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Posted in Planning // Posted at 2017.02.13 21:00


부제 : 기획자의 업무롤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다보면 나는 서비스 기획자라고 소개를 하지만 정작 상대방은 IT회사에서 기획자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결국 눈에 가장 잘 띄는 결과물이 기획서(Storyboard 또는 Wireframe이라고도 부른다.)다보니 기획서를 작성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하곤 한다.
그런데 과연 기획자가 기획서만 작성할까?

함께 일하는 디자이너와 퍼블리셔, 개발자한테 기획자가 무슨 일을 하는 것 같냐고 물으면 하는 일이 엄청 많다며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지만 중요도가 낮고 너무 자잘자잘한 업무 같으니 결국 기획서를 작성하는 사람으로 귀결되곤 한다.
프로젝트를 위해 디자이너, 개발자가 하는 일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일을 다 하지만 그 일이 잡무처럼 비쳐지니 결국 기획서를 작성하는 사람 정도?

그런데 웃긴건 기획자 본인들도 자신들이 하는 일을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렵다보니 대부분 프로젝트의 처음부터 끝까지 디자인과 개발을 제외한 모든 걸 담당한다고 자조 섞인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곤 한다.
멋지게 이야기하면 프로젝트 매니저이고 현실은 서무인가?

그래서 알쏭달쏭한 기획자의 업무롤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문제인식

기획자는 관심과 호기심이 많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과 사회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에서 무엇이 불편하고 어디에서 불만을 갖는지를 알수 있고 이 불편과 불만을 공감하는 것에서 아이디어가 도출되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템이 윗선에서 떨어질 수도 있고 동료, 친구들로부터 나올 수도 있지만 그것을 기획서로 그려낼 기획자가 문제의식을 갖고 있거나 최소한 공감은 하고 있어야 정말 진심으로 가치있는 서비스를 기획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기획자들을 보면 관심과 호기심을 키우며 문제의식을 갖기 위해 바쁜 와중에도 의도적(의무적일지도...)으로 수많은 앱과 서비스를 사용해보고 기사와 책을 읽으며 영화를 보는 등 직간접적으로 많은 서비스와 콘텐츠를 소비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스마트폰 Lock 서비스, PhoneStack의 사업계획서 중



2. 시장조사

문제를 인식하게 되면 해당 문제가 나만의 문제인지 대중이 공감하는 문제인지를 알아보고 시장의 크기, 경쟁사, 비즈니스 생태계 등을 살펴보며 시장성을 검토하게 된다.
이를 위해 기획자는 빠른 시간 내에 효과적으로 어떤 방식을 통해 시장조사를 할지 고민을 하고 인터넷 검색과 인터뷰, FGI, 설문조사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시장조사를 하게 된다.
때문에 기획자들은 평소에 수많은 기사와 자료를 읽고 즐겨찾기를 하며 (병적으로) 정보를 수집한다.

대부분의 서비스가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가 이 시장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왜곡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과를 도출하기 때문이다.

시간과 자본이 부족한 스타트업의 경우 부족한 시간과 자본을 핑계 삼아 시장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수직적인 위계질서를 가진 대기업과 중견기업에서는 윗선에서 떨어진 아이템이 진행될 수 있도록 왜곡된 데이터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니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상태에서 제 아무리 천재 기획자라고 해도 성공할 수 있을까?

스마트폰 Lock 서비스, PhoneStack의 사업계획서 중



3. 벤치마킹

기획자는 시장조사를 하면서 경쟁 서비스를 벤치마킹 한다.
경쟁 서비스를 찾아보고 사용해보며 캡쳐를 하고 플로어차트를 그려보며 벤치마킹을 하고 때론 직접 경쟁사를 찾아가보기도 한다.
경쟁사를 찾아가본다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던데 실제 찾아가보면 친절하게 해당 서비스를 운영하며 겪었던 이런저런 노하우와 어려움 등을 솔직하게 이야기해준다. 다만, 관련 서비스를 만들려고 하는데 궁금한게 있어서 찾아뵙고 싶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않고 찾아갔을 때 도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고 찾아갔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짧은 시간에 놀라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경쟁사를 찾아가는 방법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시장조사 결과와 벤치마킹 자료를 바탕으로 경쟁력과 차별성을 찾고 만들어낸다.

