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눈팅만 하고 있지만 유명무실하게 필진으로 활동하고 있는(?)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벤처스퀘어에 '사업자등록은 언제 해야할까?'라는 제목의 글이 기고되었다. 공동창업자로서 현재 스타트업을 운영 중인 나로서는 참 관심이 가는 주제이기도 하고, 나아가 '저렴한 비용에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법인설립을 하라며 제공하는 [온라인 재택창업시스템]에 호되게 당했고 사업자등록 이후 예상치 못했던 온갖 잡무에 시달리며 서비스 개발에 집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느낀 바가 많아 창업을 준비 중인 분들께 참 공감이 가는 내용이 등록되었다 싶어 공감의 댓글이라도 달아줄 요량으로 글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왜 상담센터는 저리 대문짝만하게 표시했을까?' 싶었는데 끝없는 오류의 향연! 수십 차례의 통화! 내 자신과의 싸움! 자신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싶다면 이용해보세요.
하지만 내용은 너무 상식적이다.
창업을 준비하거나 시작한 사람들이 아무런 고민과 정보 없이 창업을 하진 않을 것이다. 짧게는 수개월에서 수년을 고민하고 창업하는 사람들이 설마 사업자등록을 빨리 하려고 들까?!?! 기고된 글에서는 '창업을 결심한 순간 당연하다는 듯이 사업자등록부터 알아보는 분들이 있다.'고 하니 꽤 유의미한 글이 될 수도 있겠다 싶지만 이런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라면 애써 창업을 말리고 싶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사업자등록은 최대한 늦게 할수록 좋다.
사업자등록을 하는 순간 예상치 못했던 수많은 잡무를 목도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잡무가 당신의 그 멋진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집중하는 시간을 야금야금 갉아먹을 것이고 '사업은 타이밍!'이라며 누차 들어오고 되새겼음에도 불구하고 그 타이밍은 당신으로부터 조금씩 멀어질 것이다.
그런데 과연 누가 사업자등록을 빨리 하고 싶을까?
페이퍼 작업의 향연! 가끔 불을 지르고 싶다... OTL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스타트업의 창업과 창업 이후 생존을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다. (부호라면 이 글을 읽을 시간에 저희 회사에 투자를...굽실굽실~) 스타트업에게 '비용은 곧 생존'이라지 않는가. 그런데 실제 창업을 하고 운영을 하면서 준비한 자금과 그 자금 집행을 위한 계획, 그리고 예상한 서비스의 출시일이 현실과 맞지 않으면서 위기를 직면하게 된다. 때문에 생존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려고 사방팔방을 뛰어다니게 된다.
또는 창업을 하고 싶은데 부족한 자금 때문에 망설여지고 그래서 이리저리 알아보니 정부에서 창업을 육성하기 위해 쏟아진 정부지원금에 눈이 가거나 투자처를 알아보게 된다.
그러면서 우리는 사업자등록을 최대한 늦게 하면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부득이하게 사업자 등록을 빨리 하게 된다.
수많은 정부지원사업 지원서를 살펴보시라.
사업자 등록이 필요하거나 그도 아니면 선정 이후 수개월 내에 사업자 등록을 강제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투자를 받기 위해서도 사업자등록이 필수다. 그러니 자본이 많아 정부지원금이나 투자자를 기웃거리지 않아도 되는 스타트업이나 정부지원금과 투자를 받고 싶지만 매번 쓰디쓴 고배를 마시는 스타트업이 아니라면 결국 빠른 사업자등록을 할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이다.
그리고 비교적 엔젤투자자나 초기기업 전문VC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지만 정부지원금이나 창투사의 경우 자금 운영이 매우 까다롭고 페이퍼 작성에 많은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정부지원금의 문제는 '스타트업 정부지원금은 계륵일까?'라는 글에서 다루었으니 넘어간다. 느낌 아니까~
결론적으로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사업자등록을 빨리 하고 싶지 않지만 빨리 할 수 밖에 없는 여러 상황에 직면하게 되고 이런 상황이 정부가 창업률을 높이고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서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여러 문제를 만들어내며 부메랑처럼 돌아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P.S. : 써놓고 보니 데모데이 심의준님께서 기분이 언짢으시지는 않을까 살짝 노파심이... 전 데모데이를 아주 많이 애정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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