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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ning

UX Writing과 마이크로카피

by 세균무기 2020. 3. 22.

한 IT서비스 기획자로서 서비스 기획을 하다 보면 서비스 내에 표시되는 수많은 단어와 문구를 작성하며 씨름하게 된다. 나는 기획서를 작성할 때 입력 폼 힌트 메시지(이하 Placeholder Message), 유효성 검사 메시지(이하 Validation Message) 등은 물론이거니와 서비스 내에 표시되는 모든 문구와 메시지를 별도 지면을 할애하면서까지 정리해놓는데 이렇게 메시지를 정리해놓는 기획자를 처음 만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당황했던 적이 있다. 

 

서비스에 필요한 모든 메시지를 기획서에 정의해놓는다.


서비스 내에 표시되는 단어와 문구(마이크로카피, 이하 Microcopy)가 미국에서는 UX의 중요한 요소라고 인식되며, 이를 작성하는 행위를 UX Writing이라 부르고, 이를 전문적으로 작성하는 UX Writer라는 직군까지 등장했는데 국내에선 기획자가 작성하던 것에서도 후퇴해 개발자들이 그때그때 필요한 알림이나 에러 메시지 등을 작성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 황당했다.
기획자들보다 개발자들이 활발하게 글을 쓰고 공유하는 시대에 개발자들의 글쓰기 실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 개발자가 모든 서비스를 개발할 수 없는 데다 멀티 디바이스까지 지원해야 하는 시대에 다수의 개발자가 서비스 메시지를 작성했을 때 동일한 형식과 표현, 톤앤매너(Tone & Manner)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개의 회사를 경험했지만 마이크로카피 작성을 위한 UX Writing 가이드 문서를 가지고 있는 회사도 없었다. 다행히 최근 리소스가 풍부한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해당 직군을 채용하고 가이드 문서를 작성하기 시작한 것을 보면 국내에서도 이제 UX writ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허구헌 날 글만 썼던 문과대를 졸업하고, 맞춤법을 지키기 위해 항상 맞춤법 검사기와 사전을 모니터 한편에 띄워놓고, 쓴 글을 반복하여 읽어보며 문맥과 표현을 수차례 수정하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돼 글쓰기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는데 서비스 메시지를 그렇게 작성했다니 서비스가 엉망이거나 논란이 발생할 수밖에.
UX Writing은 상품의 판매 및 홍보, 마케팅 등을 위한 카피라이팅이나 개발자 또는 사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 문서를 작성하는 테크니컬 라이팅과는 달리 사용자 경험을 증진시키기 위한 글쓰기로 카피라이팅 능력과 함께 서비스 도메인 지식, 단말기와 OS에 대한 지식, 개발 및 UIUX에 대한 이해 등이 요구되는 전문적인 영역이다.

 


마이크로카피(Microcopy)란?

 

디지털 디바이스에서 제공되는 웹과 모바일 서비스의 UI에 포함되어 사용자의 행동을 유도하거나 긍정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단어 또는 문구 등의 메시지를 일컬으며, 전문적으로 Microcopy를 작성하는 직군을 UX Writer, 이를 작성하는 행위를 UX Writing이라 부른다.

 


마이크로카피의 목적

1) 사용자의 행동을 유도(동기 부여 및 클릭률 증대)하거나 가이드 제공
2) 사용성의 향상
3) 브랜딩이나 차별성 강화
4) 긍정적이고 유쾌한 경험의 제공

 


좋은 마이크로카피의 조건


1) 명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글
사용자가 명확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최대한 전문용어의 사용을 지양하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하자. 모바일 앱과 키오스크의 UIUX 때문에 노인들의 디지털 소외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시대에 모두가 이해하기 쉬운 글은 사회적 배려의 시작이다.

드래그 앤 드랍(Drag & Drop) 끌어다 놓기
싱크(Sync)  동기화
Help 도움말 
FAQ 자주 묻는 질문
Go to Top 맨 위로 

 

2) 간결하고 가독성이 좋은 글
모바일 화면과 유튜브, 카드 뉴스에 익숙해진 세대에 긴 문장은 지루하고 따분함만 느껴진다. 그런데 콘텐츠도 아닌 관심도 없는 서비스 메시지나 설명 문구가 길다고 생각해보라. 긴 기사도 읽지 않아 맨 상단에 세줄 요약을 제공해야 하는 시대인데 최대한 간결하고 직관적인 글을 쓰도록 하자.

