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 여동생의 결혼식이 있어 엇그제 고향인 전주에 다녀왔습니다.
벌써 2명의 친척 동생이 이 형과 오빠를 제쳐두고 먼저 장가와 시집을 가는군요. ^^;;
저는 맹과 8년째 연애를 즐기고 있는데 말이죠. ㅋ
수연아 결혼 진심으로 축하한다!! 항상 행복하게 잘 살길 바래~ ^^v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고속버스 터미널까지 저를 태우러 마중을 나오셨습니다.
차를 타고 결혼식장을 가는 도중, 제가 위가 안 좋아서 병원을 가야할 것 같다며 건강보험 관련된 이야기를 하던 중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국민연금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아버지와 언쟁을 하게 되었는데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먼저 아버지, 차 안에서는 이야기를 끝마치지 못했지만 불효자 이렇게라도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죄송합니다. (_ _ )
이야기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국민연금 이야기가 나와서 저는 "망할 국민연금 내는 것 아까워서 죽겠어요."라고 이야기를 꺼냈는데 아버지께서 국민연금 몇 만원 내는 것 아깝다고 하지 말라며 꼭 내라고 하시더군요. ㅡ.,ㅡ;; (사실 직장인들은 원천징수하는데 내고 말고가 어디있다고...ㅠㅠ 선택권이라도 줬으면 말이라도 않지요.)
아버지께서 국민연금을 짧은 기간 동안 불입하고 몇 십만원씩 받는다며 이야기하시는데 들어보니 아버지 연세가 63세이기 때문에 국민연금 수급자(참고로 현재 국민연금 수급자는 60세부터 입니다.)라서 불입한 금액보다 많은 돈을 수령하고 계시더군요. 그래서 국민연금 꼭 내라고 하십니다.
그래서 제가 국민연금이 고갈되고 있는데다가 갈수록 수급 조건이 까다로워져서 저희 때는 받지 못한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국민연금 고갈되면 국가소요사태가 발생한다며 고갈되게끔 놔둘 수 없을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꼬박꼬박 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저는 현재 국민연금 운영 실태도 부실한데다가 노령화사회에서 국민연금 납부자인 노동인구는 갈수록 주는데 반해 수급자는 갈수록 늘고 있고 있기 때문에 빠르면 2050년, 길어봐야 2060년 안에는 국민연금이 고갈될 것이라고 재차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국민연금 낼 돈이면 일반 사보험 가입하는게 훨씬 낫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도 아니면 우량주에다가 넣어두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고...
그러자 아버지께서 국민연금 작년에 흑자였다며 운영상태가 부실하다면 흑자가 나겠냐고 반문하시더군요.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 그렇다고 주식 한번 해보신 적 없는 아버지께 전문 용어 꺼내가면서 말씀드릴 수도 없고... ㅡ.,ㅡ
제가 학생 때까지만 해도 아버지께서는 중도좌파셨는데 제가 집 나와서 산 10년 사이 어느 순간부터 중도보수가 되어 계시더군요.
나이 탓일까 하시겠지만 정확한 시점을 따져보니 아버지 친구분이 동아일보 신문사에 계셔서 동아일보를 구독하신 이후부터 생각이 변하셨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시는 국민연금 흑자 관련 논조 또한 분명 동아일보의 논조와 유사합니다. 게다가 시골에 사시는 63세 아버지께서 정보를 접하는 루트가 저희와 같이 다양하지 못하고 아버지 친구분들, 즉 국민연금 수혜자와 뉴스, 신문이 고작입니다. 뉴스는 논조보다는 팩트 위주로 전달하니 뉴스는 아닐 것이고 친구분들끼리 그 정도 정보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지는 않을 듯 하니 딱 하나 남지요. 바로 동아일보...
썩어빠진 보수언론의 기사를 그대로 읆고 계시는 아버지!!
어려운 형편에서도 세 자녀를 비싼 돈 들여 고등교육인 대학 교육까지 받게 하셨으면서 그런 아들의 이야기는 틀리다고 아버지 이야기만 고집하시면 제가 뭐라고 해야할까요?!?!
