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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up

조직 내 인지부조화

by 세균무기 2015. 12. 21.


인지부조화란?
두 가지 이상의 반대되는 믿음, 생각, 가치를 동시에 지닐 때 또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것과 반대되는 새로운 정보를 접했을 때 개인이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나 불편한 경험 등을 말한다.
개인이 이러한 인지부조화를 겪을 때 공격적, 합리화, 퇴행, 고착, 체념과 같은 증상을 보인다.


나는 중국에서 O2O서비스를 준비 중인 전혀 스타트업 같진 않지만 현실은 스타트업(?)인 한 회사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이 스타트업은 북경에 사업부서를 두고 있으며 여러 우여곡절 끝에 몇 달 전 서울에 개발부서를 개소했다. 때문에 사업부서와 개발부서에는 한국인들과 중국인들이 '한 지붕 한 가족(이 되어야 하는데 말처럼 쉽지가 않다. ㅠㅠ)'처럼 함께 일하고 있다.

나의 경우 처음에는 중국에서 6개월 정도 일하다 최근 한국에 개발부서를 두기로 결정하면서 세팅과 함께 기획자로서 개발자, 퍼블리셔들과 협업을 하기 위해 예상한 1개월을 훌쩍 넘기며 벌써 4개월째 한국에 장기출장을 와있다. 
덕분에 그 사이 두차례 북경을 다녀오긴 했지만 최악의 스모그는 모두 피할 수 있었다. 후후후


지난 10개월 동안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한국인, 중국인 동료들과 함께 일하면서 조직 내 다양한 갈등과 문제들을 마주하거나 직접 경험하고 있다. 한 회사 내에서 여러 구성원 간의 서로 다른 문화와 전통, 가치관, 생각 등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오해와 갈등, 그리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를 나는 '조직 내 인지부조화'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이 조직 내에서도 여러 인지부조화로 인해 구성원들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갈등을 경험하고 몇몇은 체념으로 퇴사를 하기도 했다.

이런 갈등이 고착화되지 않기를 바라며 그 원인을 살펴본다.



중국인과 한국인의 동거


개발부서에는 나를 포함 총 12명이 근무를 하고 있는데 그 중 3명은 중국인(교포 2명, 한족 1명) 동료다. 모두 한국에서 장기간 생활했기 때문에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데다 한국의 직장 내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어서 인지 서로 큰 갈등 없이 잘 지내고 있다.

하지만 지난 10개월을 되돌아 보면 한국인과 중국인 동료들 사이에 반목과 불신이 엄청 심했고 아직도 그 불씨가 완전 꺼지지 않고 남아 있다. 서로 다른 문화와 전통, 가치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한 울타리 내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많은 노력과 인내심, 존중, 배려 등이 요구된다.



사업부서 vs 개발부서

사실 IT기업에서 사업부서와 개발부서가 사이가 좋은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한 지붕 아래에서 티격태격 싸우다보면 미운 정도 들고 가끔은 서로를 이해할 때도 있다.

그러나 이 스타트업은 북경에 사업부서를, 서울에 개발부서를 두고 있다보니 그 간극을 좁히기가 매우 어렵다. 특히나 사업부서는 MBA출신이나 경상대 계열로 비 IT 출신들이 대다수고 개발부서는 나를 제외하곤 모두 개발자와 퍼블리셔들로 구성되어 있다보니 서로간의 이해관계부터 뇌구조, 언어마저도 다르고 이로 인해 잦은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사업부서와 개발부서 사이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하라고 있는게 기획자 포지션인데 혼자서 감당하기에 힘들고 어려운 부분이 많다.)
또한 사업부서는 중국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데 반해 개발부서는 중국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보니 발생하는 갈등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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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보니 '왜 중국 사업을 하면서 한국에 개발부서를 세팅했냐?'는 질문을 종종 받곤 한다.
그 이유는 중국 내에서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등과 같은 회사와 경쟁하며 실력 있는 개발자를 찾는게 쉽지 않은데다 좋은 개발자들의 경우 급여가 상상을 초월한다. 게다가 중국 내 IT붐으로 인해 실력에 거품이 많고 이제 일 좀 할 수 있겠다 싶으면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해버리니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개발팀을 꾸려나가기가 쉽지 않다. 

이런 문제로 여러 우여곡절을 겪다보니 결국 한국에 개발부서를 세팅하게 됐고 이전에 비해 안정적으로 개발팀이 운영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스타트업인데 스타트업 경험이 없는 구성원

중국 내 다수의 오프라인 체인점과 마트들을 온라인에 연결하는 O2O서비스를 준비하다보니 프로젝트의 규모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큰데다 업체들과의 계약 때문인지 기획자가 바라봐도 터무니 없이 짧은 일정으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그러다보니 급하게 개발부서를 세팅하면서 다양한 경력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들어왔다. SI부터 웹에이전시, 디바이스 제조사 출신 등이 함께 근무하다보니 스타트업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여러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규칙과 규정이 미비하다보니 발생하는 혼란과 무질서, 수평적인 문화에 대해 적응하기 어려워하고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을 수 밖에 없는 복지제도 등에 대해 여러 불만과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IT서비스 회사만 경험하고, 필리핀과 중국에서 일했으며, 스타트업을 경영해 본 내 입장에서도 가끔은 동료들을 이해하고 설득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보니 경영진도 참 난처할 것 같다.


프로젝트 규모와 역량간의 불일치

몇 명이 돛단배를 타고 나가 낚시를 하는데 계속 허탕만 치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던진 낚시대에 물고기가 잡혔다. 처음엔 다들 환호하고 기뻐하였으나 어느새 배가 물고기에 끌려가기 시작했고 가속도가 붙으며 육지에서 자꾸 멀어지니 불안한 마음에 하나둘 바다에 몸을 내던지기 시작했다.
한참이 지나 육지도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 한복판에 도착해서야 그 물고기가 거대한 고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결국 프로젝트와 역량의 불일치로 개발부서에 남은 동료들이 고생을 많이 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동료들이 힘을 모아 고래를 낚아올릴 수만 있다면...


그리고 상황상 기획서가 나온 이 후 개발부서가 세팅되다보니 채용된 개발자들이 400페이지(현재는 500페이지에 육박하고 있다.)가 넘는 기획서의 엄청난 양과 난이도, 논리적인 오류, 그리고 짧은 일정에 기획자에 대한 볼멘소리와 불만을 자주 표출하고 있다. 변명을 대보자면, 기획자인 나로선 회사가 기대하는 연차에 맞는 기획서를 그려야했고 반면 SNS와 광고솔루션 위주로 기획을 해오던 기획자로서 커머스는 처음이라서 부족한 부분도 많았다는 점을 고백한다.



보시다시피 다양한 조직 내 인지부조화를 경험하고 있는데 쉽게 해결될 수 있는 것 하나 없다보니 하루하루가 지뢰밭을 걷는 기분이다. 
오늘 하루도 간신히 넘겼는데 내일은 오늘보다 나아지기를 기대해본다.
그리고 인지부조화가 해결되어 다음엔 꼭 어떠한 노력으로 조직 내 인지부조화를 해결했는지 쓸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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