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그렇다. 이 글은 2014년 12월 30일에 작성된 글이다.) 2014년 한해를 반성하고 다가오는 2015년 새해를 맞이해야 한다는 (내 자신과의 약속이라고 이야기하고) 강박관념 때문에 2014년을 반성하려고 보니 본의 아니게 사업 실패를 다룰 수 밖에 없더라.
앞서 '창업과 실패, 그리고 잃은 것'이라는 제목으로 사업 실패로 잃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이번엔 씁쓸하고 가슴이 아프지만 이렇게 실패한 이유를 밝히고 스스로 반성해본다.
수많은 리워드앱(혹자는 '보상형앱' 또는 '돈 버는 앱'이라고들 이야기한다.) 회사들이 소리소문없이 또는 먹튀 논란을 일으키며 사라지다보니 리워드앱을 개발하고 운영한 사람으로서 리워드앱 시장과 왜 이렇게 다들 실패를 하는지에 대해서 자주 질문을 받곤했다.
그때마다 이야기했던 내용을 한번 정리해본다.
참고로 우리의 경우 나름 후발주자였지만 리워드앱을 시작했을 당시 경쟁자가 그리 많지 않았고 기술적으로도 매우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실제 기술적으로 뛰어나다는 이야기는 너무 자주 들어서 식상할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시장엔 몇몇 리워드앱이 존재했고 그 앱들을 분석하며 우리 나름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으며 그 어느 회사보다 팀원의 경험과 실력이 뛰어나다고 자부했으니 후발 주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장에 뛰어들지 않겠겠나.
그리고 투자를 받지도 않았고 받기도 어렵다보니 돈을 벌어야 정말 만들고 싶은 보다 큰 비즈니스 모델을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안정된 비즈니스 모델을 선택했다. 물론 이것이 잘못된 판단이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데에만 1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여하튼 결국 사업은 실패했고 실패한 이유를 생각해보니 기술력도, 자금도 아닌 결국 시장을 잘못 읽은 나의 잘못이 컸다는 사실에 도달했다.
일전에 블로그에 앱디스코의 실패 이유를 다룬 글(애드라떼, 결국 터질 것이 터졌다.)이 뜨거운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애드라떼에 있던 지인들과 그 주변인들, 그리고 언론 등을 통해 전해들은 이야기를 종합해서 쓴 글인데 그 글을 쓰면서 우리는 앱디스코와 같은 시행착오를 거치면 안 되겠다 싶어 그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노력했는데 선두주자가 크게 성장한 이후 후발주자들과의 경쟁에서 앞서 나가야할 시기에 잘못된 판단과 전략, 운영으로 인해 실패한 경우를 부지런히 추월해야하는 후발주자가 반면교사를 삼다니 착각도 이런 착각이 있을 수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애드라떼의 높은 보상(친구초대 시 1천원을 적립해주는 등의 추천인 보상)이 재정적 부담이 되어 누적된 적자로 인해 망한 것이 아니냐고 묻곤 한다. 하지만 난 그것이 결정적인 이유라고 생각치 않는다. 오히려 그 마케팅 전략이 초기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였으며 빠른 성장을 통해 많은 투자를 받을 수 있었고 그 투자금을 바탕으로 충분히 가능한 마케팅이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일전에 이야기한 것처럼 조직 관리와 운영의 실패가 가장 결정적인 이유였다고 난 아직까지 믿고 있다.
결국 우리가 실패한 첫번째 이유는 선두주자인 앱디스코의 '애드라떼'와 엔비티파트너스의 '캐시슬라이드'처럼 사용자에게 큰 보상을 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후발주자다보니 큰 투자금을 유치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무모하게 큰 보상을 지급할 수 없었던 것이다. 즉 마케팅에 한계가 많았다.
두번째 이유는 CPI시장의 구조적 한계와 사용자가 앱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술적 한계 때문이다.
