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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up

정책 레거시와 기술적 부채

by 세균무기 2019. 6. 25.

나는 IT업종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서비스 기획자라는 내 직업과 업무를 소개할 때 건축에 비유하곤 한다.
IT종사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서비스 기획자를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고(사실 IT종사자라 하더라도 서비스 기획자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정확히 설명 못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IT서비스를 만드는 과정과 주요 직군들이 건축의 그것과 유사한 면이 많기 때문이다.
가끔 알만하다고 생각해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을 기획한다고 이야기하면 개발자나 사업기획자로 오해하는 것을 봤을 때 건축에 비유해 설명하는 편이 그나마 설명하기 쉽다.

서비스 기획자는 건축에서 건축사와 비슷하다.
건축사가 건물을 짓기 위해 설계도와 도면을 그리고 감리를 수행하는 것처럼 서비스 기획자는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 등을 개발하기 위해 건축사의 설계도와 유사한 스토리보드를 그리고 프로덕트를 매니징한다. 그리고 개발자는 철골을 세우고 시멘트를 부어 건물을 올려나가듯 코딩을 해서 제품을 개발하고, 디자이너는 건물의 내외장 인테리어를 하듯 서비스의 디자인을 담당한다.
건축이 다양한 포지션의 동료들이 협력하여 한 건물을 올려나가듯 IT서비스도 기획자와 개발자, 디자이너 등 다양한 포지션의 동료들이 협력하여 한 IT서비스를 만든다.

 

그런데 건축에서 건축가와 설계도 없이 소수의 동료들이 높디높은 빌딩을 올린다면? 
또한 이 빌딩이 국내 건축 관련 법을 무시하고 지어졌다면?
게다가 시간과 자금, 인력 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짓고 있는 와중에 필요에 따라 급하게 이리저리 설계안을 변경했다면?

옆에 더 멋지고 높은 새로운 빌딩들이 들어서고 있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면?
그래서 주먹구구식으로 이리저리 증개축을 시도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IT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오랫동안 서비스 기획자와 스토리보드 없이,
동네 구멍가게 운영하듯 필요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정책을 만들고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시간과 자금, 인력 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런저런 솔루션과 툴을 얼기설기 엮어가며 서비스를 운영해 왔는데
최근 무주공산처럼 더 멋지고 좋은 수많은 경쟁사들이 등장하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게 만들어진 서비스를 바라보는 나의 뒷모습이 이렇지 않을까!

 

당장의 쉬운 방식과 방법으로 급하게 대충 일을 처리하다 보면 나중에 시간이 흘러 이자가 붙듯 훨씬 큰 대가를 치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
빠르게 일을 주먹구구식으로 처리하다 보니 '정책 레거시'와 '기술적 부채'가 쌓여 회사와 서비스의 발목을 붙잡아 나중에 규모 있는 성장을 하기 어려워 결국 처음부터 다시 설계를 해야 하는 등 중요한 시기를 놓치거나 새로이 등장하는 경쟁사와의 경쟁에서 밀리게 되기 때문이다.

켜켜이 두껍게 쌓인 '정책 레거시'와 파악조차 어려울 정도로 얼기설기 얽힌 '기술적 부채'를 치덕치덕 처바른 이 기괴한 빌딩을 어떻게 해야 할까?
타이밍으로 성공한 회사인데 무주공산처럼 수많은 경쟁 스타트업들이 등장하다 보니 더 이상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이런 글을 쓰고 싶었던 것은 아닌데 써놓고 읽어보니 왜 썼나 싶을 정도의 푸념 글이다.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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