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nternet

디스코(DISCO)에 대한 아쉬운 몇 가지

by 세균무기 2017. 10. 18.

요즘 네이버의 AI 추천 엔진인 AiRS를 적용한 개인 맞춤형 정보 큐레이션 서비스, 디스코(DISCO)를 침대에 누워 읽다가 잠들곤 한다. 개인적으로 카카오톡과 트위터, 페이스북 다음으로 접속 빈도가 높은 앱이 되었으며 덕분에 눈이 많이 안 좋아지고 있다. @.,@;;


과거 미투데이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페이스북, 트위터와의 직접적인 경쟁은 피하면서 모바일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좋은 콘텐츠를 공유하는 기능에만 포커싱을 맞추었으며 매우 단순하고 깔끔한 UI/UX로 모바일 화면에 최적화하는 등 많이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실패를 교훈 삼아 현명하게 니치마켓을 잘 공략했다.

그런데 소셜서비스를 주로 기획했던 서비스기획자 입장에서 살펴볼 때 단순히 웹에서 앱으로 플랫폼이 이동하고 UI가 깔끔하게 개선되었으며 사용자는 인식할 수 없겠지만 추천 알고리즘에 머신러닝을 적용했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UI/UX나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고도화가 이루어졌는지 모르겠으나 정보 큐레이션 서비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 등의 본질적(이라고 쓰고 기획적이라고 읽자.)인 부분에서는 고민이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국내 IT서비스 역사에서 수많은 유사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사라졌는데 그때마다 논란이 되고 논의되었던 부분들에 대해서는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사용자로서 잘 사용하고 있지만 몇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어 이렇게 글로 적어 본다.


콘텐츠 추천 방식


디스코는 '좋아', '싫어'라는 추천 버튼을 적용하고 있는데 상품이 아닌 정보성 콘텐츠에 꼭 좋고 싫다는 의견을 피력하는 추천 버튼을 적용했어야 했는지 의문이다.
페이스북이 과거 Like 버튼만 제공하다 Like 버튼에 더하여 Love, Haha, Wow, Sad, Angry 등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버튼을 추가한 것은 단순히 정보성 글들이 너무 자주 공유되는 상황에서 관계를 맺은 친구들의 사적인 콘텐츠들이 더 자주 등록되고 공유될 수 있도록 한 나름의 고민이자 조치였다고 생각한다. 실패를 거듭하면서 페이퍼, 노티파이 등 여러 뉴스 공유 서비스를 내놓으며 정보성 콘텐츠를 페이스북에서 분리하려고 노력했으니 말이다.
반면 디스코는 사적인 콘텐츠가 아닌 정보성 콘텐츠의 공유를 지향하는 정보 큐레이션 서비스다.
때문에 기능과 UI의 단순성을 고려하여 추천이자 공유의 의미를 포함하는 '좋아' 정도의 버튼만 제공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관계나 UP, View를 기준으로 가중치를 부여하여 추천하는 정도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추천이 가능했을 텐데 굳이 정보성 콘텐츠에 부정적 의미의 '싫어'라는 버튼이 필요했을까.


창작자와 원본 콘텐츠에 대한 배려와 존중

네이버는 오랫동안 원본 콘텐츠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또한 디스코와 같은 정보 큐레이션 서비스들은 이런 논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때문에 창작자와 원본 콘텐츠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노력을 기울였다면 좋았을 텐데 아직은 그런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예컨대 사용자가 디스코에서 제공하는 3줄 미리보기를 통해 콘텐츠를 가볍게 소비하기 보다는 원본 콘텐츠에 접근하여 Context를 충분히 이해하고 소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디스코 댓글 플러그인이나 API를 개발하여 콘텐츠 기업에 제공해 콘텐츠 창작자들이 흩어져 있는 댓글이나 피드백을 한 곳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기능(콘텐츠에 대한 피드백이 수많은 서비스에 흩어져 있다보니 창작자가 확인할 방법이 없다.)을 제공하거나 디스코에 수익모델 적용시 콘텐츠 창작자에 보상을 하는 등 양질의 콘텐츠 생산을 장려하고 창작자와 원본 콘텐츠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끊임없이 개선되고 사라지고 또 등장하는 플랫폼보단 그 플랫폼을 채우는 콘텐츠가 보다 중요하고 그 콘텐츠가 곧 플랫폼의 가치이지 않은가.



