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일 조직에서 리더의 역할
애자일 조직에서 좋은 리더는 누구일까?
개인의 실력과 역량이 뛰어나 보고 배울 수 있는 게 많은 사람일까?
아니면 조직의 높은 성과를 이끌고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인격과 인성이 훌륭해서 모두가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일까?
설마 이 모든 것을 다 잘해야 한다고 이야기할 것인가?
리더의 신격화
인터넷에서 ‘리더’를 검색해 보면, 수많은 글과 영상에서 리더는 이런 사람이어야 하고, 이러저러한 자격이나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내용을 읽다 보면, 이 세상에 과연 리더가 존재할 수 있는 사람인가 싶을 때가 많다.
각자의 바람과 희망을 담아 리더는 이래야 한다고 정의하고 있으니 이것이야 말로 리더의 신격화가 아닌가 싶다.
14개의 회사를 다니면서 수많은 관리자를 만났다. 그런데 관리자마다 서로 다른 장단점이 있었고, 내가 리더의 역할을 잘한다고 생각하며 보고 배운 사람들조차 매니징 스타일이나 성향이 제각각이었다. 게다가 구성원들도 각자의 가치관이나 성향에 따라 생각하는 이상적인 리더의 상이 달랐기 때문에 좋은 리더인지를 판단하는 기준 또한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내가 리더의 이런 점은 좋은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해도 수긍하지 못하는 동료도 있었다. 때문에 인터넷에서 이야기하는 리더의 자격이나 조건을 모두 갖춘 리더는 세상에 있을 수 없을뿐더러,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구성원에 따라 누군가는 최악의 리더로 평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문화 속에서 구성원의, 구성원에 의한, 구성원을 위한 시스템이나 프로세스를 함께 고민하며 만들어 본 경험이 부족해서 인지 리더 개인의 역량과 노력에 의존해 조직이 잘 관리되고 운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또한, 조직 내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리더가 앞장서서 문제를 해결해야지 다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관리자들 또한 수십 년에 걸쳐 이러한 문화와 인식이 이어져 내려왔기 때문에 이를 지극히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러니 구성원들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리더를 욕할 뿐이고, 리더는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려다 잘못된 선택과 결정을 하며 악수를 두게 된다. 그러면서 조직은 더욱 수직적이고 보수적인 문화로 변해간다.
게다가 일부 구성원들은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조직 문화에 따른 책임이나 의무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자신의 권리만 주장하고 혜택만 누리려고 든다. 어렵고 힘든 상황이나 문제에 직면했을 때, 책임과 의무를 요구하면 자신이 원하고 요구한 자유와 평등이 아니었다며 권리를 쉽게 포기해 버린다. 때로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아 누리던 자유와 평등을 빼앗기기라도 하면 불만이나 짜증을 낼 뿐이다. 그리고 다시 빼앗긴 자유와 평등을 쟁취하려 노력하기보다는 그냥 퇴사를 선택하며 쉽게 포기한다.
결국 회사는 비즈니스 리스크를 줄이고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애자일 문화를 받아들이며 애자일 조직으로 변화를 시도하지만, 정작 회사나 구성원 모두가 애자일 조직을 만들기 위한 이해나 노력, 준비가 부족하다. 그래서 변화에 실패를 하게 되면, 회사는 구성원 탓을 하고 구성원들은 회사 탓을 하고 있다. 결국 회사뿐만 아니라 구성원조차 조직문화나 리더에 대한 이해나 인식이 과거에 멈춰 있으니 리더가 제 역할을 잘하면서 좋은 리더가 되는 것이 어렵고 힘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에서 누군가는 리더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모두에게 완벽한 리더는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리더의 자격이나 조건을 열거하기보다는,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애자일 조직에서 리더는 어떠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 이야기하며 리더에게 필요한 역량이나 노력에 대해 살펴보자.