법학을 공부하면서 보험약관심사위원으로 계시던 보험법 교수님은 첫 강의 때 '보험은 근간이 사기다.'라고 말씀하시면서 보험법 수업을 시작하셨고 수많은 보험 관련 판례를 공부하면서도 그 말씀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보험법 교수님도 저도 보험을 가입하고 동조하에 사기를 당하고 있지만요.
여하튼 갑자기 화가 나서 아버지께 이렇게 말하고 이야기를 끝냈습니다.
"아버지, 아버지보다 많이 배운 아들이 사실과 관련 지식에 기반해서 아니라고 말씀드리면 아버지 말만 맞다고 고집하지 마시고 좀 들으세요~"
언론이 왜 무섭냐고요?!?! 언론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사실이 체감이 안 오신다고요?!?!
자신이 존경하는 아버지와 정치적인 견해로 이렇게 싸우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습니까?!?! 왜 제가 이런 정치적인 견해로 아버지와 싸워야 하는지 참 안타깝더군요. 이건 한 사례이지 지난 몇 년간 4대강, 세종시 등 굵직굵직한 정치 현안 때문에 아버지와 몇 차례 언쟁을 했는지 헤아릴 수도 없습니다. ㅡ.,ㅡ;;;
찬반이 팽팽한 사안 뿐만이 아니라 조금만 생각해도 당연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왜 정치적인 견해 차이로 아버지와 싸워야 하는지, 왜 이렇게 부자 사이가 되어 버린 것인지?!?!
원망할 것은 딱 언론 밖에 없더군요.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는 팩트와 논리라곤 찾아보기 힘든 망할 수구꼴통보수언론!!
사실 국민연금 설립 목적과 필요성, 정당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적 소외계층을 위해서 국민연금이 아니라 사회기부금을 강제적으로 납부하라고 한다면 차라리 마음 편하게 내겠습니다. 단, 기금 운영의 투명성은 철저하게 보장되어야겠지요.
전문가들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빠르면 2050년 쯤에 고갈된다고 합니다. 현재 국민연금 수급자들은 적은 비용을 납입하고 많은 연금을 받고 있습니다. 약 3배 (300%)의 수익률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40대 이하는 손해를 보는 것이고 20대 이하는 아예 연금을 받을 가능성이 없다고 합니다. 결국 후세들의 피땀 위에서 기성세대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는 꼴입니다. 때문에 故 노무현 대통령 정부 하에서 정치적인 부담을 떠안고 한 차례 국민연금 관련 법을 개정하였으며 고갈을 막기 위해서 (아니군... 늦추기 위해서 라고 해야 맞겠군요.) 늦추기 위해서 다시금 국민연금법을 개정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개정이 쉬울까요?!?! 그 정치적인 부담을 어떤 정부가 질려고 할까요?!?! 정치적인 부담이 큰 국민연금법 개정을 계속 차기 정권, 또 그 다음 정권으로 미룰려고 할 것입니다. 일단 자기 임기 내에서만 뇌관이 안 터지면 된다고 생각할게 뻔하지 않습니까.
사회보장제도가 잘 발달된 유럽에서도 이 사회보장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엄청난 세금을 퍼붙고 있는데다가 재정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결국 후세에 재정적자라는 뇌관을 계속 넘기고 있는 꼴이니 도덕적 해이(모랄 해저드)가 계속 거론되는 것입니다. 현대 사회는 도덕적 해이라는 토대 위에 성립된 비양심의 사회라고 밖에는 볼 수가 없네요. ㅡ.,ㅡ
게다가 노령화 사회에서 수급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납입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데요.
부담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라도 납입자를 지속적으로 늘려야 하는데 과연 늘릴 수 있을까요?!?!
유럽은 이러한 사회적 문제 때문에 다양한 출산장려정책을 만들고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갈수록 아이 낳기 힘들다며 출산율이 갈수록 줄고 있으니...