국내 리워드앱의 경우 대부분 티앤케이팩토리와 아이지에이웍스, 탭조이 등의 CPI대행사를 통해서 광고 물량을 공급 받는다. 비슷한 대행사를 통해서 물량을 공급 받다보니 이들의 필터링에 의해 한 리워드앱에서 설치를 통해 보상을 받은 경우 타 리워드앱에서는 보상을 받을 수 없다. (광고주를 보호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치이다.)
이미 먼저 설치한 리워드앱이 있는 경우 비록 소액일지라도 적립해놓은 적립금이 있을테니 타 리워드앱의 사용빈도수가 낮을 수 밖에 없고 또 참여 불가능한 캠페인이 많을테니 짜증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성장의 속도가 생각보다 더디고 전환율이 높지 않으며 마케팅을 진행해도 ROI가 나오지 않는다.
세번째 이유는 CPI모델이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모바일 시장에서 (마땅한 대안책이 없다보니)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안착을 하였고 이로인해 성장한 CPI대행사들이 보다 쉽게 적용이 가능하도록 API 및 SDK 등을 제공하면서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버렸다.
게다가 마땅한 수익모델이 없는 모바일 시장에서 확실히 수익이 발생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완전경쟁의 시장이 되어버렸다.
때문에 CPI모델이 리워드앱 뿐만 아니라 소셜미디어, 쇼핑 앱은 물론 네비게이션 등 수많은 앱 내에서 충전소 형태로 제공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네번째 이유는 이미 성장이 정체된 생태계라는 점, 즉 생태계에 수많은 매체들이 참여하고 있다보니 모델의 발전이 어렵다는 것이다.
캐시슬라이드와 허니스크린 등 초기에 생태계와 함께 성장한 선두주자의 경우 자체 영업 인력을 확보하여 대행사 의존없이도 영업이 가능한 상황이다보니 다양한 광고 상품을 테스트하고 적용할 수 있지만 후발주자 리워드앱들은 적은 자원과 사용자로 인해 영업 인력을 확충해서 직접 영업을 하는 것이 힘들다. 그렇다보니 새로운 광고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기가 어려워 선두주자와 그 차이가 계속 벌어질 수 밖에 없다.
새로운 광고 상품을 개발해서 대행사와 미디어렙사에 소개해봐야 사용자 규모가 적어 영업하기 어려우니 일정 규모를 만들어서 다시 찾아오라는 이야기만 반복해서 듣게 된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왜 대행사와 미디어렙사가 모바일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고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는지 '미디어렙사가 가야할 방향'이라는 글에서 한 차례 이야기를 했으니 관련 종사자라면 한번 읽어주길 부탁드리며 변화를 기대해본다.
다섯번째 이유는 리워드앱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과 배신감, 피로감을 들 수 있겠다.
먹튀 논란, 환급 및 구매 제한, 적은 리워드, 잦은 지급 오류 등 수많은 문제가 끊임없이 리워드앱들의 발목을 붙잡고 또 붙잡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후발주자 리워드앱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이미 해당 시장은 정점을 찍고 정리 수순에 들어갔으며 선두주자로 국내에서 자리를 잡고 해외진출을 시도한 업체들을 제외하곤 모두 정리될 것이다.
상위 업체들도 국내 시장에서의 마케팅 진행은 ROI가 나오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국내 마케팅을 줄이고 잉여 자금을 해외진출 및 신규 아이템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에서 후발주자로 시작하는 건 미친 짓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리워드앱을 준비하고 있고 또 준비할 생각이라면 다른 아이템을 고민해보길 바란다.
P.S. : 지금에 와서 밝히는 이야기지만 수많은 분들이 '그 멤버로 리워드앱을 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며 조금 늦었지만 핀테크를 시작해보면 어떻겠냐?'라는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그러나 팀원들의 기술력 부족이라기 보단 기획과 전략을 책임지는 내가 법학을 공부하고 광고 비즈니스와 SNS를 기획하고 운영한 경험 밖에 없다보니 국내의 높은 규제를 잘 이해하고 있어 규제 때문에 어렵다고 판단하였고 핀테크와 관련된 노하우가 부족하여 핀테크 시장에 뛰어들 엄두를 못 내었다는 사실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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