리더의 역할
1. 인재 채용
애자일 조직에서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회사의 미션이나 제품의 가치에 공감하고, 이를 반드시 실현하고 싶어 하는 목적의식이나 소명의식을 가진 사람들을 채용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동료들끼리 서로 경쟁이나 시기, 질투, 모함을 하기보다는 공통의 미션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협력하고 노력할 수 있다. 그리고 부족한 것이 있다면, 서로 알려주고 배우며 함께 성장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리더가 채용이라는 행위를 통해 구성원들끼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리더로서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리더로서 역량과 실력이 없으니 세력을 키우며 정치질을 하려고 든다. 자신의 권력이나 권위에 도전하는 구성원을 채용하며 몇 차례 후회를 한 경험이 있다 보니, 그 해결책으로 예전에 데리고 있던 말 잘 듣고 시키는 것 잘하는 후배나 관리가 편할 것 같은 성향의 사람들만 골라 채용하며 조직을 채워 나간다. 그리고는 사내에서든 술자리에서든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호형호제하고 있으며, 음담패설이나 험담을 하며 우리는 한 배를 탔다고 이야기한다. 게다가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러 가서 정보를 주고받으며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이렇게 채용되고 일하고 있는 동료들이 회사의 미션이나 제품의 가치에 공감 할리 없고, 따라서 소명의식이나 사명감을 찾아보기도 어렵다. 그리고 그들에게 보고 배울 건 줄 서기와 갈라 치기, 상사 모시기, 부하직원 갈구기, 접대 요령 같은 것뿐이다.
매니저의 중요한 역할은 조직의 질서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구성원이 퇴사나 이직을 하지 않도록 잘 관리하고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가끔은 술도 한잔 마셔가며 좋은 형님과 동생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조직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리더는 끊임없이 조직과 제품의 발전과 성장, 나아가 혁신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에 조직의 미션이나 제품의 가치에 공감하지 않고 조직의 성장이나 혁신에 도움이 되지 않는 동료는 채용을 하지 않아야 한다.
2. 비전 제시 및 동기 부여
구성원들에게 미션과 목표를 강조하며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비전을 제시하고 동기 부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리더는 구성원들에게 일과 관련해서는 개인적인 탐욕이나 이해관계 등을 드러내지 않고, 순수하게 제품의 미션과 가치를 믿고 따르며 목표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즉, 구성원들이 리더의 언행과 태도에서 미션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진정성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리더가 출근하자마자 구성원들과 주식이나 코인 이야기나 하고 있고, 구성원들의 불평불만에 “나도 가족 먹여 살리려고 하기 싫은데 어쩔 수 없이 하고 있거든, 나는 좋아서 하고 있는 줄 아냐?”라는 식의 이야기를 한다. 이런 이야기가 일시적으로 업무를 진행시키거나 불만을 누그러뜨리는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구성원들의 열정이나 동기부여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리더의 말을 믿고 따르지 않게 된다.
리더는 설령 속마음이 그렇지 않더라도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연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리더는 회사의 미션과 제품의 가치, 조직의 목표를 열성적으로 반복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그렇게 반복해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본인도 믿게 되며 겉과 속이 일치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백종원 씨가 한 방송에서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선행을 했는데 주변에서 이를 칭찬하고 격려하니 선행을 더 하게 되고, 그렇게 선행을 반복하다 보니 이제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던 것처럼 선행을 하는 게 자연스럽고 멈출 수가 없게 되었다.”라고 이야기한 것처럼, 그런 생각과 행동을 반복하다 보면 자신도 원래 그런 사람이었던 것처럼 스스로를 속이게 된다. 그래서 리더가 반복해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신을 포함하여 구성원들도 회사의 미션과 제품의 가치를 진심으로 믿고 따르며 소명의식이나 사명감을 갖게 될 것이다.
3. 장애물 및 병목 제거
리더는 구성원들이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조직문화 속에서 서로 협력하여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업무를 조율하며 업무 진행 시에 발생하는 장애물이나 병목을 빠르게 제거해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애자일 조직에서는 ‘일일 스크럼 미팅(또는 일일 스탠드업 미팅)’이라고 불리는 미팅을 매일 오전마다 진행한다. 매일 일정 시간을 정해 미팅을 진행하며 서로의 작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공유하고 확인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이 미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스프린트 목표를 달성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방해 요소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데 있다. 따라서 업무 진행 상황과 함께 일을 하면서 겪거나 예상되는 장애물을 공유하게 된다. 그리고 리더는 공유된 장애물을 빨리 해결하여 업무를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의 경우에는 자리에 서서 진행하는 스탠드업 미팅의 형식이 내용의 기록과 공유가 불편하고 번거로운 데다, 코로나 이후 탄력 근무제나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대면이 어렵다 보니 업무용 메신저인 슬랙을 통해 구성원 모두가 글로 작성하여 공유하는 것을 선호한다.
