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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싸이'로 돌아보는 한국 문화, 글로벌은 없다.

by 세균무기 2012. 11. 6.


싸이의 성공과 함께 연일 정부와 언론, 대중은 한국 문화가 글로벌이 된냥 떠들어 댄다.

싸이는 이미 글로벌 스타다. 처음에는 너무 빠른 성공에 그 인기도 빨리 꺼질 것 같아 걱정했는데 유투브 동영상은 곧 인기가 꺾일 것이라는 비판적인 기사들을 물 먹이며 벌써 6억5천만 플레이를 넘기고 7억을 향해 순항 중이며 6주째 빌보드 2위에 랭크되어 있다. 수많은 언론과 블로거들이 싸이의 이유있는 성공을 분석했으니 굳이 여기서 언급할 필요는 없을 듯 하고, 여하튼 외국인 친구들이 싸이와 '강남스타일'을 알고 있고 한국인이라고 하면 '강남스타일'로 첫 화제를 띄우며 외국에서 하루에도 수차례 '강남스타일'을 듣게 되는 것을 보면 정말 싸이는 글로벌 스타라고 자부할 만하다.


싸이 이전에도 한국 드라마와 K-Pop을 통해 한국의 문화가 외국에 많이 알려지긴 했으나 사실 이건 주류 문화가 아닌 소수 매니아 문화였고 아시아 국가에 치우쳐져 있었다. 꼭 국내 일부 매니아들이 일본 만화와 일드, J-Pop을 찾고, 미드를 찾아보는 것처럼. 

그리고 싸이의 글로벌 진출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이전에는 K-Pop이 현주소까지 오는데 기획사는 물론이거니와 정부의 엄청난 노력과 지원이 함께 했었다. 역시나 한국은 정부주도형 산업구조를 벗어날 수 없나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니아를 위한 문화였고 또 정부와 언론이 효과를 부풀려 호도하는 경향이 심했다. 연예계에 종사했던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부와 단체가 주도해서 광장에 매니아들을 모이게 하고 그것을 찍어 올리며 한류가 분다고 언론에서 떠드는 것을 보면서 참 한심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한다. 게다가 정부 지원 하에 외국에서 콘서트를 열며 한류를 홍보하기에 그렇게도 열을 올렸다고 하니. 물론 앞서의 노력이 있었기에 작금의 싸이의 성공과 한류가 있다는 것에는 추호의 의심도 없다. 


그러나 싸이의 성공은 그 성공의 접근방식과 공식이 이전과는 전혀 다르다. 정부와 기획사가 주도한 것도 아니요. 소수의 매니아 문화도, 동아시아에 치우처져 있지도 않다. 유투브와 SNS 등의 IT플랫폼을 타고 자연스레 전세계에 퍼져나갔다. 그래서 싸이의 행보에 더 관심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한국문화가 엄청난 저력이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싸이의 성공에도 그럴만한 이유와 동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성공 이면에 자성이 없다는 점에선 매우 불편하다. 그냥 성공에 도취해 있는 것만 같다. 그 이유는 싸이의 성공으로 한국의 문화가 글로벌이 된냥 연일 언론에서 떠들어 자칫 우리 문화와 의식수준이 글로벌이 된냥 착각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싸이의 성공을 계기로 우리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문화는 의식을 반영한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 문화 컨텐츠가 글로벌일지는 모르겠으나 우리의 의식수준은 글로벌을 언급하기엔 수준미달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박진영이 K-Pop 스타에서 이미쉘 심사평을 하면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이미쉘 양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왜 이렇게 감정이 안 나오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자기는 감정표현을 할 수가 없었다더라. 왜냐면 자기는 지금까지 크면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많은 상처를 줬다는 거다. 정말 자녀를 둔 모든 부모들은 아이들이 인종이 다르거나 피부색이 다르다고 놀리지 않도록 많은 가르침과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처럼 이렇게 인색하고 답답한 나라가 있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상처를 잘 견뎌내고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이미쉘 양에 대해서 정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우리가 글로벌을 이야기하고 글로벌 문화수준을 갖추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으려면 우리 생각과 마인드 자체가 글로벌을 수용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국만큼 제노포비아(인종차별주의)가 뿌리 깊게 자리잡은 나라가 있을까 싶기 때문이다.
한국인이라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로 한국인들이 흑인과 동아시아인, 특히 한국보다 못 사는 나라의 사람들에게 행하는 작태를 보면 우리의 문화가 글로벌인냥 이야기하는 정부와 언론, 대중이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우리가 글로벌을 외칠 자격이 있을까? 나는 감히 글로벌을 외치지만 글로벌은 없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싸이의 성공과 함께 우리 자신을 되돌아 보고 글로벌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외국에 나갔는데 하루에 수차례씩 '강남스타일'을 듣게 되면 나 자신도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그 자부심이 자만심이 아닌, 자부심에 걸맞는 의식수준도 함께 올라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국내 체류 외국인수 150만, 다문화가정 학생수 5만6천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한국, 그들도 한국의 글로벌 문화와 의식수준을 느끼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시대가 하루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가슴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세균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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