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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고려대 김예슬 학생의 자발적 퇴교, 그리고 언론플레이.

by 세균무기 2010. 3. 13.
3월 10일, 고려대 정경대학 후문에 붙은 장문의 대자보가 사회적 이슈와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라는 붉은색 제목으로 붙은 이 대자보는 고려대 경영학과 3학년에 재학중인 김예슬 양(이미 언론 등을 통해 실명이 모두 공개되었기 때문에 실명을 그대로 사용합니다.)이 쓴 전지 3장 분량의 내용으로 끊임없는 경쟁만 조장하며 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한 대학과 우리 사회의 교육 현실을 비판하며 대학을 그만두겠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12년을 대학입시를 위해서 공부하고, 또 대학에서는 비싼 등록금을 내며 취업을 위한 간판을 취득하며 대학을 졸업해서는 극심한 취업난으로 고생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결국 모든게 취업을 위한 교육과 경쟁으로 변질되어 버린 한국사회의 교육제도 하에서 한 대학생의 이유있는 울부짖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게다가 대학 졸업 후 많은 대학생들이 비정규직으로 전락한다는 '88만원 세대'라는 말이 등장하고 자발적 미취업자를 뜻하는 니트족이 40만명을 넘어서며 구직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하니 기성세대들이 만들어 놓은 매트릭스 안에서 고생하는 현재의 대학생들이 안쓰럽게만 느껴지네요.
(그러니 선거날에 데이트나 놀러 갈 생각만 하지 말고 투표 잘 하란 말이다. ㅡ.,ㅡ;;;;)


대자보 전문입니다.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 둔다. G세대로 '빛나거나' 88만원 세대로 '빚내거나', 그 양극화의 틈새에서 불안한 줄타기를 하는 20대. 무언가 잘못된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는 불안에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20대. 그 한 가운데에서 다른 길은 이것밖에 없다는 마지막 믿음으로.

이제 나의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25년 동안 긴 트랙을 질주해왔다. 친구들을 넘어뜨린 것을 기뻐하면서. 나를 앞질러 가는 친구들에 불안해하면서. 그렇게 '명문대 입학'이라는 첫 관문을 통과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더 거세게 채찍질 해봐도 다리 힘이 빠지고 심장이 뛰지 않는다. 지금 나는 멈춰 서서 이 트랙을 바라보고 있다. 저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취업'이라는 두 번째 관문을 통과시켜 줄 자격증 꾸러미가 보인다. 다시 새로운 자격증을 향한 경쟁 질주가 시작될 것이다. 이제야 나는 알아차렸다. 내가 달리고 있는 곳이 끝이 없는 트랙임을.

이제 나의 적들의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이름만 남은 '자격증 장사 브로커'가 된 대학, 그것이 이 시대 대학의 진실이다. 국가는 의무 교육의 이름으로 대학의 하청 업체가 되고, 대학은 자본과 대기업에 '인간 제품'을 조달하는 가장 효율적인 하청 업체가 되었다. 기업은 더 비싼 가격표를 가진 자만이 접근할 수 있도록 온갖 새로운 자격증을 요구한다. 이 변화 빠른 시대에 10년을 채 써먹을 수 없어 낡아 버려지는 우리들은 또 대학원에, 유학에 돌입한다.

'세계를 무대로 너의 능력만큼 자유하리라'는 넘치는 자유의 시대는 곧 자격증의 시대가 되어버렸다. 졸업장도 없는 인생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자격증도 없는 인생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학습된 두려움과 불안은 다시 우리를 그 앞에 무릎 꿇린다.

