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인재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 미국의 철학자이자 교육자, 존 듀이
스타트업은 직원의 교육훈련이나 성장에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인사평가 방식이나 항목만을 봐도 알 수 있다. 업무 성과뿐만 아니라 역량 개발 및 성장을 위한 개인의 노력이나 사내 교육, 지식 공유 등과 같이 동료들의 성장을 위한 기여에도 적절한 평가와 보상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평가 방식이나 항목에서 그런 고려는 찾아볼 수 없다.
여러 스타트업이 적용하고 있는 OKR 평가 방식을 보더라도 가입자수나 매출, 영업이익 등 회사와 제품의 성장과 성공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 직원의 성장에 대한 고려는 없다. 때문에 스타트업에서 개인의 발전과 성장은 업무를 통해 부딪히며 배우거나 개인의 노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개인에 따라 누군가는 성장이 빠른데 반해 누구는 느리면서 편차가 발생하게 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조직에 여러 문제들을 만들며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그래서 스타트업들은 도서 구입비나 외부 교육, 컨퍼런스 참가 비용 등을 지원하며 직원 교육에 힘쓰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는 교육훈련으로서 실제 효과가 크지 않다. 직원들은 한 달에 책 한 권 읽지 않으며, 외부 교육이나 컨퍼런스 참가는 자리를 비울 수밖에 없기 때문에 회사와 동료들의 눈치를 보며 사용하지 않는다. 때로는 너무 눈치 없이 자주 사용하거나, 이를 악용하는 소수의 사람들 때문에 그 횟수를 제한하며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재직했던 모든 회사에서 도서 구입비 지원을 사내 복지로 제공했다. 그러나 많은 회사에서 업무상 필요한 책으로만 구매를 제한했고, 책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기안을 올리고 비용을 청구하는 등 그 과정과 절차가 매우 귀찮고 번거로웠다. 따라서 별도의 기안이나 비용 청구 없이도 책을 쉽게 구매해서 읽을 수 있도록 전자책 단말기를 구비하고 담당자를 정해 매달 일정 금액을 충전해 줬으면 좋겠다고 수차례 제안했으나 이를 받아들여준 회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회사의 지원을 받지 않고 항상 자비로 전자책을 구매해 읽었다.
이런 회사에서는 전체 임직원의 월평균 독서량이 한 권도 채 안 될 것이다. 우리나라 19세 이상 성인들의 월평균 독서량이 한 권도 안 되기 때문에 아무런 제약 없이 독서를 권장해도 고작 한 권이나 읽을까 싶다. 그런데 그 과정이 불편하고 귀찮다면, 누가 책을 읽으려고 할까? 독서를 많이 한 임직원에게 상품권을 지급한다는 이벤트를 진행해도 전체 임직원의 월평균 독서량이 두 권이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
외부 교육이나 컨퍼런스, 세미나 참가 지원도 마찬가지다. 이를 위한 기안이나 비용 청구도 귀찮고 번거로운 데다 참가 횟수나 비용 등의 제한도 까다롭다. 게다가 몇몇 회사에서는 참여 시 내용을 정리해서 사내 발표나 공유를 해야 한다고 하니 그냥 이용을 포기한다.
물론 사내 발표나 공유를 요구하는 이유를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교육이나 컨퍼런스에 참여했으니 열심히 듣고, 또 배운 것이 있다면 동료들에게 공유하며 구성원이 함께 성장하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내 발표나 공유는 필수가 아닌 개인의 선택이어야 한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인 교육훈련의 목적과 이를 통한 동료들의 성장을 위한 개인의 노력은 구분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애써 자료를 만들어 발표나 공유를 했다면, 동료들의 성장에 기여한 것이므로 평가나 보상에 반영해줘야 한다. 그리고 회사 비용으로 참여한 교육 이외에도 구성원들의 지식이나 배움을 적극적으로 발표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제도와 문화를 만들어 유도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개인은 공부를 하며 역량을 강화하고, 회사는 지식과 배움이 자유롭게 공유되고 흐르며 구성원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사내에서 직원의 성장이 어렵다면, 외부 활동을 통해서라도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외부 활동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거나 금지하는 회사나 매니저가 많다. 물론 회사나 매니저 입장에서는 직원의 외부 활동의 목적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직원들이 회사 업무가 따분하고 재미가 없거나 동기부여가 되지 않아 그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외부 활동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회사에서 성장이 어려워 성장과 발전을 위해 외부 활동을 하는 것인지는 파악해야 한다. 전자의 경우라면, 회사나 매니저가 직원들의 불만을 해결해 주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반면, 후자의 경우라면, 성장을 위해 외부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권장해야 한다. 그러나 전자든 후자든 외부 활동이나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것은 겸업이나 이직을 위한 사전 활동으로 간주하며, 회사 업무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금지를 하거나 퇴사를 권고받는다. 공중파에서 ‘부캐’라는 게임 용어가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회사에서 일하는 모습을 Vlog라며 찍어 유튜브에 올리는 시대다. 게다가 모두가 ‘N잡러’를 꿈꾸고 희망하는 시대에 시대의 변화를 역행하며 무조건 금지하고 제한한다고 이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오히려 능력과 열정 있는 직원은 퇴사나 이직을 할 것이고, 누군가는 몰래 숨어서 하다가 문제가 발생해 조직에까지 불똥이 튈 수도 있다. 때문에 이를 허용하면서 개인과 조직에 모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내규나 가이드를 갖추는 것이 나은 선택이다.
변변한 자원도 없이 전쟁으로 국토가 초토화된 나라가 한강의 기적을 만들며 역동적으로 경제 성장과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한국인의 역량과 근면성실 때문이었다. 기업이라면, 뛰어난 인재들의 역량과 열정 때문이었다. 그러나 모두가 이 사실을 까맣게 잊은 것 같다.
사람의 중요성을 잃은 나라에 미래가 없듯, 인재의 중요성을 잃은 기업에도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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