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서비스를 처음 기획할 때가 생각난다.
국내에서 국내 타겟의 서비스만 기획하다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덜컥 필리핀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마닐라에 위치한 회사로 이직하여 동남아 타겟의 글로벌 SNS를 기획했을 때를,
그리고 사업 실패 후 (한국이 갈라파고스라면 이곳은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누구도 가본 적이 없는 대륙 아틀란티스라고 표현하고 싶은)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베이징에 위치한 회사로 이직하여 중국 타겟의 O2O서비스와 이후 미국 타겟의 커머스를 기획하면서 겪었던 무수한 시행착오와 실수, 어려움, 고통, 번뇌, 괴로움 말이다.
특히 중국 서비스의 경우엔 아마존 AWS 대신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서버인 '알리윤'을 사용해야 하고 구글맵 API 대신 바이두맵 API를, 결제를 위해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API를 적용해야 하고, 중국 로컬 디바이스와 브라우저에 최적화 작업을 해야 하는 등 그 생소함과 난이도, 어려움에 수도 없이 좌절해야 했다.
당시에는 동료들과 술 한잔 기울이며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며 고충을 토로하곤 했는데 이제는 가슴 한편에 켜켜이 쌓인 빛바랜 사진들처럼 추억으로 남아 그때를 그리워하곤 한다.
그런데 최근 이직한 회사에서 한·미·일을 시작으로 글로벌 진출을 시도하는 블록체인 서비스를 기획하면서 이전 해외 서비스와는 또 다른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나마 그 시행착오를 조금씩 줄일 수 있었던 것은 필리핀과 중국에서 해외 서비스를 기획하면서 겪었던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기 때문이리라.
글로벌 서비스를 처음 개발하는 동료들에게 디자인이나 설계, 개발시 사전에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전달하기 위해 간략히 작성해 설명을 했는데 혹시나 글로벌 서비스를 준비하는 기획자나 팀이 있다면 그 시행착오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기를 바라며 별것 아니지만 블로그에 옮겨본다.
이 글이 글로벌 서비스를 꿈꾸는 기획자와 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참고로 중국 서비스는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에 중국 진출을 희망하는 기획자와 팀은 이전에 작성했던 글 '중국 서비스 기획'을 참고하길 바란다.
다중 언어 및 로컬라이제이션에 대한 고려
사용자나 관리자에 의해 입력되는 정보가 아닌 경우, 즉 고정된 타이틀 및 버튼명, 안내 문구 등은 사전에 번역된 텍스트를 클라이언트나 서버에 저장해 놓는다.
그런데 입력되는 정보는 등록시 입력할 수 있는 데이터의 형식과 길이 등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적으나 고정된 텍스트의 경우에는 추후 추가되는 언어를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 눈에 보이는 부분에 문제가 없다면 간과하고 별도의 처리 없이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쇼핑몰에서 자주 사용하는 '더보기' 텍스트가 필리핀어인 따갈로그로 표현하면 'Magpakita pa ng iba'이다.
이렇듯 언어에 따라 텍스트의 Length가 달라 UI가 깨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니 사전에 고정된 텍스트를 사용하는 자리에는 1) 말줄임(···)을 할 것인지, 2) 아랫줄로 떨어뜨릴 것인지, 그도 아니라면 3) 이미지 아이콘을 사용할 것인지 사전에 협의하고 이를 고려해 디자인 및 개발을 해야 한다.
특히 버튼의 경우에는 공통된 Minimum width값과 좌우 Padding값을 정하고 버튼에 들어가는 텍스트의 Length가 Minimum width값을 초과하는 경우 버튼의 Width값이 늘어날 수 있도록 가변 처리해야 한다.
푸시 메시지나 공지사항 등 관리자가 백오피스를 통해 언어별로 입력해줘야 하는 정보도 있다.
때문에 백오피스의 등록 페이지에서 관리자가 번역을 해서 올려야 할 항목을 정의하고 입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때문에 DB Table도, 와이어프레임도 복잡할 수밖에 없다.
