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nternet

오락가락 거꾸로 가는 인터넷 법안.

by 세균무기 2012. 11. 8.

포털, 수사기관에 영장없이 사용자의 개인정보 제공 안 한다.


지난 10월 19일, '법원, 사용자의 개인정보 제공에 대해 포털에 책임을 묻다.'라는 제목으로 올해 인터넷 실명제 위헌 결정과 함께 IT역사에 의미있는 한 판결이 있었다며 블로깅을 했었다. 인터넷 사업자들이 수사기관의 업무협조요청에 관행적으로 제공해오던 이용자의 개인정보 제공 행위에 대해 법원이 포털에 일부 책임을 인정한 판결(2012년 10월 18일)로 의미있는 기록이였는데 방문자의 반응은 참으로 냉담했다. ㅠㅠ


해당 판결에 대해서 간단히 정리하면, 네이버가 경찰의 요청에 의해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본인의 동의없이 넘겨준 행위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이 항소심에서 '네이버는 사용자에게 50만원을 배상하라.'는 선고를 내린 것이다.

수사기관의 서면에 의한 업무협조요청에 인터넷 사업자가 회원의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근거는 '전기통신사업법 제 83조'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하지만 2012년 8월 23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구 전기통신사업법 제 54조 3항 통신자료제공 관련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청구에서 통신자료 제공이 '임의수사'의 영역으로 사업자가 이를 반드시 제공할 의무는 없다며 해당 조항이 기본권을 직접 침해하지 않는다고 각하 선고를 내렸다. 

즉 '요청하면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고 한 것은 반드시 따라야 하는 의무와 강제사항이 아니며 사업자는 판단에 따라 정보 제공 여부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서울고법의 일부 승소 판결은 앞서 헌재의 인터넷 사업자가 통신자료를 제공할 법률상 의무가 없다는 해석의 연장선 상에서 나온 판결이라고 볼 수 있다. 수사기관이라는 공권력을 통해 국민의 소중한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요청하는 정부의 행위와 사용자의 동의없이 개인정보를 제공한 인터넷 사업자의 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을 인정한 유의미한 판결인 것이다. 

그리고 이 헌재와 서울고법의 판결에 의해 11월 1일, 다음, 네이버, SK컴즈, 카카오 등의 인터넷 사업자들이 영장없는 수사기관의 개인정보 요청에 일체 응하지 않겠다고 발표를 한다.


그러나 끝이 아니였다.



선관위, 포털에 영장없이 개인정보 요구하다.


포털이 수사기관에 영장없이는 개인정보 요청에 일체 응하지 않겠다고 발표한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검찰, 경찰 등의 수사기관이 아닌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서 영장없이 포털에 사용자의 개인정보 제공을 요청하면서 뒤늦게 선관위가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 사실을 포털과 언론이 알게 된다.

선관위가 국민의 기본권 강화를 위한 그간의 법원의 판결, 포털의 자구책, 국민의 노력에 빅엿을 날린 것이다. ㅡ.,ㅡ;; 


지난 2011년 12월 29일, 헌재는 선거일 180일 전부터 인터넷을 포함한 SNS 등에 사전 선거운동하는 것을 규제하는 '공직선거법 제 93조 1항'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이 판결 덕분에 현재 우리는 SNS 등을 포함한 인터넷에서 선거운동 및 자유로운 정치적 의사표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Daum(다음 대선 페이지 바로가기 >)에서 정치후원금을 모금하고 자신을 밝히고 당당하게 지지선언을 할 수 있는 배경이 된 것이다.




그리고 한정 위헌 판결에 따라 18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위)는 2012년 2월 27일,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그날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와 본회의를 모두 통과시켰다. 그런데 그 통과시킨 개정안에 선관위가 영장없이 네티즌들의 개인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한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들을 상대로 '1.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 대화방 등에 글이나 동영상 등을 게시하거나 전자우편을 전송한 사람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인적사항', '2.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사람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인적사항 및 전송 통수'의 열람 또는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공직선거법 272조 3의 3항을 신설했으며 업체가 이를 거부할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벌칙 조항(261조 3항)을 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공청회와 상임위 논의과정을 거치지도 않고 하루만에 정개위와 법사위, 본회의를 모두 통과했을 뿐만 아니라 법률 공포 당시 이런 개정안의 내용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19대 총선 선거구 획정과 국회의원 정수 문제에 밀려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된 '선관위 자료 제출 요구권'은 정개위, 법사위, 본회의 내내 한번도 언급되지 않았다고 한다. ㅡ.,ㅡ;;


당시 정개위 내 공직선거관계법 심사 소위원회 구성원. 한나라당 주성영 위원이 소위원장이었으며 과반수를 한나라당이 차지하고 있었다.





선관위는 헌재의 공직선거법 제 93조 1항에 대한 한정위헌 결정에 따라 선거운동 기간 인터넷 등을 통한 선거운동을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동시에 인터넷 불법 선거운동이 급증할 것을 우려, 실무적 수단으로 선관위에 영장 없는 자료 제출 요구권을 부여하도록 합의가 이뤄졌다고 하는데 절차상 적절성과 부실함으로 논란이 될 것 같다.

또한 272조 3의 1, 2항에서는 해당 정보를 얻으려면 관할 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승인서(영장)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한 조항 내에서 3항이 앞에 명시한 1, 2항을 무력화시키면서 동시에 다른 법률마저도 예외로 둠으로써 형식면에서도 문제가 될 듯 싶다.


헌재의 전기통신사업법 제 54조 3항 위헌 확인 각하 판결과 동의없이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에 넘겨준 네이버에 대해 서울고법이 사용자에게 배상하라는 판결 이전에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었기 때문에 이후 판결을 가지고 왈가불가할 사안은 아니나 절차적 문제와 법형식에 문제가 있고 또 현재 국민의 법감정과 최신 판례들이 공직선거법 272조 3의 3항과 충돌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에 하루 빨리 개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법률이 개정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번 18대 대선에서는 어쩔 수 없이 소중한 개인정보가 선관위의 영장없는 요청에 의해 다수 넘겨질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기본권이 법률기관인 선관위에 의해 질밟히는 꼴을 마냥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두 눈 부릅 뜨고 지켜봐야 한다. 누구를 위한 선관위인지...)


그리고 국회가 입법행위를 통해 해당 법령을 개정하기 까지 오랜시간이 걸릴 것이 뻔하기 때문에 인터넷기업협회 등의 업계 차원에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통해 하루 빨리 관련법을 개정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가슴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세균무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