적 재난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제 3차 산업혁명 이후 급격한 공업의 발달로 인해 발생한 공해는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 제 4차 혁명을 이야기하는 시대에 IT산업을 통해 발생하는 공해에 대해서는 언급이나 논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어쩌면 이 공해는 우리가 일상처럼 겪고 있는 공해이면서 동시에 인터넷의 특성상 전 지구적인 공해일 수밖에 없는데도 말이다.
IT시대의 인터넷 공해
까톡~ 까톡~
지하철이건 사무실이건 커피숍이건 사람들이 많은 공공장소에 있다 보면 이곳저곳에서 시도 때도 없이 '까톡~' 소리를 자주 듣게 된다. 가끔은 내 폰에서 난 소리인지 착각이 들어 호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보고 내 메시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다시금 호주머니에 넣곤 한다. 그래서 나는 알람을 위해 잘 때를 제외하곤 항상 무음 상태를 유지한다. 무음 상태다 보니 바로 전화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고 처음에는 주변 사람들이 전화를 도통 받지 않는다며 불평을 했지만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은 으레 그러려니 생각한다. 그래서 나를 잘 아는 분들은 전화를 하기보단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의 SNS를 통해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내곤 한다. 전화보단 SNS를 통한 다이렉트 메시지에 더 빠르게 반응한다나?!?!
그런데 설마 스마트폰을 사놓고 카카오톡만 깔려있진 않겠지?
수많은 앱에서 쉴 새 없이 쏟아내는 중요치도 않은 푸시 메시지를 받고 있자면 이건 공해 수준이다.
게다가 나같이 민감한 경우에는 무음으로 해놓는다고 하더라도 앱에 떠있는 뱃지(푸시 숫자)를 보는 것조차도 스트레스라서 주로 쓰는 앱을 첫 페이지에 폴더가 아닌 단일 앱으로 펼쳐놓고 병적으로 뱃지를 제거하고 있다.
즉 그 뱃지조차도 나에겐 스트레스를 주는 일종의 공해인 셈이다.
SNS로 인한 공해
최근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에 연결되어 있는 분들이 참여를 하다 보니 나의 의사와 관계없이 방문자추적기, 애정도측정기 등 계정권한을 탈취하는 앱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예전에는 매우 1차원적으로 이벤트에 참여하라는 식으로 계정권한을 탈취하더니 요샌 조금 지능적으로 바뀌어 호기심을 자극하는 페북 앱을 만들어 계정 권한을 탈취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조만간 이러한 페북 앱 때문에 내 타임라인은 광고성 글들로 도배가 될 것이다.
이런 앱에 계정 연동을 한 사람들은 자신과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한테 SNS 공해라는 피해를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을까?
아마 인지하지도 못하고 있을 것이다.
제발 SNS 계정 권한을 넘기기 전에는 해당 서비스나 앱을 만든 회사가 신뢰도나 인지도가 있는 회사인지, 어느 범위까지 계정 권한을 요구하는지 정도는 확인하고 계정 연동을 했으면 한다.
내가 너에게 공해를 선물할 터이니 너의 반응으로 애정도를 측정해 보겠다는 것인가? 좋아하는 사람의 애정도 한번 측정해보겠다고 수많은 사람과의 애정이 식을 수 있다.
또 한번은 페이스북에서 한분이 이벤트에 참여하면서 동시에 해당 이벤트가 타임라인을 통해 공유되었다.
대한항공 이벤트라는데 이벤트 경로가 이상하다. 혹시나 해서 클릭해보니 역시나 피싱 사이트였다. 그 분이 의도를 했건 의도를 하지 않았건 그 분과 관계를 맺고 있는 수백명에게 그 이벤트가 공유되었고 그 중에서 몇 명은 또 참여했을 것이다. 그렇게 타임라인을 통해 피싱 사이트의 피해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건 엄연히 타인에게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히는 공해이다.
피싱 사이트는 좋겠다. 나는 사용자 한명 가입시키기가 그렇게도 어렵던데 쉽게 낚을 수 있어서...
잘못된 정보와 정보의 반복 재생산
잘못된 정보의 생산 및 유통, 확산은 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공해이다. 잘못된 정보로 인해 타인에게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페이스북의 경우, 잘못된 정보나 테러와 관련된 정보의 생산 및 유통을 막기 위해 AI를 도입하여 관련 정보의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자주 동일한 정보를 마주치거나 페이스북의 서로 다른 그룹 내에 동일한 정보가 반복 게재되면서 타임라인에 중복 표시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동일한 정보가 반복 재생산되다 보니 결국 소음공해처럼 IT시대의 또 다른 공해로 다가온다.
가까운 미래에는 이런 반복되는 정보의 비효율성을 막기 위해 아마존이나 MS와 같이 클라우드 서버를 제공하는 회사를 중심으로 중복되는 정보를 단일 정보로 저장하는 기술과 함께 빅브라더 논란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게시글을 올릴 때마다 환경세를 부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인터넷 공해가 사회에 미치는 문제
인터넷 공해가 인간 사회에 미치는 폐해는 아직 그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다만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페이스북처럼 개별 서비스 측면에서 사회적인 이슈와 문제 제기로 인해 자정노력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인터넷 공해는 개인적으로는 쓸모없이 데이터와 시간을 소비하게 만들어 사회적인 자원을 낭비시키고 기업과 사회적으로 중첩되는 정보를 전송하고 저장하기 위해 데이터 센터를 확장하고 그 데이터 센터를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전력 생산이 필요하며 이로 인해 자연환경의 파괴 및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때문에 인터넷 공해는 전 지구적인 공해라서 한 서비스나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막을 수 없기 때문에 범국가적인 협의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제 산업혁명 이후 시대에 정의된 '공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재정의하고 인터넷 공해에 대한 연구와 함께 전 지구적인 협력이 필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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