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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퇴사를 결심해야할 때...

by 세균무기 2011. 10. 25.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퇴사 충동을 느끼거나 퇴사를 결심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물론 매번 퇴사 충동을 느끼거나 퇴사를 결심했다고 해서 모두가 퇴사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도 없이 울분을 삼키고 담배 한 모금, 술 한잔에 직장인으로서의 애환을 날려 보내거나 퇴사에 대해 수차례에 걸쳐 고민을 거듭하게 되지요. 그리고 급기야 이 모든 것으로도 참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거나 또는 보다 좋은 직장이라고 생각되는 곳을 찾거나 그런 회사에서 잡오퍼를 받게 되면 퇴사를 하게 되는데요.   
제가 6개 회사를 다니며 퇴사 충동을 느꼈을 때 또는 퇴사를 결심하게 된 계기를 한번 정리해보았습니다. 현재 재직 중인 회사가 아래 열거한 내용 중 5개 이상에 해당된다면 저는 과감히 퇴사를 고려하셔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제가 웹서비스 회사라는 제한적인 직종에서의 경험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니 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첫째. 할 수 있거나 해야 할 일이 없을 때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조직의 구조나 프로세스, 상사의 문제 또는 자신의 능력 부족 등으로 자신이 이 회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을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기업의 경우에는 조직의 경직된 구조와 결제 프로세스, 연공서열 등에 의해 일의 진행을 못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합니다. 물론 합리적인 이유로 진행을 못한다면 당연히 이해를 해야겠지만 대다수가 이해를 할 수 없는 경우도 상당히 많죠. 
또 시키지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인 직원들이 자신들의 잉여력을 동원하여 앞장서서 일을 추진하는데 시키지 않은 일이라는 이유로 일의 진행을 가로 막거나 중단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그 직원들의 회사와 일에 대한 열정은 조금씩 사그라지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조직의 구조나 프로세스 또는 상사의 문제와 같은 외적인 문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능력이나 열정 부족, 부정적인 마인드, 나쁜 인간관계 등의 문제 때문에 일이 주어지지 않을 때는 열정 있고 능력 있는 동료나 회사를 생각해서 빨리 퇴사를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꼭 이런 갈 곳 없는 직원들이 끝까지 남아 행동이 아닌 말로써 아부나 정치를 통해 승진하는 모습에 회사를 위해 꼭 필요한 능력 있고 열정도 많아 갈 곳도 많은 동료들이 퇴사를 하게 되니까요. 결국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회사에는 S, A급 인재가 아니라 B, C급 직원만 남게 되고 자신들보다 능력있는 S, A급 인재의 유입을 두려워하는 직원들은 자신보다 능력 없는 C, D급 인재를 불러들이고 설령 S, A급 인재가 들어오더라도 텃세를 통해 몰아낼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고인 물이 썩듯 회사에는 능력 있고 열정 많은 직원이 아닌 정치와 아부로 무장한 월급만 축내는 직원만 남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둘째, 더 이상 배울 것이 없을 때


한 회사를 오랫동안 다니다 보면 어느 순간 루틴한 업무에 더 이상 배울 것도, 자신의 열정을 다시금 불 지를 장작도 없기에 매너리즘에 빠지게 됩니다. 순환근무제도나 사내교육제도가 잘 마련되어 있거나 직원들이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회사라면 그나마 상황이 조금 낫겠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의 경우 1년 정도가 지나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마련인데요. 신입사원이 들어오거나 진급, 급여인상, 성과금 등으로 자극이 되거나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면 그나마 매너리즘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그래도 보통 3~4년차가 되면 그 회사에서 업무적으로 배울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실질적으로도 그런 경우가 많고요. 여러 조건들을 고려할 때 자신이 해당 회사에서 더 이상 발전하거나 배울 것이 없다고 판단되면 자신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회사로 이직을 고려해야 합니다. 대다수 회사의 수명은 개인의 수명보다 짧기 때문에 항상 언젠가는 그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거나 다른 일을 찾을 수 밖에 없고 그 때 능력이 없다면 불러주는 회사 또한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사람은 끊임없이 공부하고 배워야 합니다. 더 이상 발전하거나 배울 것이 없다면 발전하고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합니다.



