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세인트앨버트에 거주하고 앨버타주 교육부에 근무하시는 김상현씨의 블로그 'St. Albert, Alberta'를 통해서 매우 흥미로운 포스팅을 접하게 되어 소개해드립니다.


오늘 아주 인상적인 분석 글을 읽었다. 아이패드가 도리어 아마존의 지위를 확고히해 줄 것이라는, 시장의 일반적인 전망과는 그 방향을 달리하는 글이었다. 필자는 제임스 매퀴비(James McQuivey), 권위 있는 시장 조사 및 분석 기관인 포레스터 리서치(Forrester Research)의 부사장 겸 소비재 전략 전문 컨설턴트이다.
제목은 '왜 아이패드가 실제로는 아마존의 지위를 더욱 강화해 줄 것인가'(Why The iPad Actually Strengthens Amazon’s Position). 그의 블로그를 읽으면서, '이래서 전문 컨설턴트는 다른 것이구나', '폭넓은 식견의 힘은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고 감탄했다. 아래는, 아이패드에 대한 온갖 상찬과, 오로지 그 상찬에 대한 반사적 반발로 '반대를 위한 반대'를 내놓은 다른 극단의 주관적 비난('비판'이 아닌)과는 그 차원을 달리하는, 제임스 매퀴비의 비판적 전망의 요약이다.

1라운드는 애플의 승리이다. 아이패드는 예상했던 대로 큰 화제를 모으면서, 월트 모스버그(Walt Mossberg) 같은 이들이 아이패드로 인해 랩탑이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고 흥분하는 식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수많은 언론이 그로 인한 아마존 킨들의 몰락을 전망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그러한 전반적 믿음과는 반대로, 아마존이 아이패드가 나오기 이전보다 도리어 더 유리한 처지에 놓일 것이라는 논거를 내놓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아마존이 제대로 대처하기만 한다면 2라운드는 아마존의 판정승이 될 것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아마존은 막대한 규모의 서점과, 그것이 몰고 오는 모든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것은 애플이 결코 건드릴 수 없는 대목이다. 랜덤 하우스의 책들이 아이패드의 아이북(iBook) 앱에 들어 있지 않다는 점은 제쳐두기로 하자. 설령 애플이 모든 책을 아이북으로 제공한다고 해도, 아마존이 십년여에 걸쳐 구축해 온 독자들의 방대한 리뷰, 코멘트, 커뮤니티의 연결망까지 애플이 제공할 수는 없다. 내가 지난 주 월스트릿저널에 기고한 대로 만약 여러분이 아이패드 구매자라면, 아마도 여러분 중 90%는 아마존의 이용자이기도 할 것이다. 당신의 신용카드 정보, 당신의 책과 구매 취향 같은 정보가 아마존에 저장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한 관계야말로 책을 파는 데 핵심적인 요소이다. 즉, 수년간 쌓아놓은 데이터와 컨텐츠. ^^b

아이패드 구매자는 아이패드로 킨들용 e북을 읽을 수 있다.
적어도 2010년에 국한해 본다면, 많은 이들이 아이패드로 아이북 책보다 킨들 책을 더 많이 읽을 것이다. 생각해보자. 9.99달러나 14.99달러짜리 e북을 사게 된다면 아이북을 통해 사겠는가, 아니면 아마존을 통해 사겠는가? 아이북을 통해 산다면 당신은 그 책을 아이패드로밖에 - 설령 맥북이나 아이폰까지 감안한다고 해도 - 읽을 수 없다. 반면 킨들용 책을 사게 되면 아이패드는 물론 아이폰, 블랙베리, PC, 맥, 그리고 물론 킨들로도 그 책을 읽을 수 있다. 아마존은 아이패드 이용자가 킨들 책을 둘러보거나 사거나 읽을 때마다 더 높은 기술점수를 얻게 될 것이다. 즉, 높은 기기 호환성. ^^b


물론 '킨들'로 불리는 아마존의 현재 하드웨어를 내가 변호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리고 나는 아마존조차 자기네 e북 리더가 앞으로 5년 이상 더 존속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보지 않는다. 실상 현재의 킨들이 포레스터 리서치가 전망한 판매수량 350만대 목표를 2010년에 달성하자면 큰 폭의 가격 할인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리고 킨들이 단지 전통적인 책을 대체한다는 목적에 무게 중심을 둔 데 착안한다면, 내년에 지금보다 훨씬 더 싼 킨들 모델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지금의 e잉크 기술을 이용한 e북 리더 시장은 지금보다 더 큰 움직임을 기대하기 어렵다. 3라운드와 그 이후의 경쟁에서 아마존이 우세승을 거두는 길은 총천연색에 모든 유형의 미디어를 포용하고, 터치스크린을 장착한, 내가 다소 앞서 이름까지 짓는다면 '킨들 플레임'(Kindle Flame) 같은 장비를 내놓는 데 달려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내가 작명한 그대로 우세승의 '불꽃'을 이어가는 길은 이렇다.

