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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ning

중국의 서비스(커머스 중심) 기획

by 세균무기 2017. 1. 30.


나는 중국 2/3선 도시에 있는 오프라인 마트 체인들에 O4O 및 옴니채널을 도입하여 스마트매장을 구축하는 한국인 중심의 중국 IT기업인 콰이홍에서 나홀로 기획자이자 프로덕트 매니저로 2년째(올해 3월이면 만2년이 된다.) 일하고 있다.(고 쓰고 X고생하고 있다.)
한국인으로서 중국 소비자들과 마트 체인들이 사용하는 모바일 커머스 앱과 배송 앱, 그리고 매장관리플랫폼 등을 기획하다보니 중국 서비스를 이해하기 위해 다수의 모바일앱을 사용하고 분석하며 벤치마킹을 하고 있는데 여기서 느낀 중국 서비스가 한국 서비스와 다른 몇 가지 특징을 커머스 중심으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이 글이 중국 진출을 준비 중이거나 중국인 타겟의 서비스를 기획할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내 세컨폰인 vivo X7. :) 회사에 Xiaomi, Huawei, Meizu 등 다수의 중국폰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vivo를 가장 선호한다. 중국에서 vivo가 판매율 2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잘 나가는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고갱님, 일단 입어보시겠어요?

중국 서비스의 경우 구매 및 결제와 같이 로그인이 꼭 필요한 기능이 아니라면 회원가입과 로그인 없이도 대부분 이용이 가능하다. 때문에 회원가입 또는 로그인을 필수로 요구하는 모바일 서비스만을 기획한 한국 기획자일 경우 프로세스를 설계하기가 상당히 까다롭고 어려울 수 있다.
회원가입 또는 로그인 전에 했던 사용자의 액션(예컨데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은 후 회원가입 또는 로그인을 했을 때 상품들을 해당 계정의 장바구니로 옮겨준다.)과 적립한 포인트, 쿠폰 등을 어느 범위까지 이관을 시켜줘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에서 부터 이관을 위한 임시회원번호의 생성, 휴대폰이나 SIM을 변경했을 때의 처리 프로세스 등 기획할 때 고민해야할 것들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고갱님, 일단 빨리 한번 들어와보세요!

중국 서비스들은 최대한 빠르고 쉽게 가입을 시키기 위해 SMS를 통한 인증키 기반의 모바일 인증만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정보수집을 휴대폰 번호만 하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도 않다.
가입 이후에 추가적인 정보 입력과 위챗, QQ, 웨이신 등의 SNS 연동을 요구하거나 이런 것까지 요구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많은 정보를 사용자가 알게 모르게(?) 수집한다.


한국에서 카카오 또는 구글, 페이스북 싱글 로그인을 지원하듯 중국에서는 위챗, QQ, 웨이보 로그인을 지원한다.

그러나 한국의 서비스들이 제공하는 카카오와 구글, 페이스북을 통한 로그인이 간편가입을 위한 싱글로그인이라면 중국에선 해당 SNS를 통해 로그인을 시도하더라도 모바일 인증을 통해 가입하지 않은 SNS 계정일 경우 모바일 인증 페이지로 보내버린다.
결국 모바일 인증을 통한 회원가입은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니 정보 하나 더 수집 당한 것이다.

대다수 중국 앱이 위챗, QQ, 웨이보 로그인을 지원한다. / 꼼꼼하게도 캡쳐를 뜨면 해당 캡쳐에 텍스트를 입력하여 공유할 수 있는 기능 등을 지원하는 앱도 많다.



다양한 비밀번호 찾기 방식을 지원한다.

