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종사자라면 요새 심심치 않게 챗봇과 관련된 기사나 이야기를 보고 듣고 있을 것이다.
사용자의 신규 앱 설치율이 낮아지고 이에 따라 마케팅 비용이 급상승하는 시대에 높은 사용률을 보이는 페이스북 메신저, 위챗,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 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건 기업 입장에서는 최고의 선택은 아닐지라도 최선의 선택은 될 것이다.
인건비도 비싼데 인력을 투입해 열심히 개발한 앱이 마케팅을 죽어라 해도 사용자가 몰라주는 시대가 아닌가?
게다가 구글 텐서플로우 같은 오픈소스의 제공과 함께 머신러닝 등의 AI기술이 발전하면서 챗봇의 효용성도 높아지고 있고.
또 위챗의 경우에는 챗봇에서 나아가 모든 모바일 서비스를 위챗 생태계 내에서 제공하겠다며 미니 프로그램을 런칭하는 등 모바일 메신저 내에 다양한 수익모델을 도입하고 있으니 앞으로 챗봇을 더욱 자주 보게 될 것 같다.
주위에서 이렇게 챗봇이 대세라는데 그럼 우리도 서둘러 챗봇을 도입해야할까 고민하는 기업들이 많을텐데 나는 자사 서비스에 집중하라고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현재 한국어 자연어 처리 기반의 지능형 챗봇이 사용자를 직접 상대하기엔 자연어 인식 및 처리 수준이 낮아 시나리오 기반의 UI형태의 챗봇이 대다수인데 채팅창 내에서 제공되는 시나리오 기반의 UI형태 챗봇의 경우, 기존 상품 추천 UI에 비해 비효율적(실구매율이 낮다.)인데다 API제공회사(메신저 회사)에서 고객사와 사용자의 니즈를 충족할 만한 수준의 UI 및 기능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구매정보와 같은 단순 정보 제공(챗봇인가? 푸시인가?)이나 상품 판매자와 고객센터에서 CS인력에 사전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에 멈추고 있는 실정이다.
챗봇의 도입이 실질적인 효과로 연결되려면 서비스로서 혁신적인 가치를 제공하거나 기존의 불편함을 크게 개선해야 하는데 큰 가치를 제공하지도 않을 뿐더러 기존의 불편함을 크게 개선할 정도의 기술적 발전도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단일 서비스의 트래픽이 많지 않은데 독창적이고 뛰어난 UI를 제공하겠다며 독립형 챗봇을 개발하겠다는 건 비용대비 효율성도 떨어질 뿐만 아니라 챗봇이 부상하게된 이유를 외면하고 챗봇 기술에만 집착한 꼴이다.
그렇다고 국내 시장에서 페이스북의 챗봇을 사용하자니 페이스북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낮으니 결국 카카오에서 제공하는 챗봇 API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데 카카오톡이 제공하는 API가 자유로운 커스터마이징을 지원하거나 만족할만한 기능을 제공하진 않을테니 카카오의 챗봇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한 의지와 정책, 기술개발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내 모바일 메신저 사용자 대부분이 카카오톡을 이용하고 있다. - 2016 인터넷 이용실태조사 보고서 중
그런데 과연 카카오가 위챗페이와 위챗몰, 챗봇, 미니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며 거대한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위챗처럼 잘 할 수 있을까?
최근 행보를 보고있자면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 밖에 없다.
물론 최근 직접 진행하던 O2O 비즈니스를 축소하고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발표를 한 것을 보면 위챗의 전략을 따라가겠다는 의지는 엿볼 수 있었지만 그 DNA가 어디 갈까?
그래서 난 한국의 챗봇이 트렌드 기반의 실험적인 서비스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생각한다.
이미 늦었으니 이왕 카피할 것 통 크게 카피해요. OTL
덧)
라인이 우아한형제와 야놀자 등과 제휴하여 챗봇을 활용한 서비스를 개발 중이라고 하는데 라인이 일본과 동남아에서 선전하고 있기 때문에 야놀자의 경우 여행자를 대상으로 한 숙박 및 여행 정보를 제공하는 챗봇을 개발하면 좋은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지만 우아한형제는 어떤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또 라인와우 꼴이 나는 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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