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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나는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by 세균무기 2012. 9. 14.

입사한지 두달이 지났다. 

운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물론 운이 없었구나를 깨닫는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본부장과 연이어 실장이 퇴사를 하면서 사업부서에서 팀장으로 사장 바로 아래에 위치하게 되었다.

참고로 회사는 모바일을 중심으로 IT서비스를 개발하는 회사이며 크게 사업부서와 개발부서로 나뉘어져 있다.


이것은 불행의 시작이었다.



1. PV는 뭔가요?


연이은 관리자들의 퇴사로 인해 사장에게 직접 보고를 하게 되었다.

현 상황에 대한 데이터를 보고하고 있는데 대뜸 '계속 PV, PV이 그러는데 PV가 뭐냐?'고 물었다.

정확하게 '페이지뷰(Pageview)'라 하지 않고 '피브이(PV)'라고 이야기를 했다.

여하튼 그 질문에 난 돌이킬 수 없는 멘붕에 빠져버렸다.

지금까지 보고는 어떻게 들은건지... 사장실에서 나온 이후 오랜시간 휴유증으로 고생을 했다.



2. 기획자가 하는 일이 뭔가요?


하루는 현황을 보고하며 마케팅도 문제가 있지만 앱의 완성도가 더 큰 문제이기에 앱의 리뉴얼이 시급히 필요하다며 강조를 하고 있는데 '왜 넌 계속 남의 탓만 하고 있냐!'며 꾸짓길래 내 탓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의 전후 맥락을 살펴보니 사장은 개발자가 프런트-엔드/백엔드 뿐만 아니라 UI까지 기획/설계하고 기획자는 제휴나 마케팅 등의 제반 업무를 담당하는 역할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도...

결국 난 사장에게 하는 일 없이 남의 탓만 하며 핑계를 둘러대고 있는 무능한 기획자였던 것이다.

멘붕상태에서 또 멘붕에 빠지면 사람이 어떻게 되는지 알게 되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3. 하이브리드?


새롭다고 할 수 없는 새로운(?) 개발본부장이 들어오면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앱개발과 관련해서 기획자 입장에서 여러 문제점을 이야기하다 하이브리드로 개발해서 네이티브에 비해 반응속도가 느리고 사용성이 떨어지기에 네이티브로 전환을 하던지 개선을 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참을 설명하고 있는데 대뜸 '미안하지만 몰라서 그러는데 하이브리드가 뭐냐?'고 묻는다. 

순간 머리속이 하얗게 변하는 순간을 경험하였다.



물론 특정 용어를 모를 수도 있다.

테크 기사를 읽는 것이 취미인 나조차도 매일 새롭게 배우는 용어가 많고 또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용어가 쏟아져 나오고 있으니까.

하지만 한 회사의, 그것도 모바일앱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회사에서 누구보다 앞서 시장과 트랜드를 읽고 비젼과 전략을 제시하며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가장 기본적인 용어조차 모른다는 것은 빠르게 변화하는 IT시장에서 앞서 나아가는 것은 둘째치고 삼아 남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 


벌써 두달이 넘어갔다. 나는 이곳에서 무엇을 했고, 또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아~ 이 글은 IT회사 옆 대나무숲(@bamboo65535)에 올렸어야 하는건데... 



가슴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세균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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