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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ning

미국에는 기획자가 없다?

by 세균무기 2011. 9. 26.

얼마 전 '미국에는 기획자가 없다?'라는 블로그 포스팅을 보았습니다. 

 

사실 미국에는 한국의 기획자 같은(?) 기획자가 없습니다.
 

영어를 잘하게 되면 (현재 필리핀에서 기획자로 일하고 있는데 아직도 영어가 형편없어 고민 중 인지라 언제 잘하게 될지는 의문이지만)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기획자로 일하고 싶은 목표와 꿈이 있었는데 미국에 기획자라는 직군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실망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다고 제가 보람을 느끼고 만족하고 있는 기획자라는 직군을 버리고 마케터나 새로운 직군으로 각광 받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는 정착되지 않은 소셜미디어 매니저 등의 직군으로 옮기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기획자라는 직업적 선택에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40세가 넘으면 통닭집을 차려야 한다는 말을 농담 삼아 이야기할 정도로 암울한 국내 IT업계의 현실과 우물 안 개구리 밖에 될 수 없다는 현실에 조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여하튼 위 포스팅을 보면서 저 또한 한 기획자로서, 또 여러 기획자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물론 반대로 개발자에게 불만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만...)

 

사실 위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다시피 기획자는 개발자, 디자이너와 함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한 구성원임에도 불구하고 기획자들이 개발자들을 하나의 도구로 생각하거나 의견을 무시하고, 기획서 던져 놓고 먼저 퇴근하거나(사실 같은 기획자로서 이런 모습을 너무 많이 보았기 때문에 옆에서 보는 저도 짜증 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개발자에게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자주 보면서 같은 기획자로서 자주 부끄러움을 느끼곤 했습니다. 때문에 기획자로 일하면서 항상 기획서를 던져놓고 개발자보다 먼저 가는 경우는 특별히 개발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지 않고서는 먼저 간 경우가 없다고 자부합니다. 아마도 함께 일했던 수많은 개발자분들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해주지 않을까 싶네요. 지금도 필리핀에서 필리피노 개발자 팀원들과 함께 일하고 있지만 서버 업데이트가 있거나 하면 항상 끝까지 남아 테스트까지 함께 해주고 퇴근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끔 법학과 행정학을 전공하고 온라인 광고AE를 거쳐 기획자가 되었기 때문에 개발적인 지식이 부족하여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잦습니다. 그래서 가끔 개발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만 꼭 개발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지식이 요구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의문입니다. 그냥 경험에 비추어볼 때 개발을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과 어느 수준 정도의 이해만 뒷받쳐 준다면 크게 문제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기획자가 개발과 디자인을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과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은 기획자들을 너무 많이 보았기 때문에 이 부분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 또 강조하고 싶네요.

 


 

 

 

각설하고 기획자라는 직종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단 전제로 디자이너와 개발자 파트가 더 세분화되고 그들의 인문학적인 지식이 더 쌓이고 철학적인 사유를 할 수 있다면, 그리고 회사를 구성하는 여러 조직이나 구성원과 원할하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다면, 또한 비즈니스적인 이해를 통해 이를 설계할 수 있다면 기획자라는 파트 자체가 불필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히려 디자이너와 개발자의 창의력과 잉여력을 갈취하거나 착취하는 존재로 인식될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렇게 만들기까지 투입해야 하는, 또 그런 인력을 찾기까지 투입되는 비용과 시간을 고려한다면 그냥 기획자라는 직군을 채용하는 편이 더 사업적이고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발자 파트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현재, 기획자로서 기획자라는 파트가 약간 위기감을 느껴야 할 시기인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때문에 기획자라는 파트가 필요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언급되지 않도록 모든 기획자들이 그 파트에서 최선의 노력과 역량을 펼쳤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리고 개발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개발자들의 창의성과 잉여력을 자신이 생각하고 기획하는 서비스에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기획자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사실 기획자는 몽상가에 가까운 기획을 하고 개발자는 현실에 적합한 기획력을 발휘해주는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습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기획을 했다며 위에 깨지고, 일정에 치일 개발자는 이런 기능이나 UI는 구현이 어렵거나 안 된다고 이야기할테니까요. 즉 개발자가 생각하는 것만큼 기획자의 현실 또한 그리 녹녹치 않다는 것을 개발자 또한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개발자들이 스타트업을 설립하고 이 스타트업이 IT생태계를 이끌어가는 실리콘밸리와는 다른 국내 현실에서 기획자라는 직군이 사라지고 미국과 같은 시스템으로 개발자들이 일하게 된다면 개발자들은 개발도, 기획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때문에 서로의 직군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존중하는 노력이 서로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러면 더 멋진, 사용자에게 더 사랑받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위 포스팅을 보면서 또 개발공부가 하고 싶어지네요. 맨날 책만 사놓고 보지도 않으면서... 

+ 덧

: 근 두달만에 작성한 블로그 포스팅인지라 글이 매끄럽지 않아 걱정을 많이 했는데 유명하신 분들의 트위터 RT로 방문자가 급증하더니 급기야 Daum 베스트에 올랐더군요. 트위터 RT의 위력을 새삼 느끼며 동시에 국내 기획자와 개발자 사이의 고민과 반목을 엿볼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일하면서 개발자들과 사이가 참 좋았었는데 다른 회사에서는 상황이 그렇지 않을가 보네요. 함께 밤 새며 고생하는 기획자, 개발자 사이가 이리 안 좋아서야 직장생활이 즐거울 수 있겠나 싶으며 다들 서로의 입장을 조금 더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매일 밤 늦게까지 고생하는 기획자, 개발자 여러분들 모두 힘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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