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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ning

기획서 작성 시간과 프로젝트 기간과의 상관관계

by 세균무기 2018. 12. 15.

서비스 기획자로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뭐 꼭 기획자가 아니더라도 직장인이라면 다들 자주 경험하겠지만) 짧은 프로젝트 일정 때문에 기획서를 빨리 작성해달라는 압박과 재촉을 받곤 한다.

그런데 다수의 프로젝트를 경험한 바에 비추어 보면, 기획자에게 기획서를 그리는 시간이 충분히 주어져 기획서의 디테일과 퀄리티가 높아지게 되면 기획서 작성 시간과 프로젝트 기간과의 상관관계는 비례하기보단 반비례한다.
물론 여러 번 손발을 맞춰 내 기획 스타일에 익숙해진 동료들과 단순한 서비스를 만드는데 디테일하고 퀄리티 높은 기획서를 그리겠다고 몇 주가 걸린다면 미친 짓이겠지만 보통 이런 프로젝트에선 기획서를 디테일하게 그리기보단 연습장이나 화이트보드, 그리고 애자일 방법론(이라 쓰고 실제 끄적거린 기획 안을 놓고 스크럼이나 스프린트 따위 없이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디자이너, 개발자와 협의하며 실제 얼마나 빠른 지는 잘 모르겠지만 빠르게 MVP를 만들어 내려고 노력한다고 읽자.)을 활용할 테니 이런 프로젝트는 예외로 하자. 느낌 아니까~ ;)

프로젝트가 거대하면 거대할수록, 프로젝트 팀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프로젝트 팀원들의 평균 연차가 낮으면 낮을수록, 동료들과 손발을 맞춰 본 횟수가 적으면 적을수록, 높은 서비스 퀄리티가 요구되면 요구될수록 충분한 기획서 작성 시간이 주어져야 프로젝트 종료일은 빨라지고 그 반비례의 기울기가 가파르다.

대부분의 관리자들은 기획서 작성 시간이 길어지면 프로젝트 기간이 그만큼 늘어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보통 기획자가 기획서를 빨리 작성해달라는 압박과 재촉을 받게 되면 기획서의 디테일과 퀄리티 조정으로 그 작성 일정을 단축시킨다. 디자이너와 개발자는 일정 단축을 위해 기획자나 관리자와의 협의를 통해 페이지나 기능을 줄이거나 일정의 조정,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결국 야근 등으로 시간을 갈아 넣을 수밖에 없지만 기획자는 기획서의 디테일과 퀄리티를 포기해 일정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일정 조정의 여지가 상대적으로 많다.
그런데 기획자가 기획서의 디테일과 퀄리티를 포기하는 순간 자연스레 서비스의 퀄리티도 낮아질 뿐만 아니라 수정 이슈와 버그도 늘어나며 QA 기간도 길어져, 결국 프로젝트 일정이 늘어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프로젝트는 혼.파.망.에 빠진다.
기획서 작성 시간을 줄여 프로젝트 데드라인을 맞춰보겠다고 초가삼간을 다 태워버린 꼴이다.

 

시간에 쫓겨 급하게 기획서를 작성하다 보면 기능 설명과 메시지 처리 등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개발자들과 회사, 나아가 사용자들이 지게 된다.

 

기획서를 작성하는데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디테일한 기획서를 작성할 수 있다. 프로젝트가 거대하고 팀원이 많으며 그들의 연차와 경험, 커리어에 편차가 크면 일정한 서비스 퀄리티를 유지하고 수정사항과 버그를 줄이기 위해 아주 꼼꼼한 기획서가 필요하다.


기획서를 작성하는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다면,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디자인과 개발을 편하고 쉽게 할 수 있을뿐더러 수정 횟수나 QA 시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다. 그런데 그 충분한 시간이라는 것이 2, 3배의 시간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고작 며칠 차이라는 것이다.
나의 경우 상단 기획서 스타일로 기획서를 작성하면 하루 평균 약 10장, 하단 스타일이라면 하루 평균 약 6장 정도의 기획서를 작성하는데 보통의 앱 프런트 기획서라면 60~100장 정도를 작성하니 80장의 기획서를 작성한다 가정하면 약 8일과 13일 정도가 소요되고 5일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니 디자인과 개발 시간을 벌겠다는 이유로 기획자에게 대충 작성하라거나 빨리 작성하라며 압박하거나 재촉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충분한 시간을 주어야 정확한 프로세스와 플로우를 설계하고, 보다 좋은 UI/UX를 그리며, 기능 설명 및 예외 처리를 꼼꼼하게 하고, 서비스 내 메시지 등을 잘 정의하며 전체 프로젝트 일정을 단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IT 프로젝트를 이해 못하는 관리자들이 IT 프로젝트를 관리한다는 건 그 기업과 프로젝트, 그리고 프로젝트 구성원들에게도 비극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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