아이패드와 같은 미디어 태블릿으로 나가라.
HP, 델, 레노보 같은 곳이 아이패드에 맞서 그들 나름의 태블릿 제품을 내놓기 바쁘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애플이 해낸 것과 같은, 쓰기에 더 단순하면서도 그 기능과 디자인은 더욱 아름답고 인상적인, 컨텐트의 내용과 이용자 경험을 절묘하게 통합해 보여주는 제품을 내놓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마존은 할 수 있다. 물론 아마존이 애플과 같은 하드웨어적 노하우를 지닌 것은 아니지만 (킨들 1세대의 그 끔찍한 디자인을 기억하시는지?) 대만과 중국 본토에는 아마존이 원하는 사양에 맞춰 멋진 하드웨어를 납품해줄 기업들이 많이 있다.

컨텐트를 핵심 기치로 내세우라. 애플이 강조한 수준보다도 더.
사람들은 하루에 5~6시간씩 미디어와, 특히 TV, 비디오와 함께 지낸다. 아이패드가 저지른 가장 큰 실책은 더 많은 종류의 컨텐트를 아이패드에 통합하지 않은 것이다. 맞다. 아이패드는 음악 시장, 그리고 더 나아가 잡지, 신문, 책, 그리고 하루에도 몇 시간씩 마음을 쓰게 할 미디어를 구현해 줄 것이다. 하지만 매일 4시간 이상씩 비디오를 보는 요즘의 미디어 소비 풍토에는 여전히 그 기능 면에서 미흡하다.
물론 아이튠즈를 통해 영화를 사거나 빌려볼 수 있지만, TV 프로그램의 많은 부분을 아이패드에 통합하지 않는다면, 이미 랩탑을 소유한 많은 이들로서는 굳이 아이패드로 전환해야 하는 필요성을 덜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 아마존의 새로운 태블릿이 당신의 DVR과 자동으로 동기화(synchronized)되거나, HD 튜너를 내장하게 된다면 그 '킨틀 플레임'은 단기간에 소비자들의 관심을 잡아 끌 것이다.

또다른 기술 혁신 기업과 제휴하라.
이 새 장비 - 내가 '킨들 플레임'이라고 작명한 - 에 다른 혁신적인 파트너를 끌어들여라. 구글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구글은 더 많은 이용자를 끌어모으고 싶은 운영체제를 가졌을 뿐 아니라,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한 서비스에다, 아마존이 또다른 경쟁자로 만들고 싶지 않은 굉장한 생산성과 기술적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구글이 제휴하기 힘든 상대이고, 그와 손잡는 것은 마치 인기드라마 '매드멘'(Mad Men)이 무대로 한 시대의 남자 - '우리'는 없고 오직 '나'만 밝히는 그런 남자 - 와 데이트하는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아마존과 구글이라는 두 머리를 가진 용이 내뿜는 불길은 쿠퍼티노와 레드먼드 양쪽을 공포에 빠뜨리기에 충분하다 (각각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역자 주).
물론 아마존에 대한 내 조언은 소니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소니는 TV, 게임 콘솔, 랩탑을 만들 뿐 아니라, 세계 e북 시장의 '넘버 투'인 소니 e북 리더를 만들고 있다. 소니는 또한 그 나름의 컨텐트 자산도 보유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시장의 경쟁이 끝나자면 아직 멀었다는 점이다. 설령 아마존이 2라운드에서 우세승을 거둔다고 해도, 이 부문에 뛰어든 경쟁자들은 여전히 전세를 뒤집을 기회와 힘을 갖추고 있다. 우리는 태블릿 시장이 또다른 '아이팟 시장'으로 되풀이되기를 원치 않는다. 애플이 워낙 압도적으로 시장을 장악해 다른 경쟁사들은 아예 명함도 못내밀고, 그 시장을 어떻게 혁신하거나 바꿔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그런 시장 말이다. 그러니 설령 당신이 애플 팬이라고 하더라도 아마존이나 소니가 곧장 몰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 전망에 안도하기 바란다. 왜냐하면 아이패드가 스티브 잡스가 그 발표장에서 되풀이 말했던 '마법적이고 혁신적인'(magical and revolutionary) 기기로 발전하는 최선의 길은 치열한 경쟁일 것이기 때문이다.



가슴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세균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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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무기, 지구별에 흔적을 남기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세균무기입니다.
법학과 행정학을 전공한 IT서비스 기획자이자 프로덕트 매니저이며, 변방의 한 블로거입니다. IT와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으며 여행과 애플 제품, 블랙아이드피스의 음악, 커피를 격하게 애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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