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이하 카뱅이라 함)의 돌풍이 무섭다.
저렴한 금리와 간편함을 내세운 (혹자는 라이언을 앞세웠다고 평가하기도 한) 카뱅이 출시 2개월 만에 개설 계좌수 390만, 여수신 규모 5조7천억을 넘기며 시중은행을 무섭게 위협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카뱅의 돌풍에 긴장하며 TF팀을 꾸리는가 하면 IT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IT인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며 카뱅을 견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언론과 주변의 이야기를 통해 보고듣는 정보만을 놓고 보면 카뱅과의 전쟁이 매우 힘겨운 전쟁이 될 듯 싶다.
국내 1호 인터넷은행인 K뱅크는 순수히 그 패배를 인정하고 카뱅과는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는 반면 시중은행들은 지점은 줄이면서 카뱅과의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다.
단순히 앱서비스나 IT플랫폼으로 전면전을 치른다면 서비스기획자 입장에서 난 카뱅의 우위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시중은행이 IT서비스 회사의 DNA와 문화, 조직운영 방식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 가지고 있는 경쟁우위의 요소를 최대한 활용하여야 하는데 은행원인 여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인터넷은행인 카뱅이 가지고 있지 않은 오프라인 자산을 최대한 활용하여 온라인 서비스와 시너지를 내야 하는데 오프라인 자산인 지점과 행원을 줄여나가며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 알리바바 등과 같은 온라인에서 시작한 IT기업은 어떻게든 오프라인으로 진출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반해 오프라인에서 시작한 기업이 오프라인 규모는 줄이고 온라인 비중을 높이려고 노력하니 참으로 아이러니할 수가 없다. 물론 이게 작금의 금융산업에서 정답처럼 인식되는 전략임에는 틀림없다.
그렇게 오프라인을 줄이며 전장을 온라인으로만 좁혀나가면 시간이 지날수록 카뱅이나 토스와 같은 보다 젊은 기업과 핀테크 스타트업에 그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중은행은 카뱅이 가지지 못한 오프라인 자산을 줄여나가며 경쟁력을 상실하기보단 그 경쟁력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다만 과거와 같은 방식이 아닌 현재와 미래에 맞는 방식으로 말이다.
각 지점들은 젊은 사람들이 자주 방문할 수 있는 금융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휴게문화시설로 탈바꿈을 해야 한다. 휴게문화시설에 방문한 젊은 사람들이 편하게 쉬며 금융정보를 접하고 금융지식을 얻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말이다.
젊은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장년과 노년층만 드문드문 방문하는 지점을 보라!
10년 후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가?
기업지점이 아닌 일반지점은 그 넓은 공간을 편하게 커피 한잔 마시며 독서를 즐기고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휴게문화시설로 탈바꿈하여 젊은 사람들이 자주 편하게 들락날락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매장을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매장은 가정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젊은 주부들이 편하게 방문하여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커피 한잔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금융 지식을 쌓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장소로 인식되고 활용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서비스 간에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콘텐츠를 발굴하고 개발해야 한다. 단순히 동일한 서비스를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것은 아무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없다.
단지 젊은층은 온라인을, 노년층은 오프라인을 이용할 뿐이다.
기존의 지점 형태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그 존재의 의미가 줄어들 테고 온라인은 카뱅이나 기타 핀테크 스타트업과의 경쟁에서 조금씩 밀릴 수밖에 없다. 슬림하고 유연한 조직을 통한 속도감과 비용경쟁력을 기존 시중은행이 따라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때문에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유기적으로 연동되어 온라인 기업이 가지지 못한 시너지를 발휘하며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온라인 사용자가 오프라인을 이용하고, 오프라인에 방문한 사용자가 온라인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은행관계자는 오프라인 지점과 온라인 서비스와의 시너지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과연 카뱅이 인기 캐릭터인 라이언 때문에 성공했을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이 라이언 캐릭터가 예뻐서 카뱅이 성공한 것이 아니라 라이언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젊은 소비자에게 친근감을 주며 경제권력이 아닌 하나의 서비스로 인식될 수 있는 모티브를 제공했다는 게 본질이 아닐까 싶다. 기존 시중은행의 이미지가 가진 높은 장벽을 라이언이라는 캐릭터로 깨부수는데 성공한 것이다.
여전히 은행의 문턱은 높고 금융은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지 않은가!
때문에 오랫동안 쌓아왔던 이 높디높은 장벽을 부수기 위해 시중은행은 금융 정보를 쉽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보다 단순화하여 콘텐츠화하고 매장은 휴게문화시설로 고객과 거리를 두며 장벽 역할을 하던 데스크를 치우고 고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구조로 재설계하고 행원은 금융 컨설턴트(적당한 표현은 아니지만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였다. 소비자들이 보다 쉽고 친근하게 부를 수 있는 용어가 필요하다고 본다.)로 포지셔닝을 해야 한다.
은행은 더 이상 경제권력으로 보이기보다는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회사로서 그 위치를 낮추는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여야 한다. 이젠 국가 최고지도자인 대통령마저도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허리를 낮추는 시대이지 않은가? 전문가 집단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권위를 세우는 건 이제 과거 시대의 유물이자 낡은 전략이 아닌가.
행원의 지인들을 통해 앱 다운로드수를 올리는 것과 같이 캐릭터 예쁘다고 카드만 발급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지만 기존 시중은행의 이미지가 가진 높은 장벽을 캐릭터로 깨부순 데에는 큰 의미가 있다.
또한 SI 외주를 통해 구축, 개발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IT서비스 회사처럼 내부에서 기획에서 부터 개발, 운영까지 모두 처리할 수 있는 일원화된 IT조직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 급변하는 시대에 온-오프라인의 유기적 연동 및 전사적인 IT전략 수립과 실행이 가능하다.
카뱅은 IT회사일까? 금융회사일까?
전자상거래와 SNS로 시작한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는 IT회사일까? 금융회사일까?
개발자가 더 많아졌다는 골드만삭스는 컨설팅회사일까? IT회사일까?
시중은행은 이제 '금융회사'라는 타이틀에서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제4차 혁명시대에 금융회사로서 명맥을 유지하며 빅데이터와 블록체인 기술 등을 활용하여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발하고 그 경쟁력을 유지 및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래도 카뱅과의 경쟁에서 이기고 싶은가?
아쉽게도 카뱅은 시중은행의 경쟁자가 아니다.
시중은행이 과거의 낡은 전략을 수정하고 미래를 준비하고 세계의 뛰어난 금융기업과 핀테크 스타트업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도와준, 그리고 도와줄 러닝메이트이다.
이 글을 여동생은 싫어하겠지?
지점과 행원 축소를 반대하는 글이니 좋아하려나?
'Interne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네이버 디스코의 빙글 표절 논란 (0) | 2017.10.24 |
---|---|
디스코(DISCO)에 대한 아쉬운 몇 가지 (0) | 2017.10.18 |
콘텐츠 매니저 또는 PD분들께 (0) | 2017.09.21 |
IT시대의 인터넷 공해 (2) | 2017.06.20 |
한중 IT인력의 임금과 스타트업 생태계 (0) | 2017.03.2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