갈수록 태산이지만 어쩌겠습니까. 저 같아도 이런 사회에서 애 낳기 힘들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그렇다고 개인주의, 이기주의가 팽배한 현대사회에서 국가를 위해서 아이를 출산하자고 맨날 외쳐봐야... ㅎㅎ 웃기지도 않지요.
운영적인 측면에서도 문제가 참 많습니다. 예전에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일하던 한 사람이 인터넷에 국민연금 문제성과 관련해서 투고했던 글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인터넷 어디에 파묻혔는지 찾아보기 힘들지만 한 때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적인 불신임이라는 뇌관을 떠뜨렸던 글로 한참 시끄러웠습니다.
작년에 흑자났다는 이야기도 참으로 어이가 없네요. 금융위기로 엄청난 연기금이 환율방어와 주가부양의 목적으로 환율시장과 주식시장에 쏟아부어졌습니다. 그 당시 엄청난 연기금이 동원되어 '연기군' 또는 점심 즈음에 투하되었다고 하여 '도시락 폭탄'이라고 불렸을 정도였습니다. 저도 금융위기 당시 아주 소액이지만 골드리슈, 달러, 엔화, 주식에 투자해 50% 정도의 수익율을 올렸으니 감사해야할런지...ㅡ.,ㅡ
가장 안정적이고 보수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연기금이 환율방어와 주가부양 등의 수출 기업을 위한 자본시장과 부동산 자산 가치 방어에 쓰이라고 있는 돈인가요?!?! 물론 연기금이 주식시장에서 운용되는 것은 선진국에서도 일반적이며 국내 연기금에서도 몇 %까지는 주식 시장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법적인 근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이런 목적으로 운영하라는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제가 금융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 연기금의 투입으로 오히려 자본시장이 왜곡되어 많은 사람들이 손해를 보고 대기업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엄청난 수익을 올렸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동산 버블은 조금 꺼져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리고 더 웃긴 사실은 경기가 좋아져 주가가 오르고 환율이 안정되면서 국민연금 운영에서 흑자를 기록했다고 하더군요. 이 흑자가 정말 국민연금 운영에서 흑자를 가져왔을까요?!?! @.,@;;
주식과 부동산을 계속 사들이면서 연기금 운용에서 수익을 올렸더라도 이 자산을 개미들이나 기관투자자들처럼 마구 팔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연기금의 규모가 엄청 크기 때문에 시장에서 미치는 영향력이 커서 개미들이나 기관, 외국인 투자자들처럼 수익 전환이 바로 바로 되지 않아 장부상 수익에 그치기 쉽습니다. 장부상 흑자, 이게 무슨 흑자입니까?!?! 게다가 국민연금이 고갈되면서 자산으로 매입되어 있던 주식과 부동산을 시장에 손해를 보면서도 팔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민연금 지급 안 하면 국가소요사태 일어난다는데 국민연금 밀리지 않고 지급해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럼 자산을 매도해야 되는데 이런 국민연금 자산 매도가 장기적으로 자산 시장에서 자산 가치 하락을 주도할 수 있다는 것도 우리나라와 같이 금융자본보다는 집과 같은 자산자본이 주도하는 경제 체제에서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시는건가요?!?!
아버지, 이래도 국민연금이 잘못된 사회제도가 아니라고 말씀하시겠습니까?!?!
이미 업지러진 물, 주워 담을 수는 없겠지만 뭔가 획기적인 방법으로 제도를 개선하여 후세에 그 부담을 모두 지우진 말아야지 않겠습니까?!?! 후세에게 너희들의 조상들이 도적적 해이에 찌들어 흥청망청 낭비하고 파티를 즐겼다고 전하시겠습니까?!?!
아버지께 대드는 것이 불효라면, 그래도 불효자가 되어 저는 말해야겠습니다.
저는 후세에 부끄러운 조상이 되고 싶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아들로서 부탁이건데 신문 끊으시고 제가 추천해드리는 신문을 구독하시던지 끊기 힘드시다면 조금 비판적인 시각에서 읽으시길 부탁드립니다. 아버지, 불효자는 그래도 아버지를 사랑합니다.
가슴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세균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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