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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정의하지 마라!

by 세균무기 2012. 10. 31.

2010년 5월 발행되어 2012년 6월까지 130만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이 책은 하버드대학 교수인 마이클 샌델이 자신의 수업 내용을 바탕으로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정의(Justice)가 무엇인지에 대해 정의(Definition)하지 않고 독자에게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몇 가지 상황과 사례를 던져주고 과연 정의로움은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제공할 뿐이다.

실제 그의 수업 또한 주고받기식 교수법을 통해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다양한 시각에서 정의는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제공한다. 

그렇다. 나는 문제와 이슈를 제기하고 사람들이 생각하고, 사유하고, 깊게 숙고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만으로도 지식인으로서의 역할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미디어, SNS를 통해서 접하는 정보는 범람하다 못 해 지나칠 정도다. IDC에 따르면 유사 이래 2003년까지 인류가 생산한 정보량보다 2011년 한 해 생산한 정보량이 360배 많았다고 하니 그야말로 정보의 홍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긴 호흡으로 사색할 수 있는 책을 한달에 한권 읽기도 어려울 정도로 매우 정신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동시대의 자화상이 아닌가 싶다. 
때문에 한정된 시간에 제한된 정보만을 접할 수 밖에 없다보니 소위 전문가라는 집단이 제공하는 제단된 정보를 찾게되고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면서 우리는 점차 사유할 시간을 갖지 못하고 오히려 바보가 되어가고 있다. 정보는 많을지언정 내 지식은 없는 것이다.

내 블로그 제목은 보시다시피 'Cogito, ergo sum(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데카르트가 방법적 회의 끝에 도달한 철학의 출발점이 되는 제 1원리를 말함- 이다. 블로깅을 하기 위해선 깊게 생각하고 긴 호흡으로 글을 작성해야 하는데 매번 140자 이내의 트위터 등의 짧은 글을 올리는 SNS를 사용하다보니, 또 급변하는 IT업계에서 쏟아지는 정보를 하나라도 더 보려다보니 오랫동안 사유하고 내 생각을 정리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진다. 그래서 내가 의도적으로 시간을 내서 블로깅을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함이다.

정의하지 마라. 사람들이 찾고 생각하고 정리할 수 있도록 화두만 던져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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