불편한 동일 컨텐츠 표시

UI/UX 측면에서 디스코의 동일 콘텐츠(동일 URL) 표시 방법이 불편하게 설계되었다.

 
현재 동일 컨텐츠가 등록된 경우, 2명의 공유자가 직접 작성한 글은 콘텐츠 하단에 바로 표시되고 그 외의 의견은 상단의 '전체보기 >' 버튼을 통해 페이지를 이동하여 볼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이동한 페이지에서도 의견 하나하나를 '더보기' 버튼을 클릭하며 봐야한다. 결국 원본 콘텐츠에 대해 공유자가 작성한 의견을 '전체보기 >', '더보기' 버튼을 통해 불편하게 확인해야 하는 UI/UX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동일 콘텐츠의 경우, 한 카드에서 링크 정보(메타 정보)는 상단 고정된 상태로 현재와 같이 표시하고 공유자가 직접 작성한 글은 하단에 좌우 슬라이딩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카드 내에 묶음처리하여 표시하고 등록시간순(최초 등록자를 존중하기 위해 과거순 우선)과 '좋아'수를 기준으로 가중치를 부여하여 표시순서를 정하여 표시를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최대 표시수를 초과한 경우에는 '전체보기'를 통해서 모든 의견을 확인할 수 있되 굳이 '더보기' 버튼 없이 모든 의견이 펼쳐진 상태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UI로 제공하여 여러 공유자의 의견을 댓글처럼 확인할 수 있게 개선했으면 좋겠다.
  


필터버블 문제

관계 기반의 추천 큐레이션 서비스들의 경우,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만 보려는 사람의 심리 때문에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의 정보만을 접하며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간다.
이로 인해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서비스가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제공하는 개인화 기능으로 인해 다양성을 잃고 가치 편향적인 사람들이 되면서 사회적 갈등이 심해지는 필터버블 문제를 겪게 된다. 
때문에 동일한 제목이나 키워드를 가진 글들을 문맥분석하여 긍정적인 글과 부정적인 글을 함께 보여주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네이버의 경우 개인화를 통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포털의 사회적 책무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짜뉴스에 대한 필터링 및 확산 방지

SNS의 등장과 함께 갈수록 허위정보의 생산 및 확산의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때문에 정보 큐레이션 서비스에서 정보의 공유와 확산도 중요하지만 허위정보를 필터링하며 정보의 공신력을 높이는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디스코에서 허위정보의 공유 및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고려가 전혀 없다.
'싫어' 버튼 대신 '허위신고' 버튼을 추가하여 정보를 등록 및 공유하는 사람들의 평판율을 측정하고 이를 표시하여 허위정보의 등록을 억제하고 허위신고가 자주 된 사용자(불량회원)의 글은 타 사용자에게 즉시 표시되는 비중을 줄이고 허위신고를 자주 하거나 평판율이 높은 사용자(충성회원)에게 우선 표시하여 필터링을 거치는 등의 프로세스를 통해 허위정보가 빠르게 확산되는 걸 방지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디스코는 트위터와 달리 속보성 정보보다는 양질의 콘텐츠를 공유하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늦지만 신뢰도 높은 정보가 단점보다는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이제 5개월도 채 되지 않은 서비스인데다 디스코팀이 적극적으로 사용자의 의견을 듣고 있으니 앞으로 보다 좋아질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오늘보다 내일이 기대되는 서비스가 되었으면 좋겠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