일반적인 모바일 인증 방식에서 부터 최근 구매한 상품으로 인증하기, 카드번호로 인증하기, 질문 및 답변으로 인증하기, 셀프 카메라로 인증하기, 고객센터를 통해 인증하기 등 다양한 인증방식을 통한 비밀번호 찾기를 지원하고 있다.
나 또한 내 중국 핸드폰 번호를 기억하지 못하고 상대방이 연락처를 물어볼 때 위챗이나 QQ에서 나의 QR코드를 보여주는 것을 보면 충분히 이해가 되기도 한다.
다양한 인증방식을 지원하는 이유는 사용자들이 SIM을 자주 바꾸다보니 휴대폰 번호가 변경되거나 모바일 인증 문자 비용이 한국에 비해 상당히 비싸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타오바오의 경우, 비밀번호 찾기시 모바일 인증 방식 대신 최근 구매한 상품으로 인증하기 방식을 먼저 제시한다.



들어올 땐 자유지만 나갈 땐 아니다. 

중국 서비스는 사용자가 로그아웃을 하기 전까지는 로그아웃이 되는 경우도 없을 뿐더러 회원탈퇴 버튼은 찾을 수도 없다.
중국 서비스 중에서 회원탈퇴 버튼을 보셨다면 꼭 제보해주시기 바랍니다.

설정에서 어렵지 않게 로그아웃 버튼은 찾을 수 있지만 회원탈퇴 버튼은 찾을 수 없다.

 


이게 저것 같고 저게 이것 같고...

대다수 앱들이 타오바오와 티몰 등 성공한 서비스의 UI, UX패턴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이건 카피도 성공하면 실력이라고 인정하는 문화와 함께 차별화된 UI가 학습 피로도를 높인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물론 이런 환경 때문인지 시장 선도기업이 원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며 때문에 이미 시장에 확고한 1, 2위가 있는 경우에는 다른 아이템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첫 중국 서비스를 기획할 때 대다수 앱들이 천편일률적인 UI를 채택하고 있어 글로벌 트렌드에 따른 심플하고 직관적이며 플랫한 UI로 차별성을 줘야겠다고 생각하고 기획을 했는데 중국인 동료들이 익숙한 UI가 아니라서 불편하다며 혹평을 해댄 기억이 아직까지 잊혀지지가 않는다. 카피나 하려고 기획자가 되었나 자괴감이 들고 괴로웠다.

이렇게 캡쳐해서 보여주면 중국인 동료들조차 어떤 서비스의 캡쳐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고 인정은 하더라.



일단 파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기획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중국의 앱들이 지나치게 판매와 구매에 최적화된 UI, UX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장바구니에도, 마이페이지의 주문내역에도, 상품의 상세 페이지에서 새로고침(Pull to Refresh)을 해도 추천 상품 등을 노출시키며 어떻게든 하나라도 더 판매하려는 의지가 너무 노골적이다.

한국 기획자로서 예상치 못한 영역에서 까지 상품 추천을 받다보면 노골적이다 못해 놀랍기까지 한다.



한 곳에서라도 더 팔아야 한다.

북경과 상해 등 1/2선 도시의 경우에는 모바일 네트웍 환경이 좋지만 3선 도시 이하로 내려가면 2G가 뜰 정도로 네트웍 환경이 나쁘다보니 컨텐츠 로딩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리스트 뷰 구성과 로딩 처리 방법, 해상도가 낮은 이미지를 우선 표시한 다음 고해상도로 대체하거나 상품 상세 페이지를 빠르게 그리기 위해 고민한 UI 구성이나 이미지 처리 방법 등은 뛰어난 네트웍 인프라 환경에서 기획하고 개발하는 한국의 기획자들과 개발자들이 오히려 배워야할 것 같다.
 

상품을 팔기 위해 컨텐츠를 산다.

서비스 방문과 상품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이미지와 동영상 등을 활용한 컨텐츠 제작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메뉴바 2, 3번째에 위치할 정도로 컨텐츠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실제 상품을 구매하지 않아도 컨텐츠를 보기 위해 앱을 방문하는 사용자가 꽤 많으며 이 컨텐츠를 통해 상품의 구매로 연결되는 경우가 외부 광고를 통한 구매율보다 높다하니 공을 안 들일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그렇다보니 앱에서 제공하는 페이지와 기능도 엄청 많을 뿐더러 그 depth도 엄청 깊다.



