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10일부터 18일까지 중국 닝샤자치구 중위시에 있는 마트체인인 영성초시에 회사에서 개발한 O4O 및 옴니채널 플랫폼을 도입하기 위해 현지 조사 및 협의 차 출장을 다녀왔다.
북경에서 중위시까지 기차로 약 11시간이 걸리다보니 한국에서 출발한 나의 경우 오고가는 시간만 거의 3일이 걸려 고작 5일간 머물렀을 뿐인데 이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다이나믹하고 어이없고 때론 민망하고 부끄러운 출장이라 기록으로 안 남길 수가 없었다.
그렇다! 이 출장기는 자기 고해이자 반성의 글이다.
그래서 제목을 '바보들의 출장'이라 하였다.
눈 뜨고 코 베이는 세상
북경에서 개통한 SIM카드가 닝샤자치구 중위시에서 쓸 수 없다(그렇다고 한다. 그러니 듀얼심 폰이 나오지...)고 하여 영성초시 본사에 도착하자마자 마침 1층에 새로 오픈 중인 통신사 매장에 방문하여 무제한 인터넷 SIM카드를 개통하고 느리지만 같이 간 후배와 함께 8대의 기기를 붙여가며 낮에는 테스트를, 저녁엔 보이스챗을 하고 동영상을 보며 실컷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출장 온지 4일째 되는 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인터넷이 안 되는 것이다.
후배가 통신사에서 주기적으로 보내주는 SMS를 읽어보더니 뭔가 이상하다며 매장에 방문을 해야할 것 같다고 하여 부랴부랴 매장에 방문했다.
매장에 방문해서 물어보니 이제 오픈해서 직원이 플랜을 잘못 이해하고 쓴 만큼 과금하는 플랜을 개통해줬으며 우리는 과다 초과 사용을 해서 통신사 측에서 사용을 막았다는 것이다.
무제한이라 생각하고 화상통화도 하고 음악도 듣고 동영상도 보며 펑펑 썼는데 말이지... OTL
결국 기존 SIM은 해지하고 매일 3G씩 쓸 수 있는 플랜으로 SIM을 신규 개통하며 신규 오픈한 매장에 또 한번의 실적을 채워주고 고작 미안하단 이야기만 듣고 허탈하게 나왔다.
눈 뜨고 코 베이는 중국이다.
돈을 길바닥에 버리는 가장 빠른 방법
출장을 함께 온 대표와 이사는 출장 4일째 다른 무역업무를 위해 저장성 이우시장에 가야했고 출발 전 영성초시 회장과 미팅을 하고 택시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인근 공항으로 출발을 했다.
그날 오전에 해당 무역업무를 보조하기 위해 북경에서 이우시장으로 떠나기로 한 후배가 비행기를 놓쳤다며 연락을 해와서 함께 출장 온 후배와 욕을 한 바가지로 해줬는데 후배가 시간을 보아하니 대표와 이사도 비행기를 놓칠 것 같다며 걱정을 하길래 설마 또 놓치겠냐고 말했는데 정말 보란 듯이 놓쳐버렸다.
하루에 3명이 비행기를 모두 놓치다니 도대체 길바닥에 돈을 얼마나 버린거지?
우리 돌아가게 해주세요!
영성초시에 출장을 갈 때도 북경에서 중위시까지 바로 가는 기차표를 구하지 못해 북경에서 3시간 기차를 타고 가서 환승을 위해 택시를 타고 30분 정도를 이동한 다음 5시간 정도를 대기하고 4인실 침대칸 기차를 타고 다시 10시간을 달려서야 중위시에 도착했는데(쓰기만 했는데도 벌써 지친다.) 돌아가는 기차표도 구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매일 저녁마다 후배가 기차표를 구하기 위해 예매 사이트를 들락날락거렸는데 결국 하루는 40시간을 침대칸을 타고 돌아갈지 22시간을 앉아서 돌아갈지 선택하라는 것이다.
나는 죽어도 그렇게는 못 돌아가겠다고 하니 그럼 800위안(약14만원)짜리 2인실 고급 침대칸 밖에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고급 침대칸은 비싼 대신 10시간이면 돌아갈 수 있다며.
나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그 기차표를 끊으라고 했고 중국에서 6년을 산 그 후배도 한번 타보지 못한 고급 침대칸을 타고 편안하게 북경에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해피엔딩이면 재미도 없고 제목과도 어울리지 않겠지?
돌아가기 이틀을 남겨놓고 후배가 급히 기차역에 가봐야할 것 같다는 것이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결제한 기차표에 출발시간이 1월 16일 26시로 적혀있어 당연히 17일 새벽 2시에 출발하는 기차라 생각했는데 도착하는 날짜를 보니 16일 새벽 2시에 출발하는 기차인 것 같다는 것이다.
그걸 또 15일 아침에 발견했으니 천만다행이지.
아침부터 표를 교환하러 부랴부랴 역에 가서 다행히 17일 새벽 2시에 출발하는 고급 침대칸으로 바꿔올 수 있었다. 워낙 비싸다보니 고급 침대칸은 매진이 안 되었나보더라.
만약 16일 아침에 발견했다면?!?! 정말 끔찍해서 생각하기도 싫다.
GG!
중국 북경에서 6개월을 근무하다 한국지사 설립을 위해 한달만 다녀오라던 출장이 벌써 1년이 넘어 한국법인에 출장인 듯 출장 아닌 출장으로 눌러앉아버렸다. 그리고 이젠 북경으로 출장을 가고 있다.
