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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net

싸이월드의 글로벌 진출 기사를 보고.

by 세균무기 2011. 10. 3.

국내 웹서비스들의 해외 진출 소식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온라인 게임 등은 해외 진출에 성공한 사례가 많지만 국내 웹서비스가 해외 진출에 성공한 사례는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매번 실패할 때마다 언론이나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분들이 나와 원인 분석을 내놓곤 하는데 (회사 내부적인 문제를 제외하곤) 대부분 언어적 장벽이나 로컬라이제이션에 실패를 했거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실패를 했다고 이야기하는데 막상 제가 필리핀에서 웹서비스를 기획하면서 드는 생각은 이런 부분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타이밍이나 인프라에 의한 문제, 서비스 자체의 프로세스나 UI/UX 등에 따른 문제가 더 크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국내 웹서비스들이 해외 진출에 성공한 케이스는 주로 일본, 미국 등의 선진국이나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서비스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국내 웹서비스들이 유선 인터넷이 잘 갖춰진 국가나 넓은 영토와 많은 섬으로 이루어져 유선 인터넷보다는 무선 인터넷이 그나마 여건이 좋기 때문에 해외 진출에서 좋은 결실을 맺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하여 해외로 진출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서비스들을 보면 문화의 이해나 로컬라이제이션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컨텐츠 프로바이더 서비스가 아닌 페북과 트위터, 구글+, 텀블러, 링크드인 등의 SNS는 국내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인종과 언어에 상관없이 높은 사용률을 보이는 것을 보면 로컬라이제이션보다는 서비스의 가치나 효용성이 더 중요한 성공의 요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국내에서도 페북과 트위터가 한글을 늦게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사용률을 보였던 것을 보면 언어장벽이나 로컬라이제이션이 이제는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싸이월드 홈페이지 - http://global.cyworld.com


그럼에도 불구하고 싸이월드가 연내 서비스를 목표로 한류 붐이 불고 있는 대만과 필리핀, 태국 등의 동남아 시장을 역점으로 해외 진출을 재도전한다고 하는데 과연 '싸이월드가 동남아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면 저는 또 한번의 실패를 경험할 것 같다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타이밍


동남아 SNS시장은 이미 페이스북이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페북의 사용률이 높습니다. 이런 시장에서 니치마켓이 아닌 SNS시장에서 싸이월드가 페이스북과 정면으로 승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수라고 생각합니다. 필리핀에서 SNS를 서비스하고 있는 저희 회사에서도 대부분의 직원들이 자사 서비스보다는 하루 종일 이미 수백명의 친구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페이스북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까요. 때문에 비슷한 SNS임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 트위터 싱글 로그인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런 시장에서 페북과 경쟁을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많은 SNS들이 스타나 셀러브리티에 힘입어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제 아무리 한류 붐을 타고 국내 스타 컨텐츠로 중무장을 한다 할지라도 대다수의 한류 스타들이 페이스북 페이지를 스스로 또는 소속사 측에서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큰 메리트로 작용할런지도 의문입니다. 


인프라


예컨데 필리핀은 넒은 영토와 수천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국가입니다. 때문에 유무선 인터넷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발전하지 않아 한국의 KT와 같은 글로브 텔레콤 본사에 위치한 저희 회사의 경우도 자주 인터넷이 끊기고 지렁이 담 넘어가듯한 인터넷 속도로 짜증내기 일수입니다. 이런 인터넷 환경에서 수많은 이미지와 플래쉬로 화려하게 꾸며진, ActiveX와 공인인증서 등으로 중무장한 국내 웹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엄청난 인내심을 감내해야 하는 고난의 과정입니다. 때문에 다음이나 네이버에서 동영상을 본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기에 유투브를 이용하고 국내 금융사이트 이용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통해 모바일앱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제1금융권들이 공인인증서로 로그인을 해야하는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모바일앱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에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ㅡ.,ㅡ;;
때문에 제가 맥북에어, 아이패드,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고가의 하이퀄리티 제품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프라가 받쳐주지 않는 상황에서 하이퀄리티 제품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이런 인프라에서 과연 기존의 무거운 싸이월드가 어떠한 모습으로 동남아에 진출할지 자못 궁금합니다. 국내에서와 비슷한 싸이월드라면 접속하거나 페이지 이동하는데 수초가 걸릴텐데 그나마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 페북이나 트위터 등과 어떻게 경쟁할 수 있을런지... 싸이월드의 글로벌 버전을 아직 직접 사용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단정지어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기존의 싸이월드를 봤을 때 열악한 인터넷 환경에서 날아다닐 것 같지는 않네요. 

비즈니스 모델 / 구매력


동남아의 문자 사용량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상대적으로 값비싼 통화 요금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통화보다는 문자를 통해 대화를 주고 받습니다. 필리핀에서 9개월 째 살고 있는 저도 처음에는 문자를 보내는 것이 불편해 대부분 통화를 했는데 지금은 한국인끼리 연락을 주고 받는데에도 문자를 사용하는 제 모습을 보게 됩니다. 더불어 동남아의 휴대폰 보급률이 상대적으로 높은데 그 이유는 타통신사간 통화/문자 전송시 비용이 동일 통신사간 통화/문자 비용에 비해 비싸기 때문에 2개의 폰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개의 SIM카드를 꽂을 수 있는 폰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스마트폰이라고 들고 다니는 대부분의 기기가 안드로이드OS를 탑재한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제조한 저가폰이며 실제 앱마켓을 통해서 앱을 유료 구매하는 사람들은 매우 소수입니다. 대부분 아이폰을 이용하고 있는 사내 개발자들도 한명도 빼놓지 않고 탈옥을 해서 이용하고 있으며 탈옥에 대한 지식이 없더라도 주변에서 탈옥을 해주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도 아니면 무료앱을 찾아 떠돌던지요.
이런 시장에서 싸이월드가 국내에서 성공한 '도토리'라는 컨텐츠 비즈니스 모델로 동남아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구매력이 떨어지는 동남아 시장에선 컨텐츠 비즈니스가 아닌 광고 비즈니스 모델로 수익모델을 구축해야 하는데 구글이나 페북과 같은 글로벌 광고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온라인 광고 모델이나 프로세스로는 영업도, 운영도 어렵기 때문에 과연 어떤 비즈니스 모델로 수익모델을 가져갈지도 의문입니다. 

한 대한민국 국민이자 웹기획자로서 국내 웹서비스들이 국내에서는 물론이거니와 해외 시장에서도 외국 서비스들과 경쟁하여 선전하기를 기원합니다. 수많은 외국의 SNS들이 싸이월드에 영감을 얻거나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은 우리에게도 뛰어난 아이디어와 글로벌로 진출할 수 있는 수많은 기회가 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또한 카카오톡 등이 좋은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고요.
그리고 수많은 도전을 통해 실패를 경험하며 자기 반성과 함께 노하우를 축적했다고 생각합니다. IT갈라파고스와 다름 없는 국내에서 국내 시장만으로는 세계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며 국내로 진출하는 외국 서비스들의 물량이나 서비스의 품질로 경쟁하여 수세에 몰릴 수 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싸이월드의 해외진출 재도전이 시사하는 바가 크고 그 성공은 국내 많은 웹서비스들에게도 자극을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SK의 모든 서비스를 탈퇴한 유저이지만 싸이월드 해외진출이 성공하기를 기원합니다.

가슴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세균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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