하나의 서비스를 기획하기 위해 수십개의 서비스를 벤치마킹 하다보면 폰 저장용량이... 내 개인정보가... 이젠 포기하고 그러려니... OTL



4. 사업계획서 작성

시장조사가 끝나 시장성과 사업성 검토가 완료되면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게 된다.
시장조사와 벤치마킹한 여러 자료를 바탕으로 이 프로젝트가 진행되어야 할, 이 서비스가 꼭 세상에 나와야할 이유와 가치를 타인을 설득하기 위해 몇 장으로 정리해 문서화하는 것이다.
기획자에게 이 문서가 중요한 이유는 프로젝트의 진행과 서비스의 존재 가치를 담은 문서이기도 하고 실제 프로젝트의 진행여부와 방향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정부지원금과 투자도 달려있을테니...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그리고 끊임없이 수정할 것이다.

수십번을 수정하며 작성했던 사업계획서인데 결국 실패를 했고 사업은 망했다...



5. 서비스 기획 (서비스 정책 및 Wireframe 작성)

프로젝트 진행이 결정되면 이제 서비스 기획을 해야한다.
기획자들이라면 뗄래야 뗄 수 없는 애증의 기획서, 혹자는 스토리보드, 혹자는 Wireframe이라고 불리는 바로 그 문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서비스 규모와 프로토타이핑 툴에 따라 다르겠지만 PPT를 기준으로 수백장에서 천장이 넘는 문서를 작성하는 일인데다 기획자의 실력을 평가하기 가장 좋은(이라고 이야기하고 쉬운이라고 해석하자.) 롤이다보니 애증의 관계라고 할 수 밖에.
여하튼 이 기획서를 작성하면서 부수적으로 서비스 정책과 때론 알고리즘을 정의한 다수의 문서들이 작성되며 이 문서를 기반으로 디자인과 퍼블리싱, 개발이 진행된다.
스토리보드 작성과 관련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이전에 작성한 '서비스 스토리보드(Wireframe) 작성하기' 글을 읽어주기 바란다.
서비스 기획이 끝났으니 기획자로서 크고 중요한 업무가 모두 끝났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분명히 기획자가 아닐 것이다. 이제 기획자로서 가장 피곤하고 힘든 일이 시작될테니 말이다.

기획자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애증의 기획서 되시겠다.



6. 여러 파트와의 커뮤니케이션과 협의

기획서 작성이 완료되면 디자이너, 퍼블리셔, 개발자, 운영자 등 프로젝트 팀원들에게 기획서를 전달하고 브리핑을 한다. 그리고 각 파트와 일정 및 작업의 범위, UI/UX, 페이지, 기능 등 수많은 사항들을 놓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협의해야 한다. 
좋게 말하면 커뮤니케이션이고 나쁘게 말하면 정치(?)를 하는 것이다. 
기획자로서 사업계획서, 스토리보드, 메뉴얼 등의 문서를 작성하는게 힘든게 아니라 수많은 파트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협의하고 일을 진행시키는게 정말 피곤하고 힘든 일이다.
예컨데 디자이너와 버튼의 모형이나 위치, 색상을 놓고 퍼블리셔와 1px을 놓고 개발자와 일정과 기능을 놓고 딜을 하며 이야기하고 협의하고 때론 다투고 있노라면 한 프로젝트에 기획자는 고작 한두명이기 때문에 가끔은 사방이 적인 것 같고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나는 기획자들은 외로운 늑대라고 표현을 하곤 한다.
그 와중에서도 일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서 여러 파트 사이에서 칼춤을 추며 작두를 타고 있어야 하는게 기획자 인생이니 커뮤니케이션에 자신이 없다면 기획자가 아닌 다른 직군을 선택하길 추천한다.

디자이너, 퍼블리셔, 개발자와의 커뮤니케이션만 있을까? 운영자, 마케터, AE, CS, 경영진, 클라이언트,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은 고려치 않나?