메신저를 통해서 일일 스크럼을 진행할 때는 스크럼 작성이 형식에 그친 일일 업무 보고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모든 구성원이 정해진 시간까지 스크럼을 작성 및 공유하고, 모두가 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업무를 오전 10시에 시작한다면, 10시 10분까지 구성원 모두가 스크럼을 작성해 스크럼을 읽고 업무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리더는 공유된 장애물을 확인하고, 이모지나 댓글을 남겨 확인 여부를 알린 다음 이를 해결해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럼 스프린트 리뷰 시에 스프린트 기간 동안 공유된 장애물이 하나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계획했던 작업이 왜 마무리되지 않았는지 그 이유와 책임을 작업자들에게 물을 수 있다. 반면에 작업자들이 공유한 장애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리더가 장애물을 제거해 주거나 이를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작업자들이 리더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문화와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야 수평적인 조직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4. 시스템과 프로세스 구축 및 유지
애자일 조직에서 리더의 중요한 역할은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조직 문화에서 조직이 효율적으로 관리 및 운영되고 구성원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모두가 동의하고 공유할 수 있는 일관된 원칙과 기준, 문화, 규범 등을 담은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만들고 관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리더는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논의하며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만들거나 제거할 수 있는 분위기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리고 구성원들의 협의 하에 만들어진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잘 유지하고, 반대로 불필요하고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시스템과 프로세스는 제거하며 이를 잘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조직 내외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안과 문제를 이 시스템과 프로세스로 처리하고 해결해 나가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리더 입장에서 예외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원칙과 기준을 지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시스템과 프로세스 내에서 처리하며 어렵고 힘든 선택과 결정을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리더가 사안마다 일방적으로 예외적인 선택과 결정을 하게 되면, 시스템과 프로세스에 대한 구성원의 믿음과 신뢰가 사라지며 정상적으로 동작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불가피하게 예외적인 선택과 결정이 필요하다면, 구성원들에게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를 설명하고 이해와 양해를 구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리더는 끊임없이 권력과 권한을 행사하라는 자신의 내면과 주변의 유혹에 시달리게 된다. 수많은 유혹을 뿌리치고 소신과 원칙을 지켜 나가는 것이 어렵고 힘든 세상이다. 그래서 한두 번 예외를 두거나 원칙을 깨기 시작하면, 조직은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조직으로 변해 간다.
또한 조직에 리더는 소수이고 구성원은 다수이며, 리더의 시간당 임금은 개별 구성원의 임금보다 비싸다. 때문에 조직의 관리 및 운영을 온전히 리더 개인의 역량 및 노력에 의존하며 발생하는 모든 사안을 1:1로 처리하거나 해결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조직이 제대로 관리 및 운영되지도 않을뿐더러 이 모든 것을 짊어진 리더가 번아웃이 올 가능성이 높다. 물론, 구성원이 개별적으로 찾아오거나 특별히 중대한 사안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구성원 한 명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들어주거나 사안을 개별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노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일을 매번 이렇게 1:1로 처리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게다가 반복되는 이슈와 문제라면, 반드시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만들어서 처리하고 해결해야 한다.
리더는 개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필요한 상황이나 문제인지를 파악하고, 필요한 경우에 이를 구성원들에게 명확하게 공유한 다음, 구성원들과 함께 공감 및 동의할 수 있는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분위기를 주도할 수 있는 역량과 리더십이 필요하다.
