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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up

2017년의 회고, 그리고 회사를 떠나며...

by 세균무기 2017. 12. 31.

이 글은 한 회사의 창업멤버이자, 회사의 히스토리를 가장 잘 알고 있고, 또 기록한 사람으로서 이 회사가 성공하면 책을 출판할 목적으로 써놓았던 글들의 마지막 장, 즉 결론이 될 것 같다.
그런데 2017년을 마지막으로 3년을 함께한 이 회사를 퇴사하다 보니 마지막 장보다는 결국 회고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아쉽냐고?
퇴사해서 아쉬운게 아니라 책을 출판하지 못해 너무 아쉽다.


지난 3년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3년 전인 2015년 2월 28일, 창업한 회사가 망하면서 다시금 해외로 나가야겠다(그 전엔 필리핀 마닐라에서 일했다.)는 생각에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이 스타트업에 입사를 하였다.
그렇게 중국 베이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 중국에서 첫 한달을 보내고 쓴 글 : 중국에서의 첫 한달

베이징에서 6개월을 보내다 한국인과 중국인 개발자 사이에 협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개발이 늦어지고, 한국인과 중국인 사이의 반목이 반복되는 바람에 조직이 와해 및 붕괴되면서 급하게 한국 지사 설립을 위해 홀로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달 정도 지사 세팅만 하고 베이징으로 돌아갈 계획이었기 때문에 달랑 캐리어 하나 끌고 와 호텔에서 생활했는데 세팅 초기 인력 간에 다툼과 내분 등으로 세팅이 늦어지면서 결국 한국에 눌러 앉아버렸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중국 본사는 한 차례 사명을 변경하였고 종국엔 사라지면서 결국 한국 지사만 남게 되었다.

- 조직이 와해되면서 그 문제와 심경을 토로한 글 : 조직 내 인지부조화



서비스도 중국의 대형 오프라인 체인점에 온라인 커머스와 온-오프라인을 연동하는 O2O 플랫폼을 제공하는 대형 프로젝트에서 사드와 함께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히다 보니 중단되고 타겟을 미국으로 바꾸어 재시도도 해봤으나 내세울만한 성과를 내지 못해 결국 한국에 유아용품을 판매하는 쇼핑몰로 피봇을 하는 등 수도 없는 내홍을 겪었다.
피봇만 수차례에 오고 나간 사람만도 50명이 넘는다.
얼마나 많은지 26명까지는 그 이름과 입사/퇴사일을 기록해놓았는데 그 이후부턴 기록도 하지 않았다.

이 모든 순간에 나홀로 기획자이자 프로덕트 매니저로 중국 서비스에서 미국 서비스로 결국 한국 서비스까지 수없이 많은 기획서를 그리고 프로젝트를 리딩했다.
한마디로 개고생을 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쓰려던 이 책의 부제가 '뛰어난 리더만이 성공하진 않는다.'였다.

수많은 책들이 이야기한다. 성공하기 위한 리더의 자격과 조건을...

기존의 성공한 리더의 법칙은 잊어라!

스티브 잡스, 마크 주커버그, 엘론 머스크 등 수많은 성공한 리더들을 언급하면서 뛰어난 리더만이 성공한 기업을 만들 수 있다며 리더의 조건이나 법칙을 언급하는 수많은 책들은 이제 그만 버려라!
당신은 천재도, 뛰어난 리더도 아닐 수 있다.
그렇다고 성공한 기업을 만들 수 없을까?
기존의 뛰어난 리더의 조건과 법칙을 뒤집는 지극히 현실적인 스타트업 이야기.
세상의 뛰어나지 않은 수많은 CEO들에게 건네는 위로 같진 않지만 위로 같은 이야기가 이제 시작된다.

위 글이 책의 서문으로 작성해 놓은 글이었다.


대표가 뛰어나지 않아도 설령 바보 같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책을 쓰고 싶었는데 이렇게 보기 좋게 퇴사를 했다.
그리고 결국 이 책은 출간할 수 없게 되었다.
뛰어난 동료와 직원들이 회사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는 책을 집필하고 싶었는데 결국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대표 나아가 리더가 얼마나 중요한지 말이다.

내가 너무 기고만장했다.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시간이 지나야 할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그 많던 동료들은 모두 사라지고 이제 대표를 포함하여 7명만 남게 되었다.
나는 이미 너무 지쳤다. 싸우는 것도 논쟁하는 것도 이 회사에 있는 것도 너무 지쳐 버렸다.
그리고 나는 네번째 시도만에 결국 퇴사를 했다.  

- 세번째 사직서를 제출했을 때 쓴 글 : 개미지옥에서 탈출하기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시간이겠지만 남은 동료들이 꼭 성공을 시켜줬으면 좋겠다.
그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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