생각할 틈도, 돌아볼 틈도 주지 않겠다는 듯이 또 다른 거짓 희망이 날아든다. 교육이 문제다, 대학이 문제다라고 말하는 생각있는 이들조차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성공해서 세상을 바꾸는 '룰러'가 되어라",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해. 나는 너를 응원한다", "너희의 권리를 주장해. 짱돌이라도 들고 나서!" 그리고 칼날처럼 덧붙여지는 한 줄,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지". 그 결과가 무엇인지는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큰 배움도 큰 물음도 없는 '대학(大學)'없는 대학에서, 우리들 20대는 투자 대비 수익이 나오지 않는 '적자세대'가 되어 부모 앞에 죄송하다. 젊은 놈이 제 손으로 자기 밥을 벌지 못해 무력하다. 스무살이 되어서도 꿈을 찾는 게 꿈이어서 억울하다. 이대로 언제까지 쫓아가야 하는지 불안하기만 우리 젊음이 서글프다. 나는 대학과 기업과 국가, 그리고 대학에서 답을 찾으라는 그들의 큰 탓을 묻는다. 그러나 동시에 이 체제를 떠받쳐 온 내 작은 탓을 묻는다. 이 시대에 가장 위악한 것 중에 하나가 졸업장 인생인 나, 나 자신임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더 많이 쌓기만 하다가 내 삶이 시들어 버리기 전에. 쓸모 있는 상품으로 '간택'되지 않는 인간의 길을 '선택'하기 위해. 이제 나에게는 이것들을 가질 자유보다는 이것들로부터의 자유가 더 필요하다. 나는 길을 잃을 것이고 도전에 부딪힐 것이고 상처 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삶이기에 지금 바로 살기 위해 나는 탈주하고 저항하련다. 생각한 대로 말하고, 말한 대로 행동하고, 행동한 대로 살아내겠다는 용기를 내련다.

이제 대학과 자본의 이 거대한 탑에서 내 몫의 돌멩이 하나가 빠진다. 탑은 끄덕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작지만 균열은 시작되었다. 동시에 대학을 버리고 진정한 大學生의 첫발을 내딛는 한 인간이 태어난다. 이제 내가 거부한 것들과의 다음 싸움을 앞에 두고 나는 말한다. 그래, "누가 더 강한지는 두고 볼 일이다".

                                                                                                 자발적 퇴교를 앞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김예슬

먼저 항간에 논란이 되고 있는 김예슬양의 과거 운동권 행적이나 진정성을 떠나 행동하는 지성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준 김예슬양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수많은 학생들이 공감하고 분노하는 문제이지만 결국 실천하지 못하고 술 안주 삼아서 이야기하는 화제를 직접 외쳐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시킬 수 있었다는 것에 그 가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조금 아쉽고 안타까운 점은 이런 마음가짐으로 남은 1년을 착실히 공부해서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가 직접 제도를 개선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리더가 되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네요. 그리고 모난 돌이 정 맞는 한국사회에서 불 보듯 뻔하게 김예슬양이 여러 어려움을 겪을 것을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ㅡ.,ㅡ;;

벌써 김예슬 양의 과거 운동권 행적을 가지고 기성언론들이 무척이나 잘 하는 흠짓내기가 시작되었으며 진정성과 관련하여 전후사정이나 진실여부를 떠나 깍아내리기식 기사와 포스팅이 등록되고 있더군요.
전형적인 언론플레이의 양상을 그대로 따르고 있으니 이젠 뭐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네요. 게다가 그 선두에 진정성이라곤 눈꼽만치도 찾아볼 수 없을 뿐더러 더러운 과거 행적을 가지고 있는 보수언론들이 앞장서고 있으니...

그런데 대중에게 한번 묻고 싶습니다.
김예슬양의 과거 운동권 행적이나 진정성이 그리도 중요한가요?!?!
사회적 문제를 제기하는 당사자의 과거 행적이 뭐가 그리도 중요한 것인지 반문하고 싶습니다.
차라리 그런 과거 행적이나 진정성을 조사하고 흠짓낼 시간이 있다면 왜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는지 원인을 분석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올바른 언론의 행태가 아닌가요?!?! 사회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언론의 역할인데 언론의 역할을 일개 대학생이 대신해주니 밥그릇 뻇기는 것 같아 배가 아픈 건가요?!?! 일부 블로거들도 진정성과 관련해서 포스팅을 하고 있던데 언론플레이에 놀아나지 마시고 조금 실체적 진실을 바라보려는 시각을 갖기 위한 노력과 함께 자신의 내면을 반성해보는 것이 오히려 좋은 블로거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김예슬양의 과거 행적이나 진정성을 떠나, 공익을 위해서였던 자기 자신을 위해서였던 간에 자신의 가치관을 가지고 사회를 바라보고 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그 용기만으로도 박수를 보냅니다.
왜냐?!?! 대다수의 사람들은 생각만하고 실천도 못하니까요.



가슴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세균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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