7. 메뉴얼 및 가이드 문서 작성

디자인과 개발이 진행되면 기획자는 상담창구를 개설하고 수많은 클라이언트(?)를 맞으며 컨설턴트 역할을 하고 때론 변경된 내용을 반영하며 기획서를 수정한다.
그리고 서비스 런칭을 꿈꾸며 부업으로 서비스정책을 정리하며 운영메뉴얼 등을 작성한다.
매번 B2C서비스를 기획하다보니 내부 운영자들을 위한 메뉴얼만 작성해서 어렵지 않게 작성했는데 처음으로 B2B 메뉴얼을 작성하려니 이 또한 수백장이 나오는 만만치 않은 작업이더라. 
그렇다고 누구 하나 작성해주지 못하니 이 또한 기획자의 몫이다.

차라리 기획서를 작성하고 말지. 메뉴얼이나 작성하려고 기획자가 되었나 자괴감이 들고 괴로웠다.



8. 마케팅 기획

가끔 기획자가 마케팅 기획을 한다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IT서비스 회사에서 기획을 하는 사람들이 마케팅(참고로 브랜딩이나 홍보가 아니다.)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설령 큰 회사라서 별도의 온라인 마케터가 존재한다고 해도 전반적인 마케팅 기획은 마케터가 담당하겠지만 그것을 서비스에 녹이는 작업은 보통 기획자가 담당하게 된다. IT서비스 회사에서의 마케팅은 서비스와 떼어놓고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비스 런칭 전 마케터와 협의하며 마케팅을 준비하게 된다.

마케터가 서비스에 녹이긴 어렵고 그렇다고 개발자가 마케팅 기획을 할 수는 없으니 결국 이 또한 기획자의 몫이 아니겠는가?



9. QA

개발이 마무리될 쯤 기획자가 작성하는게 있다. 바로 QA를 위한 테스트 시나리오다.
요즘은 시간과 싸우는 스타트업들이 많다보니 별도의 테스트 시나리오를 작성하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웹서비스가 전성기였던 2000년 대에는 기획자로서 테스트 시나리오를 작성하는게 참 고역이였다. 내가 기획서 그렸다고 메뉴얼, 가이드 문서에 테스트 시나리오까지 작성하는 건... ㅠㅠ


그리고 이제 런칭...
축하합니다. 기획자로서 경험치 +10을 획득하고 체력 -80을 잃었습니다. OTL
이제 런칭을 하였으니 런칭 후 업무롤을 살펴볼까?


10. 데이터 분석

데이터 분석을 통해 서비스에 반영하는 행위를 요샌 전문성이 높아지다보니 그로스해킹이라 이야기하고 이걸 전문적으로 하는 직군을 그로스해커라고 이야기한다.
기획자가 하던 일에서 전문성이 높아지다보니 파생된 직군으로 보통 기획팀이나 마케팅팀에 소속된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보통은 기획자들이 수집된 유저의 피드백을 살펴보고 내부 데이터를 분석하며 그로스해킹을 한다.
이를 위해 GA를 활용하기도 하고 보다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개발팀에 요청해 서비스 내에 스크립트를 심기도 하는데 데이터가 중요해지면서 수많은 분석툴이 출시되고 퍼널분석, 코흐트분석, A/B테스트 등 다양한 분석기법이 나오고 연구되고 있지만 대다수 기업들이 일정과 리소스 부족, 이해관계 등으로 제대로 못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DBA도 아니고 그로스해커? 한국에선 보통 기획자가 다한다.



11. 서비스 고도화

사용자 피드백이나 그로스해킹 등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검증하거나 서비스의 불편함 등을 수정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당연 기획자가 필요하다. 
설마 오픈하자마자 v2.0 만들자고 하진 않겠지?


이 밖에도 자잘자잘한 수많은 업무가 있지만 주요한 업무를 기준으로 정리한 것이 요 정도 수준이다.
기획자가 이렇게도 많은 업무를 담당하다보니 기획자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도, 또 기획자의 실력을 평가하기도, 기획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기도, 뛰어난 기획자가 되기도 어려운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획자가 되고 싶은 분이라면 건투를 빌며 이 글이 기획을 공부하거나 기획자를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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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무기, 지구별에 흔적을 남기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유세균입니다.
법과 행정을 전공한 웹/모바일 기획자이자 PM이며, 그리고 변방의 한 블로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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