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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up

수평적 조직에 대한 환상

by 세균무기 2019. 1. 13.

실력은 없는데 열정과 의욕만 넘친다면?


동기부여 이론에 따르면 열정과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서는 자율성과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분위기, 즉 수평적 조직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런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문제를 초래하기도 한다. 

자율성과 자기결정권을 보장받는 수평적 조직에서 실력은 없는데 열정과 의욕만 넘치는 고집 센 동료나 주니어와 함께 일한다고 생각해보라. 그들의 요청이나 협업으로 시간을 뺏기거나 고생하는 나 자신과 동료들을 보고 있자면 한숨이 절로 나오고 눈물이 쓰나미처럼 흐른다.

잘 모르고 무식한 사람들이 신념을 가지면 무섭다고 한 이경규 씨의 말처럼 

잘 모르고 무식한 동료들이 열정과 의욕만 앞서면 정말 끔찍하다!


때문에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고 동료의 실력을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는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 중요한데 국내에 이런 채용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갖춘 기업이 도대체 몇 군데나 될까?

 

발전과 성장이 없는 동료와 함께 춤을...


(신입으로 입사를 해도 매니저, 10년이 넘는 경력을 가진 동료들도 임원이 아니라면 모두 매니저인) 수평적 조직이라는 이유로 딱히 정해진 사수가 없다 보니 그 누구 하나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며 신입이나 주니어 동료들을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대기업처럼 잘 짜인 신입사원 교육 프로그램 하나 없는 스타트업에서 그나저나 각자의 업무도 과중한 데다 주 52시간 근무제의 시행으로 시간을 내기가 더 어려워져 신입이나 주니어들을 그냥 방치한다. 그렇게 1년을 보낸 주니어가 도대체 어디로 어떻게 이직을 할 수 있을는지 궁금하다.
IT프로젝트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보니 협업을 통해서 일이 진행되는데 동료의 실력이 형편없다 보니 답답하고 짜증은 나는데 또 굳이 알려줄 시간과 여유, 책임, 권한 등도 없다 보니 그냥 뒷담화를 하거나 동료와 회사를 싸잡아 욕하고 비난만 할 뿐이다.
그런데 스스로 공부도 하지 않고 그 성장이 더디다면? 정말 끔찍하다!

때문에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실력이 좋거나 학습능력과 러닝 커브가 좋은 동료를 채용해야 하는데 국내에 이런 채용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갖춘 기업이 몇 군데나 될까?

 

회사와 매니저의 실패

 

동양적 사고방식과 문화를 가진 한국 사회에서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보니 대부분 실패를 한다. 그 실패의 원인이 회사와 매니저에게 있는데 이 실패를 단기간에 극복하려다 보니 가장 편하고 손쉬운 방법인 규칙과 규제를 하나둘 늘려나가 구성원들의 혼란만 커져 간다.
어느 순간 호칭이 부활을 했는데 이미 수평적 문화에 익숙해진 동료들은 자신의 직급과 직책이 정확히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여전히 -님을 고수하고 있는데 몇몇 팀은 호칭을 부르다 보니 호칭은 부활을 했지만 그 서열을 정확하게 인지하기도 쉽지 않고 호칭도 재각각이다 보니 이거야 말로 진정한 다문화 기업이 되었다.
그리고 대기업도 아닌 스타트업에서 여러 결제 양식과 결제 라인이 부활하여 휴가도 눈치를 보며 써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이 실패로 끝나는 수평적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회사와 매니저들이 많이 고민하고 노력을 해야 하는데 과연 이런 준비를 하면서 수평적 조직문화를 도입하는 기업이 몇 군데나 될까?

 

성장과 함께 조금씩 기울기 시작하는 조직

 

수평적 조직문화가 초기에 잘 정착하더라도 조직이 커지고 성장하면서 크고 작은 회사에서 다양한 경험을 가진 동료들이 입사하며 여러 규칙이 도입되고 수평적인 문화는 조금씩 기울기 시작한다. 조직문화가 기울면서 여러 내홍을 겪는 시기를 거칠 수밖에 없는데 이때 초기 멤버들이 하나둘 이탈을 하게 된다.
이를 회사와 경영진이 잘 봉합하려는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데 이를 고민하고 준비하는 회사가 과연 몇이나 될까?


그렇다 보니 유교적 사고방식과 높임말이 있는 언어를 사용하는 한국 사회에서 수평적인 조직 문화는 사실 환상에 가까운 문화가 아닐까 싶다.
환상 같은 수평적 문화를 쫒기보단 현재의 조직문화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나 잘 정착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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