 

 

3) 일정한 형식과 일관성 있는 글
앱의 UIUX가 살짝 바뀌어도 사용자들은 불편해졌다고 불만을 호소하곤 한다. 그만큼 사용자는 익숙함과 일관성에서 편한함과 안정감을 느낀다. 때문에 동일한 표현과 형식, 톤앤매너를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4) 공감력과 감수성이 높은 글
역사와 문화, 종교, 언어 등의 로컬라이제이션이나 성별 이슈 등 우리는 공감력이 결핍된 글로 인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사건들을 하나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 논란과 사건을 내가 겪을 수도 있다.

 

 

마이크로카피의 종류


Placeholder Message, Validation Message, Confirm Message, Toast Message, Alarm Message, Dialog Message, Notification, Tooltip, Pop-up, Button Text, Empty Message, Info Message, Welcome Message, Newsletter, FAQ, 404 Page 등 사용자가 확인 가능한 모든 서비스 내 메시지를 포함한다.

 

 

나만의 마이크로카피 작성 Tip


1) 버튼 내 텍스트에는 마침표를 찍지 않는다.
버튼 내 텍스트에는 마침표(.)를 사용하지 않는다. 마침표를 찍으면 단어가 좌측에 쏠려 보이다 보니 안정적인 느낌이 사라져 의도적으로 마침표를 찍지 않는다.

 

 

2) 의도된 틀린 맞춤법

일반 카피라이팅이나 테크니컬 라이팅과 UX Writing이 다른 이유는 단말기나 해상도, UI 등의 환경이나 제약 사항 때문에 의도적으로 맞춤법에 맞지 않게 붙여 쓰거나 텍스트 대신 아이콘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모바일 단말기의 좁은 Width값으로 인해 단어나 문장을 표현하기 어렵거나 또는 다국어 지원 시 번역에 따른 이슈 등으로 선택하는 UX Writing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사용자에게 익숙한 표현이지만 맞춤법에 맞지 않는 경우, 맞춤법의 옳고 그른 걸 고민하지 않는 사용자들이 해당 단어나 문장을 의식하는 순간 사용자의 사용 흐름이 끊기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맞춤법을 틀리게 사용하기도 한다. 예컨대, 나는 '최댓값, 최솟값, 섬네일, 더 보기' 등이 맞는 표현이지만 '최대값, 최소값, 썸네일, 더보기' 등을 사용한다.

 

3) 테이블 텍스트 정렬 규칙
MS Word나 한글 등의 대다수 워드 프로세서에서 사용하고 있는 테이블 정렬 규칙을 준용한다. 컬럼의 모든 타이틀은 우측에 소팅이나 필터링 아이콘이 표시되다 보니 모두 좌측 정렬하고 필드 레코드의 경우에는 리스트 번호와 아이콘 버튼은 가운데 정렬, 문자는 좌측 정렬, 숫자는 우측 정렬로 정렬한다. 

 


4) 영문 대소문자 사용
영어로 마이크로카피 작성 시, 문장의 경우에는 문장의 첫 알파벳만 대문자를 사용하고 단어나 단어의 조합인 구의 경우에는 모든 단어의 첫 알파벳을 대문자로 사용한다. 그리고 페이지의 제목이나 강조가 필요한 경우에는 모두 대문자를 사용한다. 

5) 그러나 절대적인 규칙은 없다.
단말기나 해상도, UI, 언어, 문화, 환경 등의 이유로 절대적인 규칙은 있을 수 없다. 있다고 한다면 분명 경험이 부족한 사람이다. 자신의 서비스에 맞는 좋은 마이크로카피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또 고민한 다음 이를 일관성 있게 사용하자.

 


오래전 개발자와 서비스 내 한 표현 때문에 1시간 이상 논쟁을 한 적이 있다.
나는 기획서에 [펼치기], [접기]로 정의를 했는데 개발자가 이를 [열기], [닫기]로 코딩을 한 것이다. 왜 그렇게 되었나 전후 사정을 살펴보니 난 슬라이딩 효과를 넣어 밀리는 UI로 기획을 해놓았기 때문에 펼치고 접기가 더 적합한 표현이라고 판단한 것인데 개발자는 슬라이딩 효과 없이 즉시 열리는 것으로 개발을 해놓았기 때문에 열고 닫기로 표현한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당장 슬라이딩 효과를 적용하지 않아 결국 열고 닫기로 릴리즈가 되었다. 그때는 짜증이 많이 났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고마웠던 개발자였다. 그렇게 단어 하나, 문구 하나에도 신경을 쓰는 개발자를 다시 만나지 못했으니 말이다.



마이크로카피, 이렇게 작성하면 안 돼요!

 

 

 

이렇게 공감력과 감수성이 떨어지는 마이크로카피를 작성하게 되면 어떻게 된다? 세계적으로 1만 명 이상, 국내에서만 수십 명이 사망할 정도로 지구적, 국가적, 사회적 재난이자 비극 앞에서 이런 장난스러운 메시지를 작성할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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