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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믿었던 발등에 도끼를 내려 찍다.

by 세균무기 2010. 4. 7.
앞 서 3월 10일자 포스팅에서 이직 후 첫 출근에 대한 소회를 밝힌지가 약 한달 정도가 지난 상황에서 또 다시 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ㅠㅠ
친한 친구들이 '메뚜기'라고 놀리는데 할 말이 없더군요.
 
전 직장을 그만두고 쉬고 있는 차에 몇 달 앞서 전 직장에서 본부장님으로 모시던 분이 한 회사의 임원으로 이직하셨는데 제가 쉬고 있는 것을 알고 몇 차례에 걸쳐 이직하신 회사로 와서 함께 일하자고 말씀을 해주셔서 고심 끝에 이직한 작은 회사입니다.

전 직장에서 웹기획자이자 한 프로젝트의 PM으로서 새벽 1~2시에 퇴근하는 것은 일상이고 또 주말까지 출근하면서 프로젝트 팀원분들과 함께 열심히 열정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는데 심신의 피로와 스트레스, 그리고 개인의 침몰(??)로 버티지 못하고 회사를 퇴사하는 사람에게 욕설과 혼자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업무량이 많았던 웹기획과 광고 업무를 남은 동료들에게 전가한다는 이유로 퇴사 전까지 일이주 정도의 기간을 가시방석에 앉혀 저 또한 다시는 그 회사를 쳐다보지도 않겠다며 나온 회사였습니다.
이렇게 경력과 커리어만 챙기고 나머지는 머리와 가슴속에서 영원히 잊어야겠다고 마음 먹었었는데 전 직장에서 모셨던 본부장님이 여러 차례에 걸쳐 함께 일하자고 제안을 하시니 그래도 지난 1년 동안 일하면서 능력은 인정받았다는 사실에 나름 울분과 증오가 사르르 녹더군요.

결국 좋은 연봉조건과 처우로 입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열정적 일하고 노력하는 것을 넘어 제가 생각하는 불러주신 분의 기대치를 넘길 수 있는 수준을 머리 속에 항상 생각하면서 일을 했는데 제가 맡아서 리뉴얼할 서비스를 분석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더군요. (능력이 부족해서 말이죠. ㅠㅠ)
먹은 것도 없는데 항상 배탈이 난 것처럼 배가 아파 화장실을 들락날락 거리고 자주 머리가 멍해지면서 사고가 정지되는 등 몸이 계속 아파 병원을 가서 내시경도 받고 상담을 받아봤는데 특별한 원인은 없다며 스트레스 때문인 것 같으니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취미 등으로 스트레스를 풀으라고 하시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도 않은 일이고... ㅡ.,ㅡ;;

이런 와중에 입사 전에 쉬면서 이력서를 제출했던 대기업들에서 합격통지와 함께 입사일정이 전달되었습니다. 이제서야... ㅠㅠ
주말에 현재 다니는 회사와 합격통지가 전달된 두 대기업 사이에서 과연 제가 어떻게 처신을 해야할 지 엄청난 고민을 해야했습니다. 행복한 고민으로 보이시겠지만 제 나름으로는 가족과 여러 지인분들께 여쭤봐야 할 정도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겠더군요. 아마 이 고민 때문에 그나저나 탈모로 고통받고 있는 제 머리에서 머리카락이 한 웅큼 빠지지 않았을까 싶네요. ㅠㅠ
결국 여러 의견을 참고하여 한 대기업으로 이직을 하기로 결정하고 어제 회사에 이야기를 했습니다.
참 믿었던 발등에 도끼를 내려 찍은 꼴이더군요. 불러주신 분과 커피숍에서 2시간이 넘게 이야기를 하면서 참으로 죄인이 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처우 개선과 미래 비젼 제시, 그리고 현재 직면한 문제를 해결해주시겠다는 말씀부터 여러 좋은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이미 고심하고 결정을 내린 상태이기 때문에 확고하게 퇴사를 해야겠다며 양해를 구했습니다. 마지막에 불러놓고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고 신경쓰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시는데 그 때 쥐구멍이 있으면 그곳이라도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그 현실을 도피하고 싶더군요. 어찌나 죄송하던지... ㅡ.,ㅡ;;
믿고 불러주셨는데 한달도 안 되서 그것도 기획서를 그리던 중에 나간다고 하면 저 같아도 쉽게 용납이 안 될텐데요.


그래서 저에게는 마음에 큰 짐을 또 하나 갖게 되었습니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받은 은혜는 꼭 두고 두고 갚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 글을 보실런지 모르겠지만 감사합니다.
그리고 또 죄송합니다. 박이사님. (_ _ )



가슴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세균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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