들어올 때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를 사용하기 위해 급여통장인 농업은행 계좌에 약간의 돈을 넣어두고 왔고 출장에서 이 돈을 사용하려 농업은행에 방문하여 ATM에 카드를 넣고 비번을 눌렀는데 연거푸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잘못될리 없는 비밀번호인데...
그렇게 3번을 연거푸 실수하니 덜컥 겁이나 후배에게 상황을 설명하였다. 그런데 후배가 이미 잠겼단다. 중국은 6자리 비번인데 난 계속 4자리 비번을 눌렀고 5번이 아닌 3번 실수하면 카드가 잠긴다는 것이다.
후배는 여권을 가져왔냐고 물었고 난 여권을 분실해 최근에 재발급을 받았기 때문에 사실 본인임을 증명할 구 여권이 없었다. 게다가 한국에 들어가면서 인증한 전화번호마저 정지되어 전화번호마저 없었다.
기억난 비밀번호와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던 구 여권사진, 신규 여권, 한국 운전면허증을 제시하며 잠긴 것만 풀어달라고 읍소를 했으나 농업은행 직원은 무조건 기존 여권이나 자기도 정확히 모르겠지만 분실한 여권이 당신 것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가져오라는 것이다.
그런 서류가 뭔지는 정확히 알려줘야지! 그렇게 말하면 내가 한국에서 뭘 떼어와야는데?!?!
망연자실이었다.
아주 큰 돈은 아니지만 약 2백만원 가량이 중국 통장에 고이 잠들게 생겼으니 말이다.
중위시의 한국인 노숙자
북경으로 돌아가기 이틀 전 후배와 함께 업무를 마치고 저녁 8시쯤 시내에 나가 저녁을 먹고 마사지나 받고 들어오자고 했다.
시내에서 간단히 우육면을 먹고 일전에 시내를 30분을 배회하며 어렵사리 찾아낸 커피숍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고 마사지를 받고 돌아오니 저녁 12시가 조금 넘었다.
우린 영성초시 본사에 있는 숙소라 이야기하고 시설은 3성급 호텔(사실 이름도 영성호텔이다.)정도 되는 숙소에서 머물고 있었다.
돌아와 빌딩 문을 당기는데 열리지 않는다. 헐~ 안에서 잠궜나?
영하 15도의 날씨에 얼어죽겠다 싶으니 일단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후배를 시켜 외부에서 파견나와 숙소에서 머물고 있던 안면있는 중국인에게 연락을 해서 문을 좀 열어달라고 부탁했다.
다행히 전화를 받았고 문을 열어주러 내려오겠다고 했다. 숙소가 있는 3층에서 엘리베이터 불이 들어오더니 1층으로 내려오는데 어찌나 반갑고 고맙던지.
그런데 이게 웬걸? 안에서도 안 열린다. 처음엔 이 친구가 장난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문이 부서질 듯 사정없이 흔드는 이 친구의 발악을 문 밖에서 보고 있자니 이건 문 밖에서도 안에서도 안 열리는 문이 맞았다.
난 38년을 살며 이런 문을 한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크게 당황했는데 후배는 이런 문을 본 적이 있다며 체념하고 중국인에게 고맙다며 돌려보내고 주변 호텔에 가보자고 하였다.
참고로 중국에서 외국인이 호텔에 머물려면 무조건 여권이 필요하다. 주숙등기라고 경찰서에 체류사실을 알리고 증명서를 발급 받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 여권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것도 큰 호텔이나 머물 수 있지 3선 이하의 도시에 있는 작은 호텔에서는 주숙등기 대행하기도 어려워 외국인을 받지도 않는다.
게다가 여권이 없으면 기차도 못 탄다. 즉 중위시에서 여권을 잃어버리면 호텔에서 잘 수도 없고 기차도 못 타니 영사관이 있는 대도시까지 버스로 몇 날 며칠이 걸려 이동을 해야하는 중국의 한국인 노숙자 생활을 해야한다.
그런데 그 중요한 여권을 평소 가지고 다닐까?
그렇다. 우리는 여권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에 여권을 가져다주겠다, 팁을 주겠다고 이야기도 해봤지만 그 어떤 호텔도 우리를 받아주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영하 15도의 추운 새벽 밤거리로 쫒겨났다.
한 시간을 그렇게 배회하니 추웠다. 엄청 추웠다. 너무 추워서 어찌할 지를 고민하며 일단 무조건 앞만 보며 뛰다시피 걸었다.
역시 중국에 오래 산 후배다. 후배는 불과 한두시간 전에 갔던 마사지샵을 다시 가자고 했다. 24시간 마사지샵 같으니 가서 한시간 짜리를 다시 받고 거기서 자버리자고.
어차피 뾰족한 수가 없었으니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다행스레 서로 충분한 돈은 가지고 있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에 택시를 타고 다시 그 마사지샵을 향했다.
도착해서 카운터에 사정을 이야기하니 이게 웬걸? 마사지값에 50위안씩만 더 내면 수면을 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원래 호텔인 건물에 마사지샵이 들어선거라 각 방에 화장실과 세면실까지 다 갖춰져 있으니 이렇게 좋을 수가 있나.
그렇게 우리는 지방뉴스 1면을 장식할 뻔 했던 '한국인 노숙자 2명 동사'라는 타이틀을 모면할 수 있었다.
사실 에버노트에 작성한 에피소드는 총 10개인데 민감한 회사정보가 담겨있어 5개 정도만 간추려 올렸다.
더 황망한 에피소드도 있지만 당장 공개할 수 없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언젠가는 공개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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