번역의 부담과 언어에 따른 CSS 깨짐, 표현에 따른 로컬라이제이션 이슈를 줄이기 위해 직관적인 아이콘으로 표시가 가능한 부분은 이미지 아이콘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단, 국가와 민족, 인종, 성별 등을 떠나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아이콘이어야 하며 그런 아이콘이라면 가급적 최대한 많이 사용하는 것이 좋다.
요새 이동네 테크 회사에서는 he, she 와 같은 성별 표시하는 관사를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추세. 그래서 개인도 they 라고 지칭한다.
— 박상민 / Sang-Min Park (@sm_park) February 15, 2018
요새 실리콘밸리에선 인칭대명사마저도 성차별적인 요소로 인식하는 것 같다. @.,@;b
글로벌 서비스를 꿈꾸는 팀이라면 다양성을 높이면서 다양한 문화를 이해 및 존중하고 로컬라이제이션 이슈를 줄이기 위해서 여러 민족과 인종으로 팀을 구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타임존에 대한 고려
시간 표시의 경우, 타임존(IP 기준 또는 로컬 PC나 모바일 기준)에 따른 시간 표시가 필요하다.
타임존에 따라 국가/지역별로 날짜와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가급적 로컬 PC나 모바일을 기준으로 'MM분 전/HH시간 전' 형식으로 표시하고 하루가 지나면 'YY-MM-DD HH:MM'으로 표시하는 등 국내 서비스에선 단순했던 시간 표시에도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특정 지역에 한정된 이벤트나 푸시 메시지 등 지역과 시간을 타겟팅 할 필요가 있는 정보 때문에 국가별 또는 타임존별 다중 시간 선택이 가능하게 설계를 해야 한다.
한국에선 오전에 발송된 푸시가 미국의 사용자에겐 새벽에 울리는 짜증 나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고 한국의 광복절 기념 메시지를 일본인에게 까지 굳이 보여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단말기 및 해상도에 대한 고려
디바이스마다 최적화 작업을 해야 하는데 글로벌 서비스다 보니 현실적으로 모든 단말기와 해상도에 최적화 작업을 할 수가 없다. 로컬 디바이스 제조사마다 커스터마이징을 한 OS에 블랙베리처럼 물리 키보드를 가진 디바이스, 변칙 해상도 등 수백, 수천개의 폰에 최적화 작업을 어떻게 다 할 수 있을까?
때문에 기준 해상도를 잡되 모든 해상도를 고려해서 UI를 설계하고 스크롤 처리를 하는 등 사전에 예상되는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웹의 경우, 당신은 27인치 모니터를 사용하고 있겠지만 사용자의 17인치 모니터를 고려해 반응형으로 설계를 하고 로컬 브라우저가 있는 경우 여러 버그가 발생할 수 있으니 주요 기능을 해당 브라우저에서 테스트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열심히 개발한 관리자 페이지를 한국인 동료들은 문제없이 잘 사용하고 있는데 중국인 동료들이 쓸 수 없다고 하여 봤더니 한국인 동료들은 크롬과 파이어폭스, 오페라, 사파리, 엣지, IE에서 테스트 및 사용하고 있었는데 중국인 동료들은 UC와 360 브라우저에서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브라우저에선 스크롤이 안 되고 드롭다운 메뉴가 펼쳐지지 않으니 관리자 페이지가 엉망이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네트웍 및 인프라에 대한 고려
네트웍 및 인프라 환경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데이터 사용량이 많으면 앱을 사용하는데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용량이 큰 이미지는 자제하고 가급적 CSS, SVG로 처리하는 것이 좋다. 반면 앱 패키지의 용량이 큰 것도 다운로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이동시 네트웍이 잠시 끊기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이때 끊김 없이 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로딩 방법과 함께 캐시에 일부 데이터를 저장해 끊김 없는 사용성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전자와 후자가 병립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기획자는 패키지 용량과 데이터 사용량, 사용성 사이에서 트레이드오프 결정을 잘 해야 한다.
쓸 말이 참 많았는데 막상 쓰고 보니 왜 작성했나 싶다.
처음엔 예시와 함께 내가 해결했던 방법들을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그냥 수박 겉핥기식의 글이 되어버렸다.
이왕 작성한 글이니 올려놓고 생각날 때마다 업데이트를 해야 할 것 같다...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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