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엘리트가 만들어가는 디스토피아

Posted in Internet // Posted at 2015.01.30 13:00


IT서비스산업에서 10년째 종사하면서 기술의 발전에 열광하고 그 빠른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으며 기술이 가져다주는 혁신과 편의가 인류에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전의 양면처럼 발생하는 부작용은 없을 수 없다보니 부정적인 면은 줄여나가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최전선에는 정부나 시민사회가 아닌 그 흐름을 만들어가는 IT종사자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즉 규제보다는 자정노력이 앞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 시대에는 '디지털중독, 당신의 뇌는 쉬고 있습니까?'(2010년)라는 글로 하루 종일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는 현실을 걱정했고, 스마트폰 시대에는 '스마트폰 디톡스 ; Stop phubbing'(2014년)이라는 글로 하루 평균 4.1시간을 스마트폰만 바라보고 있는 현실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 외에도 IT산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을 비판하는 글을 작성했지만 여하튼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물론 관련해서 실제 문제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는 앱을 개발하기도 했으나 아쉽게도 이런저런 사정으로 결국 출시하지는 못했다.)

혹자는 이런 이야기를 하면 이런 답변을 한다

TV가 나왔을 때도, 비디오가 나왔을 때도, 온라인게임이 나왔을 때도 항상 이런 이야기는 따라다녔다고. 그러나 당시에도 당신은 몰랐겠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사회가 신기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논의하고 노력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과거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기본적 욕구인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즉 생산성을 높이는데 집중했다면 오늘날의 기술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보다는 편익의 향상과 욕심의 충족에 집중하고 있으며 그 발전의 속도가 한 집단이나 개인이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빨라졌다

이로 인해 경제력 차이와 세대간의 기술적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참 아이러니한 사실은 IT산업에서 크게 성공한 기업과 커뮤니티, 사람들이 오히려 적정기술에 관심을 가지거나 기술의 발전 이면에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다. 

빌게이츠가 최빈국인 아프리카에 말레리아 백신을 보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교육을 지원하며 최근엔 분뇨를 처리해 만들어진 물을 마시며 적정기술의 연구와 육성에 열의를 다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저명한 과학자와 의사가 종교에 귀의하여 십일조를 내는 모습(?)이 연상된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이렇게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양상과 속도로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다보니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적응할세도 없이 여러 부작용을 경험하고 있다.



부의 불평등

지난해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위치한 구글 본사로 향하던 구글의 통근버스를 시위대가 막아서는 일이 있었다. 구글과 야후 등 수많은 IT대기업들이 위치하고 있고 또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생겨나면서 그 성공을 통해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몰려있다보니 실리콘밸리와 인근의 주택임차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서민들이 보금자리에서 쫒겨나고 있다며 시위를 한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 IT기업들이 크게 성장하면서 IT종사자와 기존 지역주민/비IT종사자들 사이에 소득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조성문님의 '실리콘밸리에서 숨쉬고 사는데 드는 비용'이란 글을 읽어보면 실리콘밸리의 살인적인 물가를 엿볼 수 있다.

주변에 좀 물어보니 3인 가족의 경우 생활비가 최소한 월 8000달러는 드는 것 같다. 평균은 잘 모르겠지만 1만 달러 정도 되지 않을까? 여기에 어린 아이 하나당 월 1500달러 추가. 아이를 사립 학교에 보낼 경우 아이 한 명당 월 3000달러 추가.


월 1만 달러를 소비하려면 연봉이 얼마여야 할까? 세금 후 1만달러를 받으려면 세금 전 수입이 월 13,500달러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고, 연봉으로 환산하면 16만달러이다.

연봉 16만 달러, 이는 한국돈으로 약 1억7천 만원이다. 참고로 미국의 가구당 평균 소득은 약 5만4천 달러(2014년 11월 기준) 수준이다.  

게다가 부의 불평등과 함께 부의 편중도 심각해지고 있다.



고용시장의 파괴


물건이나 공간, 서비스 등의 자원을 소유하지 않고 공유하는 공유경제모델인 우버와 에어비앤비 등의 서비스가 크게 성공(물론, 우버의 경우 국내와 유럽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하면서 공유경제가 전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우버의 기업가치가 약 45조, 에어비앤비가 약 14조에 달한다고 하니 놀라울 정도다.

이들 공유경제 서비스들은 기존 교통과 숙박산업 등의 비효율성과 비경제성을 공략하며 파괴적 혁신을 통해 기존 산업을 무너뜨리고 있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야 경제적인 가격에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데 공유경제 서비스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사회적으로 낭비되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재분배할 수 있다는 선한 동기마저 제공하니 기존 산업과 비교하면 이 얼마나 매력적인 경제모델인가?