셋째, 일에 대한 철학을 가지고 가치를 느끼며 열정적으로 일하는 동료가 20% 미만일 때


회사에 일에 대한 철학을 가지고 가치를 느끼며 열정적으로 일하는 동료가 대다수라면 회사 입장에서 이보다 좋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스타트업이나 벤처 초기에는 창업자와 창립멤버 위주로 구성된 인력에 대부분 인맥을 통해서 구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조직이 조금씩 커지다 보면 일에 대한 철학을 가지고 있는 직원은 물론이거니와 일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는 직원을 찾는 것도 어려워지게 됩니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다시피 조직이 커지고 시간이 흐를수록 조직의 구성원은 S급에서 A급으로, A급에서 B급으로 질이 낮아지고 창의적인 인재를 수급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인사팀은 창의적인 S, A급 인재를 수급하여 조직에 적절한 경쟁과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수많은 대기업들이 인재경영을 외치며 엄청난 조건을 내걸고 인재를 찾아나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재를 찾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처럼 좋은 인재, 동료를 찾는다는 것이 바닷가에서 진주찾기 만큼이나 어렵습니다. 게다가 대기업의 경우 창의적인 인재를 조직구조와 프로세스, 문화로 충성도 높은 획일적인 직원으로 바꾸는 능력이 탁월한데다가 이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기 않기 때문에 입사를 하더라도 이탈하기 쉽습니다. 비싼 돈 들여 스카웃한 외국인 임직원이 조직에 적응을 못하고 얼마되지 않아 퇴사하는 모습을 보면 씁쓸하지요. 그리고 벤처나 스타트업, 중소기업은 열악한 근무여건과 처우, 복지 등으로 인재들이 거들떠도 보지 않으려 하고요.
또한 조직원의 대다수는 회사의 전략을 세우거나 먹을거리를 만들어 내기 보다는 운영과 유지, 보수에 투입되기 마련이기 때문에 일에 대한 철학이나 열정을 가진 동료들이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물론 이 와중에서도 자신이 하는 일에 철학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일하며 보람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전 그런 직원 20% 정도가 그 회사를 이끌어 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런 직원이 20% 미만이라면 그 회사에는 큰 발전이 없으며 앞으로 급성장하기 보다는 현상유지 또는 연착륙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본인도 백로가 되기 보다는 까마귀 무리에 속할 가능성이 큽니다.    


넷째. 회사가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거나 개인이 비전을 찾지 못할 때


사람은 꿈과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사람이 모인 회사 또한 꿈과 목표, 즉 비전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오너와 임원은 회사의 비전을 조직원에게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하며, 직원 또한 이 비전을 통해 조직원으로서 또는 자신의 비전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가끔 비전을 경영성과나 매출목표로 잘못 인지하는 임직원들이 있습니다. 경영성과나 매출목표를 가지고 조직원들을 채찍질해서는 단기간 매출목표를 달성할 수는 있겠지만 조직원들의 불만을 초래하여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올바른 비전 제시는 조직원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줄 뿐만 아니라 회사가 힘들 때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회사가 이런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거나 또는 회사가 비전을 제시해도 실제 근무환경 속에서 비전을 찾거나 비전이 공염불에 그친다고 판단된다면 과감히 자신의 비전을 찾아 떠나도록 하십시오. 죽은 이(회사)가 아니라면 항상 꿈과 목표(비전)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다섯째, 회사가 능력과 결과에 대한 보상을 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운영될 때


회사의 임직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업무평가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고 이 업무평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어 합리적인 평가에 기반하여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사실 업무평가 시스템만 제대로 구축할 수 있다면 탄력출퇴근제나 장기휴가 제공, 재택근무 등을 시도할 수 있겠습니다만 이 업무평가 시스템을 만들고 이 시스템에 맞게 평가하는 것 또한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실수가 있을 수 있고 연공서열이나 인맥을 중요시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주관적인 평가나 정치적 입김이 개입될 수 있는 여지가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불만이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이런 업무평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능력 있는 직원들이 열정적으로 일을 하여 큰 성과를 일궜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나아가 아부나 정치적 활동을 통해 보상을 받는 직원이 생긴다면 조직에서 과연 누가 열심히 일을 하려고 할까요? 결국 이 조직은 머지않아 능력있는 직원들은 모두 나가고 아부와 정치로 살아남은 기생충만 남아 조직을 뿌리부터 갉아 먹고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능력있고 열정적인 직원에게는 적절한 보상과 칭찬을 아끼지 않아야 인재전쟁에서 타 경쟁사에 자신의 인재를 빼앗기지 않고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할 수 있습니다.
 

