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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그렇게 우린 추억을 잊는다.

by 세균무기 2017. 5. 27.

수년째 사용해오던 한 물건이 너무 오래 사용해서 닳고 닳아 결국 수명을 달리하였다.
일전에 '역마살과 미니멀리즘'이란 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극도로 미니멀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나로선 그 물건을 고민 없이 버렸어야 했는데 그 물건에 너무 많은 소중한 추억들이 담겨있어 망설여졌다.
그 물건을 보면 당연히 잊었어야 할 기억인데 자연스레 떠올랐고 때론 잊었다고 생각했지만 그 물건을 보면서 떠올렸기 때문이다. 
그런 물건이었기 때문에 버리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렇게 며칠을 고민하고 또 고심하다 결국 어렵사리 버렸다.
내심 버리면서도 망설였고 버리고 뒤돌아봤으며 버리고 후회했다.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 사지 않고 꼭 필요 없다 생각되면 버리며 미니멀한 삶을 추구하는게 나의 삶과 인생에 대한 철학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물건에 추억이 쌓이고 그 물건을 보며 추억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물건이 헤어지고 고장 나며 새것으로 바꾸면서 추억도 하나둘 희미해지고 잊혀져 간다.
그래서 그런지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보통 기억력이 좋지 않고 과거보단 미래를 중요시하며 미래지향적이고 목표지향적인 경우가 많다.

예전에 살던 동네를 지나가던 길에 자주 갔던 음식점에 들러 밥 한끼 먹고 가려고 들렀는데 허름하지만 정이 있고 여러 추억들이 오롯이 담겨있던 그 음식점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커피숍이 들어섰다.

여러 소중한 추억들이 담겨있던 음식점인데 과거사진을 모아두었던 앨범 하나가 이사하면서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우리네 인생이 그러하듯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추억이 담긴 장소들이 하나둘 사라지면서 추억도 하나둘 희미해지고 잊혀져 간다.

우리네 인생이 그러하듯 기억되고 기억하며 잊혀지고 잊혀져가며...
남은 것과 남은 자들에게 그 몫을 넘기며 말이다.

그래서 가끔은 의식하지 않고 잊고 있다 문득 항상 그 자리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과 장소들이 한없이 고맙고 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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