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춤을...

Posted in Life // Posted at 2015.04.07 08:50


이 글을 쓰는 내내 케빈 코스트너가 감독과 주연을 맡은 영화 '늑대와 춤을'이 떠올랐다.
서부개척시대 당시 육군 중위인 존 덴버가 원주민인 라코타족과 접촉하여 라코타족의 일원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 늑대와 춤을.
영화 초중반, 존 덴버가 라코타족과 동화되어 가는 과정에서 는 고뇌와 갈등, 문화적 충격, 그리고 역경 등이 꼭 현재 나의 상황과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다.

즉 쉽게 말해 매일 멘붕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다.

참고로 현재 몸을 담고 있는 회사는 한국인 9명, 중국인 15명 정도(일 것이다!?!?)로 구성된 IT스타트업으로 중국 베이징에서도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왕징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그리고 나는 베이징에 도착한지 이제 두달도 채 안 되었으며 이 짧은 기간 동안 내가 경험한 중국과 중국인들이 다 이렇지는 않을 것이며 또 오해를 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겪고 있는 상황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블로깅이며 차후 변화하는 내 심정과 상황을 비교하기 위해 작성하는 글이니 오해 없이 읽어주기를 바란다.




중국적 세계적

중국의 유명 맥주인 청도맥주 캔 상단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 '중국적 세계적'
이 문구만큼이나 중국인들을 잘 표현하는 문구가 있을까?
중국인들과 일을 하다보면 '한국인들이 중국에 대해서 잘 모른다.'며 '여긴 중국이다.'라고 못을 박는 경우가 자주 있다. 비교적 답이 있는 개발에서조차 자신들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여긴 중국이다.'라는 말로 넘어가려는 모습을 보면 답답하고 짜증나며 때론 황망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그 말에서 부끄러움보다는 자부심이 느껴지니 더욱 미칠 노릇이다.

'여긴 중국이다.'라는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을 합리화시키는 이들을 보고 있자니 내가 공산국가에 와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결국 설득하기 보단 이들의 색깔을 역이용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허세건, 이중인격이면 어떠랴!


중국인들이 타인에게 허세를 잘 부린다는 이야기는 자주 들어왔으나 실제로 일하면서 겪어보니 허세에 더하여 중국의 정치상황처럼 매우 이중적이다.
집은 없어도 외제차를 끌고 다니고 남들 다 가는 여행지라면 돈이 없어도 빌려서라도 꼭 가야한다는 중국인들.

그런데 그 허세가 일에서는 이중인격이 되어버린다. 경영진이 무리하게 정해놓은 일정에 중국인 개발자들이 염려되어 개발자와 사전에 협의를 하고 경영진에게 오픈시 필요한 최소한의 기능만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나와서는 언제 그랬냐듯 일정 핑계를 대며 가장 필수적인 기능마저도 개발을 못 할지도 모르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내가 오기 전에 한 중국인(참고로 한족이다.) 통역이 실수로 녹음기를 켜놨는데 그걸 발견한 중국인 동료들이 한국인 스파이라며 열을 내며 왕따를 시켰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왜 그들이 녹취와 문서화를 싫어하고 메신저보다는 구두로 이야기하는 것을 선호하는지 이제서야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결국 중국인들과 일을 할 때에는 무조건 녹취와 문서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인민의 평등을 이야기하지만 절대 서구적인 평등은 아니다.


미국의 직장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인 필리핀에서 일하며 서구적인 직장 내 평등이란 것이 무엇인지 경험할 수 있었는데 이 회사에 오면서 앞서 일하던 한국인 동료들로부터 중국의 직장 내 문화는 매우 평등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서구적인 직장 내 평등을 떠올렸다. 그런데 불과 한달도 채 넘기기 전에 내가 생각했던 평등 개념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들의 평등은 공산국가에서 이야기하는 평등(그들이 생각하는 평등 개념이 아직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이지 절대 합리적인 평등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무리 평등하더라도 질서와 절차, 규칙, 규정은 있어야하고 이를 지키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이건 혼돈과 무질서 그 자체였으며 말이 평등이지 경청이나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고 무시와 반목 뿐이였다.
그냥 자기가 유리하거나 좋을 때만 평등을 이야기하지 합리적인 평등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왜 관리자급 한국인 주재원들이 중국인 직원들을 대할 때 강압적이고 폭압적이며 상식 이하로 대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장기간 중국에 머물며 실험과 연구를 통해 효과적인 관리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그 편이 중국에 머무는 몇 년 동안 가장 쉽게 성과를 낼 수 있는 길이였으리라 생각된다.




상위 1%의 중국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위 1%의 중국기업은 정말 무섭게 성장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이미 많은 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이 기업들을 잘 살펴보면 대다수 유학파와 외국에서 일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관리자에 위치해 있고 해외와 중국에서 유능한 인재들을 높은 연봉으로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1억 연봉이 우수울 정도다.
그러나 그 외 99%의 기업은 막상 기초가 부실한 상태에서 높은 빌딩을 세우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한국에서 보고 듣는 중국기업은 상위 1%의 기업들이다. 그러나 현지에서 보고 듣는 기업들엔 99%의 기업들도 포함되어 있다보니 아직은 가야할 길이 멀고 이로 인해 기회의 땅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전세계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하드웨어 업체가 아닌 IT서비스라면 빠른 카피로 내수에서는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기초설계가 부실해 글로벌에서 성공하기엔 어렵지 않을까 싶다.
국내 언론들이 우려하는 바와 달리 중국 하드웨어 업체들은 내수로 벌어들인 엄청난 자금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특허문제 등을 해결하며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매년 중국 내 특허등록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봐도 그렇다.
그러나 IT서비스(전자상거래 제외)는 생각보다 느리거나 어렵지 않을까 싶다. 이건 가격경쟁력의 문제가 아닌 문화에 대한 이해와 신뢰가 필요한건데 단기간 내에 중화사상을 탈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내가 이 회사의 (중국어)사명이 한국어로 '빨리 빨리'였다는 사실을 진작 알았더라면 이 회사를 오지 않았을 것이다. 나의 무지가 화를 자초했다고나 할까. IT서비스 회사의 사명이 '빨리 빨리'였고 그 사명에 대표의 결연한 의지가 함축적으로 표현되어 있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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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무기, 지구별에 흔적을 남기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유세균입니다.
법과 행정을 전공한 웹/모바일 기획자이자 PM이며, 그리고 변방의 한 블로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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