여섯째, 업무시간의 상당 부분이 문서작업이나 결제, 또는 회의 등으로 끝날 때


보통 8시간의 근무시간 중 실제로 자신의 업무에 몰입 또는 집중하여 일을 처리하는 시간은 몇 시간이나 될까요? 거래처와 사내, 수많은 SNS 알림, 스팸 메일을 읽거나 처리하는데, 전화를 받고 처리하는데, 동료들과 담배를 피거나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데, 인터넷 기사를 읽거나 웹서핑을 하는데, 화장실을 다녀오는데 필요한 시간 등을 제하고 나면 6시간 정도나 업무에 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6시간을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면 야근 안 하고 빨리 퇴근할 수 있을 것 같아 참으로 좋겠지만 회사와 상사는 이렇게 놔두지 않죠. 브리핑을 하거나 보고, 결제를 하는데 필요한 문서를 작성하고 한두차례의 회의를 하다보면 결국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시간은 4시간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4시간이라도 업무에 집중하면 참으로 좋겠지만 이 또한 조각 조각 거덜난 4시간이기 때문에 업무에 집중하는데 필요한 워밍업 타임을 고려한다면 고작 2시간 정도나 업무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런데 더욱 안타까운 것은 꼭 필요한 문서작업이거나 아웃풋을 도출할 수 있는 생산적인 회의라면 좋겠지만 대다수의 문서작업이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문서인데다 내용이 아닌 디자인에 공을 들이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회의는 아웃풋을 도출하는 생산적인 회의라기 보다는 탁상공론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여러 사람의 소중한 시간마저도 빼앗는 시간도둑으로 변질되기 참으로 좋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문서작업은 최대한 줄이고 꼭 문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하면 PPT보다는 꼭 필요한 내용만 압축하여 원페이지 워드로 작성하도록 하고 결제 프로세스는 최대한 간략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바꾸어야 합니다. 또한 회의는 가급적 줄이고 꼭 필요한 회의라면 회의를 주관하는 담당자가 사전에 회의 내용 및 회의를 통해 도출하고자 하는 목표 등을 사전 고지하여 회의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생산적인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도록 사내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합니다.       


일곱째, 자신이 보람과 가치를 느끼며 미칠 수 있는 다른 직업을 찾았을 때


아무리 재벌총수건 일개 직장인이건 하물며 길거리의 부랑자건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인생의 진정한 승자라고 생각합니다. 재산이 수억원이라도 자신의 인생이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그 인생은 길거리에서 먹을 것조차 구하지 못해 허기진 배를 움켜쥐어야 하지만 그곳에서 마저도 행복을 느끼는 부랑자보다 불행한 인생이라고 감히 말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인생의 1/3를 차지하는 직장에서도 행복을 찾아야 하는데 직장에서 행복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사람들 저마다 행복을 느끼는 기준과 가치가 다르겠지만 전 상대적인 급여나 처우, 복지 등을 통해 느끼는 행복보다는 좋은 동료들과 함께 그 일을 통해서 보람과 가치를 느끼며 몰입의 기쁨과 희열을 통해 행복을 느끼는 것이 일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자신이 정말 행복해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미칠 수 있는 직업을 찾아야 합니다. 지금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직장이 또 그 일이 행복과 보람을 느낄 수 있고 정말 미칠 수 있는 직업이라면 당신은 행복한 직장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행복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그리고 찾았다면 그 일을 위해서 현재의 직장을 과감히 그만두셔도 됩니다.

여덥째, 직장상사나 동료, 후배 등의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고충이 견디기 힘들 때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 퇴사를 고민하거나 결심하게 된 이유를 묻는다면 처우나 복지 다음으로 인간관계를 뽑을 것입니다. 그만큼 직장 내 인간관계는 무척 중요합니다. 회사도 사람으로 구성된 조직이고 하루의 1/3을 직장에서 보내야 하는데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고충이 크다면 회사생활이 행복할 수 없겠지요. 6개 직장을 다니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어느 조직이건 꼭 한두명씩은 인간적으로 일하는 것을 떠나서 마주치는 것조차 싫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일을 하지 않는다면 다행이겠지만 매일 마주쳐야 하는 직속 상사거나 팀 동료, 직속 후배라면 정말 미칠 노릇이죠. 게다가 동료나 후배라면 어떻게 좋게 해결할 말미의 여지라도 있겠지만 상사라면 직장 내 약자인 부하로서는 그 고통을 혼자서 감내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한 강연에서 법륜스님은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그런 상대방을 자신을 갈고 닦는 수행의 상대로 생각하고 수행을 점검하는 관점에서 연습 삼아 상대방을 대해보라고 말씀하시지만 수행자가 아닌 이상 일상에서 그렇게 생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매일매일 쌓여 가는 스트레스 때문에 직장생활은 물론이거니와 일상에서까지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데요. 이 스트레스가 너무 커 극복하기 어렵고 일상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퇴사를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사람은 한순간에 바뀌기 어렵습니다. 상대방도 한순간에 바뀌지 않을 것이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나쁜 감정 또한 한순간에 호감으로 바뀔 수도 없습니다. 때문에 계속 쌓여만 가는 스트레스 때문에 직장생활과 일상에 어려움을 느끼고 때론 살인충동을 느낀다면 다른 회사로의 이직을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다만 한가지 유념해두셔야 할 것은 어느 조직이건 꼭 한두명씩은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2011/10/18 - [Life story] - 팀장으로서의 역할
2011/10/12 - [Life story] - 믿음과 신뢰 ; 외국에서 팀장으로 일하기  


쓰다보니 8개가 되었네요. 7개도 아니고 8개이니 숫자가 좀 애매해 애써 2개를 채워봅니다.

아홉번째, 회사에서 권고사직이나 퇴사를 요청할 때
열번째, 회사가 급여를 밀리거나 망했을 때 


그래도 좋던 싫던 한번 몸 담은 회사입니다.
유종의 미를 거두시길 바랍니다.

2011/10/18 - [Life story] - 막장인생. 그리고 이후...


가슴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세균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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