QR코드, 사진, 음성 등 다양한 검색 방식을 제공한다.

중국어가 어려워 문맹률이 높은데다 타이핑이 힘들기 때문에 텍스트 기반의 검색과 함께 QR코드, 사진, 음성 등 다양한 검색 방식을 제공한다. 사진과 음성검색의 경우 머신러닝을 활용해야 하는 등 기술적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기술력이 안 되는 회사의 경우에는 인기/추천 검색어 등을 최대한 활용하여 타이핑 없이도 검색을 할 수 있게 지원한다.

중국에서 QR코드가 대중화되고 AI, 보이스톡과 보이스챗, 챗봇 등이 발전한데에는 언어적인 영향이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챗봇을 잘 활용한다.

중국인들은 상품을 하나 사더라도 판매자와 위챗과 QQ를 통해 문의나 가격협상 등을 하려고 한다. 때문에 사용자의 수많은 문의에 일일이 답변을 하는게 어렵기 때문에 이를 위해 챗봇이 발달되어 있다. 중국 앱의 고객센터를 들어가보면 시나리오 기반의 UI형태 챗봇과 자연어 처리 기반의 지능형 챗봇이 적절히 섞여 사용자의 문의에 응대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의 챗봇이 트렌드 기반의 실험적인 서비스에 그치고 있다면 중국의 챗봇은 필요에 의해 엄청난 발전과 성장을 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독립형 챗봇은 개발비용대비 비즈니스 효과가 낮고 페이스북 챗봇은 시장점유율이 낮아 결국 카카오에서 제공하는 챗봇API를 활용해 챗봇을 개발할텐데 카카오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챗봇과 관련해서는 시간이 되면 별도의 글을 작성할 생각이다.



멀티 구매와 배송을 지원한다.


중국의 커머스를 사용하다보면 한 개의 앱에 다수의 매장이 입점되어 있다보니 여러 매장에서 상품을 구매하고 이 상품을 다수의 배송지로 배송하는 것을 지원한다.
인건비가 싸서 물류·유통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멀티 구매와 배송을 지원하는 것을 보면 역시 대륙답다.


드론 배송, AR 홍바오, VR 매장 등 신기술을 연구하고 적극적으로 실험한다.

쿠팡, 11번가, SSG, G마켓 등 한국의 대표적인 커머스 앱들이 신기술을 연구하고 적극적으로 실험한 적이 있었던가? 중국의 커머스들은 과연 가능할까 싶은 것조차 끊임없이 연구하고 도전하며 실험한다.



완성도보단 실행력과 속도.

난 한국의 IT경쟁력이 이미 중국에 뒤쳐졌고 앞으로도 따라잡는 건 고사하고 그 간극이 계속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정부 정책도 큰 몫을 하겠지만 중국 서비스들의 엄청난 자본력과 경쟁을 통한 빠른 실행력과 속도 때문이다. 정말 하루가 다르게 변화한다. 이슈가 된다고 해서 설치해보면 UI도 기능도 형편없고 버그도 많아서 놀라곤 하는데 매우 빠른 속도로 안정화 및 고도화를 진행해서 한달이 지나면 깜짝 놀랄 정도로 변해있다.   


결국...

엄청난 밸류에이션을 통한 자본력과 함께 약 14억 인구, 56개 민족의 복잡하고 다양한 니즈 및 지식수준이 낮은 사람들마저 만족시키며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서비스와 비교하여 디자인이나 UI는 한국이 아주 조금 앞서 있는 듯 하지만 UX, 기획력, 기술력, 실행력은 저 멀리 앞서가고 있어 한 기획자로서 걱정과 우려가 큰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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