5. 악역(Devil's Advocate)
리더는 한 사람을 위한 리더가 아니라, 다수의 구성원이 소속되어 있는 조직을 위한 리더이다. 따라서 리더는 구성원 한 명의 편의나 안정, 성장보다는 조직 전체의 발전과 성장, 혁신을 우선해야 한다. 때문에 모두에게 좋은 리더가 될 수 없고, 이를 위해 노력해서도 안 된다. 때에 따라서는 조직의 발전이나 구성원들의 성장을 위해 냉정하고 냉혹한 판단과 결정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리더도 사람이기 때문에 완벽할 수 없고, 실수나 실패를 할 수 있다. 따라서 어렵사리 채용을 했는데 채용한 사람이 조직에 혼란이나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다른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며 조직의 목표 달성이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채용의 실패를 인정하고 해고를 통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 그 동료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게 되고, 누군가에겐 비난과 욕을 먹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역할이 잔인하지만 리더의 역할 중 하나이다.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시키는 판단과 결정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모든 구성원에게 좋은 리더가 되려고 노력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그러나 여전히 리더나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착한 사람 증후군에 걸린 리더가 좋은 리더라는 고정관념이 존재하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성원들이 리더의 판단과 결정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이야기하고, 때로는 비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사석이나 뒤에서 리더를 험담하고 욕하는 조직보다는 앞에서 편하게 의견을 제시하고 비판할 수 있는 분위기와 심리적 안정감을 가진 조직이 더 건강하고 바람직한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앞에서 이야기한 해고도 리더의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판단과 결정으로 해고를 해서는 안 된다. 그 해고와 관련하여 사전에 구성원들의 동의나 공감이 필요하고, 해고의 이유 또한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원칙이나 규범 등에서 나와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리더의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판단과 결정에 불만이 있는 구성원들이 면전에 비판을 쏟아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성원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리더의 판단이나 결정에 토를 달거나 비판을 하는 것은 리더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인상을 쓰거나 얼굴을 붉히는 경우가 많다. 권위와 권력에 기반한 매니징은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조직문화를 망친다.
6. 신뢰 구축과 심리적 안정 유지
리더는 리더로서 권위나 힘이 구성원들의 신뢰와 지지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구성원들이 리더를 믿고 신뢰하며, 좋은 성과를 만들고 조직의 목표를 달성했을 때 회사에서 리더의 영향력이 커지고, 이러한 영향력을 통해 외부나 경영진, 타 조직을 설득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따라서 리더는 구성원들로부터 신뢰와 지지를 잃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리더는 구성원들이 업무에 집중하며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프로세스를 포함한 환경을 조성하고, 장애물이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빠르게 해결해 주며, 함께 성장하고 성공하는 경험을 하나 둘 만들어가면서 신뢰 자산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냉정하고 냉혹한 판단과 결정을 하더라도 고객이나 제품, 조직을 위한 것이어야지 사적 이익 추구나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어서는 안 된다. 또한 모든 판단과 결정은 리더의 감정이나 기분에 따라 처리되지 않고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시스템이나 프로세스, 즉 일관된 원칙이나 기준에 따라 처리되어야 한다. 그래야 조직이 심리적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다.
모두가 함께 만든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리더가 마음대로 없애거나 예외를 두기 시작한다면, 리더에 대한 신뢰나 안정감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그렇게 리더가 구성원들로부터 신뢰와 지지를 잃기 시작한다면, IT 프로젝트의 특성상 리더가 모든 업무를 손수 처리하고 해결할 수 없다 보니 결국 퍼포먼스가 떨어지고 제품의 엉망이 되며 조직을 떠나거나 쫓겨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전히 리더의 역할을 이해하지 못하는 역량 없는 매니저들이 회사에서 부여한 권력과 권한으로 구성원들에 명령과 지시를 하며 권위를 세우려고 한다. 그리고 실패를 하면, 청년세대가 문제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무능함을 덮는 데만 급급하다. 자신의 잘못이나 실수, 실패에도 반성을 하지 않는데 무슨 성장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런 사람이 무슨 조직의 발전과 성장, 혁신을 이끌 수 있을까?
결국 리더는 구성원들 위에 군림하며 명령과 지시, 감독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구성원들 앞에 서는 이끌고, 뒤에서는 헌신하며 이들을 서포트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구성원들에게 존중을 받고, 누군가에겐 존경을 받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많은 매니저들 때문에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조직문화를 정착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고 힘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