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새해를 맞아 고향집에 내려갔다 깊은 빡침을 받았다.
부모님과의 정치적 견해 차이로 인한 갈등이나 결혼 종용 등의 이유이지 않을까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그런 이유(이젠 식상해서... @.,@;;)는 아니고 바로 '고객이 왕이다!'라는 이야기 때문이다.
그 빡침의 시작은 이러했다.
은행원인 동생이 은행에서 마주치는 진상고객들을 이야기하다 '잘못이 고객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원이 서비스종사자라는 이유로, 또 자신이 사과를 하지 않으면 그 불똥이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상사나 은행에게 까지 튀기 때문에 잘잘못을 떠나 무조건 사과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고 그 이야기를 시작으로 30분 간의 언쟁이 시작되었다.
아버지와 동생의 입장은 이러했다.
잘잘못을 떠나 무조건 사과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 내가 사과를 하지 않으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회사에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자존심 하나 때문에 나는 물론 내 상사나 회사에 피해가 갈 수 있고 한명의 소중한 고객을 떠나보낼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평생을 운수업이나 은행에 종사한 아버지와 동생다운 이유였다.
이와 반대로 나는 고객이 잘못을 했는데 왜 직원이 사과를 해야 하냐며 직원이 잘못을 하지 않았다면 사장 또는 리더 입장에서도 직원에게 사과를 시키기 보단 고객에게 사과를 받아내야 하고 사내에 그런 분위기와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을 했다. 게다가 그렇게 고객이 잘못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과를 하게 된다면 앞으로도 그런 고객의 잘못된 행동이 빈번하게 발생할테고 매번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이다.
역시 사업을 해보고 외국에서 일하며 비대면 IT서비스종사자다운 이유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업종이 다르다보니 생각이 다르거나 상황의 차이가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고객이 잘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비스종사자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고객에게 사과를 해야한다는 이야기는 나로선 깊은 빡침을 느끼게 만든다.
해외에서 일하거나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선진국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보다 서비스의 질이 낮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서비스종사자도 사회의 일원이자 나의 이웃, 나의 친구, 나의 가족일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불편하더라도 참거나 기다려주면 사회 전체의 스트레스 지수를 줄일 수 있다는 사회적 합의에서 출발한다. 그냥 고객 엿 먹일려고 서비스의 질이 낮은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도시락 전문점인 '스노우폭스'의 '공정서비스 권리 안내'라는 글이 SNS상에서 화제가 됨과 동시에 다수의 사람들에게 큰 지지와 공감을 일으킨 사례는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무릇 리더란 이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 직원들이 리더를 믿고 따를테고 이런 믿음 속에서 직원들이 고객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이로 인해 좋은 고객의 지지와 응원이 함께 할 것이라는 믿음을 나는 가지고 있다.
설령 일방적으로 서비스종사자가 고객에게 사과를 할 수 밖에 없는 헬조선의 현실일지라도 잘못이 고객에게 있다면 '잘못한 고객이 직원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고 누구나 말할 수 있는, 나아가 할 수 밖에 없는 사회적 분위기와 환경, 사회적 합의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런 사회가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사회 아닌가?
아버지의 '그런 생각을 가졌다면, 영원히 서비스업종에서 일은 하지 마라!'라는 마지막 한마디가 머리 속에서 잊혀지지가 않는다.
죄송스럽게도 IT서비스종사자로서 그런 생각으로 성공하는 모습을 꼭 보여드리고 싶다.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고향, 전주는 추억으로만 남다. (2) | 2016.08.08 |
---|---|
사랑을 하고 싶다! (2) | 2016.07.17 |
중국에서 춤을... (0) | 2015.04.07 |
중국에서의 첫 한달 (0) | 2015.04.05 |
따뜻한 무우국 한 그릇 (0) | 2015.02.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