때문에 우리는 공유경제의 마력에 빠져 IT엘리트들이 만들어가는 파괴적 혁신과 그로 인한 편의를 매우 긍정적으로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물론 논란의 여지는 많다.
우버가 고용창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며 관련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으며 공유경제가 만들어가는 경제적 가치가 크다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정규직이 사리지면서 고용시장이 파괴되고 있으며 절대적 경제적 가치는 비슷하나 그 이득은 우버 경영자들과 소수만이 누리고 있다고 이야기를 한다.

IT와 공유경제가 고용시장을 파괴하고 수많은 실직자를 양산해나갈 것이며 대부분의 부는 소수의 IT권력이 독점하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아직 그 결과는 더 지켜봐야하겠지만 IT종사자로서 부디 장밋빛 미래이길 바랄 뿐이다.


소득 없는 디스토피아

IT엘리트와 권력이 만들어가는 어두운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IT메카인 실리콘밸리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IT기술이 발달하면서 갈수록 생산력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투입되는 노동력은 줄다보니 노동에 대한 가치는 갈수록 낮아지고 실직자들은 늘어나면서 한 인간이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기초소득마저 유지하기 어려운 디스토피아적인 미래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재산과 소득의 많고 적음이나 노동 여부 등의 조건과 관계없이 개별적으로 기본적인 소득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이게 무슨 빨갱이 같은 소리냐고 물어뜯고 싶은 사람들이 있겠지만 그들에겐 아쉽게도 기본소득에 대한 주장은 프랑스의 경제학자 '앙드레 고르'에 의해 처음 주장되었으며 미국, 그것도 IT권력의 메카인 실리콘밸리에서 자유주의자들에 의해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기본소득은 조건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지급된다는 점에서 기존의 사회보장제도와 다르다.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이들은 기본소득이 절대적 빈곤을 철폐하고 상대적 빈곤을 줄이며, 자유와 평등을 증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기본소득이 노동조건을 향상시키고 노동자의 권리를 늘리며, 여성처럼 노동의 대가가 유형적으로 지불되지 않는 이들에게 자율성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또한 사회보장제도가 이미 확립된 국가에서는 기본소득을 통해 비용의 절감 효과도 기대하는데, 전통적인 사회보장제도를 유지하고 운영하는데 필요했던 세금, 즉 비효율적이고 방만하게 운영되던 공공기관을 없애고 이 비용을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사회구성원들에게 기본소득이 지급되면 구매력이 늘어나 내수가 증진되고 일자리가 확대되거나 지역 간의 격차가 해소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본소득은 IT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고용시장이 파괴되면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고민을 시작했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국내와 같이 이미 고용시장이 파괴된 시장에서는 그 여파가 매우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바 이런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어야할텐데 우리는 너무 나무(돈)만 보고 큰 숲(생태계)은 보지 않는 것 같다.




요새 내가 관심있게 바라보는 IT서비스는 IoT, O2O, 핀테크, 공유경제 등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핫한 서비스가 아닌 고용창출과 소득재분배 효과가 있는 서비스나 개발도상국을 위한 적정기술 관련 서비스다. 현재 핫한 서비스들은 인간의 편익과 욕구충족을 위한 서비스인데다 이젠 많아도 필요이상으로 지나치게 너무 많다.
게다가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부의 불평등과 편중이 심해지고 있으며 고용시장의 파괴로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먹고사는 문제를 다시금 고민하고 걱정해야 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정 가치있는 IT서비스는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IT메카인 실리콘밸리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있고 성공한 기업과 사람들이 적정기술을 연구하며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국내 IT산업에서도 이와 관련한 고민과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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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무기, 지구별에 흔적을 남기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유세균입니다.
법과 행정을 전공한 웹/모바일 기획자이자 PM이며, 그리고 변방의 한 블로거입니다.
IT와 Mobile, SNS 그리고 Startup에 관심이 많으며 여행과 애플 기기, 블랙아이드피스의 음악, 커피를 격하게 애정합니다.


메일 : ysk08900@gmail.com

  1. 싸이코손

    쩝.. 저출산 문제와 IT기술의 발전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해.
    즉 작금의 전세계적인 실업의 문제는 IT기술 발전에 따른 생산성 향상에 따른 구조적 실업인 거지.
    구조적 실업과 경제 불황에 따른 인건비가 구조조정 1순위 되므로서 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져 현재 소비를 줄이는 구조로 가고 있다고 봐.
    이건 패러다임의 변화라 어쩔 수 없어. 기본 소득이라는 개념도 땜질 처방일뿐이라 생각하고.
    인류가 70억명이 돌파했다고 하는데 이제 적정 수준으로 내려가는 단계라고 생각해..
    칼 마르크스가 주장한 자본주의 종말이라는 게 과연 나타날지.. 쩝.
    참 그러고 보면 지구라는 생태계는 참 가혹하지 노아의 홍수 같은 물로 쓸어 버리던지. 흑사병으로 유럽 인구의 1/5를 죽게 만들지 않나 각종 전쟁이 일어나 지속적으로 인구수를 균형을 맞추려 하고말야..

  2. BlogIcon ++_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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