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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ning

한국의 기획자들

by 세균무기 2014. 7. 21.


먼저 저는 법학과 행정학을 전공한 비개발자 출신의 기획자로 8개의 IT기업에서 9년 동안 AE와 기획자로 일했으며 기획자로 일한 경험은 정확히 6개 기업, 6년차임을 밝힙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야기하는 기획자는 IT업종, 특히 서비스 기획자로 특정합니다.



국내 기획자의 출현


- 모든 등장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2011년 9월, '미국에는 웹기획자가 없다?'라는 포스팅을 통해 한 기획자로서의 실망과 좌절, 위기감과 반성, 그리고 기획자 여러분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쓴 적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미국에는 문과대 출신의 기획자가 없습니다. 

왜 미국에는 없는 문과대 출신의 기획자가 한국에는 있을까요?


그건 국내 기업 문화와 그 궤를 같이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명하복의 경직된 의사소통, 복잡한 보고 체계, 부서간의 이기주의, 연공서열식 평가제도 등 매우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기업문화로 인해 중간 관리자가 필요했으며 개발자보다는 경영진이나 여러 구성원들과 의사소통이 수월하고 비즈니스를 빨리 이해할 수 있는 경상대 출신 등의 문과대 출신이 중간 관리자로서 등용되었습니다. 이렇게 등용된 관리자들이 IT업종에서 경영진과 개발자, 디자이너를 포함한 여러 구성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기획자로 자리를 잡게 됩니다. 그렇게 한국의 문과대 출신 기획자들이 하나 둘씩 늘어 한국형 기획자 전성시대를 누리게 됩니다. 물론 과거체입니다. 


소통은 개뿔!


하지만 비교적 수평적인 기업문화를 가진 미국에선 중간 관리자로서 비개발자 출신의 기획자가 필요 없었습니다.

게다가 대다수 국내 IT기업들의 대표와 임원들이 비개발자 출신임에 반해 미국은 개발자 출신이 많다는 점도 한 몫을 했을 것이고요.



기획자는 누구인가?


- 안녕! 기획자는 처음이지?


한국에서 기획자는 기획자들 스스로도 정의가 안되 Product manager 또는 Project manager, Planner, UX designer 등 다양한 용어로 자신을 소개하듯 매우 정의하기 어려운 직군입니다. 외국에는 딱히 없는 직군이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기획자의 업무롤을 규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더 큰 이유라고 봅니다.

그럼 기획자는 도대체 어떤 일을 하며 어디까지가 기획자의 롤일까요? 

제가 기획자로 일한 경험을 되돌아보니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하는 업무 외 모든 업무라고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기획자는 철학가이자 몽상가로 사용자이며 커뮤니케이터이며 분석가이며 비즈니스 디벨로퍼이며 카피라이터이며 마케터이며 영업사원이며 운영자이며 개발자가 코딩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서포터이며 온갖 잡무를 도맡아 처리하는 서무입니다.


그리고 미안하게도 어쩔 수 없이... ㅡ.,ㅡ;;


기획자는 이렇다고 하네요! :) [협찬 : #이상한모임]


때문에 업무의 범위가 매우 방대하다보니 경력자라 할지라도 정말 뛰어난 기획자인지 아닌지 검증하기 어려워 과거 성공한 서비스의 유무나 입소문 등에 의존하여 능력(?)을 확인하고 채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채용해놓고 보니 실력이 형편없어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죠?!?! ㅡ.,ㅡ;;



기획자에 대한 끊임없는 논란


- 과연 이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기획자가 개발을 알아야 한다는 논란은 기획자가 출현했을 때부터 시작하여 개발자와 디자이너 사이에서는 물론이거니와 기획자들 사이에서도 끊임없는 논란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건 기획자들이 개발자나 디자이너와 달리 중세 길드처럼 도제식으로 배우는 경우가 많고 그렇다보니 학문적 발전이 전무하여 발생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서점에서 기획 관련 서적을 찾아보세요! 참담하기 그지 없습니다. 물론 이유는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업무의 범위가 방대하다보니 한 분야를 전문적으로 공부한 스페셜리스트보다는 제너럴리스트형 기획자들이 많은데다 도제식으로 학습을 했기 때문입니다.

개발자들은 컨퍼런스도 가고 개발서적도 보며 공부를 하지만(또는 하는 척 할 수 있지만) 기획자들은 끊임없이 보고 읽고 쓰고 또 써봅니다. 그렇다보니 기획자들이 수많은 기사를 읽고 서핑을 하고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면 '놀고 있네!'라며 생각하는 분들이 꽤 많죠.

만약 그럴 일도 없겠지만 기획 관련 전문서적들이 서점을 가득 채운다면 과연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이 개발을 공부하라, 디자인을 공부하라는 소리를 할 수 있을까요? 개발 관련 서적이 한 권이라면 기획 관련 서적은 그 수를 헤아릴 수도 없을텐데요.


개발서적은 많은데 기획서적은... @.,@;;


물론 개발을 알면 도움이 된다는 걸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획자가 개발을 알면 개발자, 디자이너와 소통하기 좋고 이로 인해 업무의 속도가 빨라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애플이 4,000개, 구글이 5,000개의 신규 API를 공개했는데 이런 기술을 알고 적용하는 시도를 하면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BM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기획자가 개발을 배우는 것이 기획 업무에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때문에 저를 포함하여 많은 기획자들이 개발을 공부하면 좋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선 개발을 공부한 기획자에 대한 개발자들의 불평과 불만도 만만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기획자가 개발을 알고 모르고의 문제가 아니라 개발을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과 자세, 그리고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즉 본질은 사람에 대한 문제입니다.

잘 생각해보세요! 기획자를 관리자로 생각한다거나(정말 그렇거나 그렇게 행동하거나) 아님 그 사람이 기획자로서가 아닌 사람으로서 싫은게 분명합니다.


그렇다고 기획자가 사라지면 개발자들은 좋을까요?

개발자분들이 수많은 잡무와 회의와 문서작성에 치여 코딩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세요. 기획자가 사라져 기획자가 해야할 업무를 당신이 해야한다고요! 설마 실리콘밸리를 떠올리며 좋다고 생각하신다면 안타깝게도 여긴 한국입니다.



기획자의 위기. 그리고...


-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위기는 위기일 뿐...


장벽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웹기획자와 모바일 기획자의 장벽이 무너졌고, 외국 서비스와 국내 서비스의 장벽이 무너지고 있으며, 나아가 개발자와 기획자의 장벽도 무너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획자 전성시대가 저물고 개발자 전성시대가 도래했으며 모든 구성원이 기획자가 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국내 기획자들에겐 위기의 시대입니다.


결론은 유학생들도 많아지고 외국 서비스들도 국내에 직접 진출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들도 실리콘밸리의 문화를 도입하려고 노력하고 있을 뿐만아니라 이제 초중고 학생들도 소프트웨어 개발을 공부하는 시대를 맞이하였습니다.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대다수 구성원들이 개발을 이해하게 될 것이며 외국처럼 기획자들이 필요없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때문에 기획자들이 보다 전문성을 키우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위기를 넘어 생존 자체를 고민해야할 시기가 올 것입니다. 


P.S. : 이 글은 프로버스랩의 강미경 대표님께서 페이스북에서 시작한 글의 연장선상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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