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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IUX가 서비스 기획을 망쳤다!

세균무기 2020. 2. 3. 09:30

 

 

내가 한 IT서비스 기획자이자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UIUX가 진짜 서비스 기획을 망쳤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서비스 기획은 디자인과 개발은 물론이거니와 역사와 문화, 철학, 법, 정책, 환경, 인프라, 생태계, 뇌과학, 심리학 등의 융합의 결과물이자 나아가 리소스와 일정, 동료들의 역량과 수준, 고도화 및 확장성, 데이터의 수집과 처리 및 분석, 사회와 업계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야 하는 통섭의 영역인데 너무 UIUX에 포커싱된 나머지 예쁘고 쉽고 편한 UIUX를 가진 서비스가 좋은 서비스이고 때문에 이런 UIUX를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것이 서비스 기획과 디자인의 목적이자 목표라는 인식이 업계에 팽배하여 잘못된 UIUX를 가진 서비스를 양산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서비스만 양산했으면 다행이련만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마저도 양산해 내가 그들과 협업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더 짜증이 난다. :(

어떻게 UIUX가 서비스 기획을 망쳤고 또 엉망인 서비스를 양산해냈을까?

 

 

UIUX를 쉽고 편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법과 정책을 무시한다.

 

한 기업이 있다. 이 기업은 매출 증대를 위해 고객에게 이메일과 SMS 등을 통해 마케팅 메시지를 발송하고 싶은데 법에 따라 인증과 함께 수신 동의를 받는 것이 UIUX 측면에서 사용자에겐 불편을, 회사 입장에서는 가입률과 수신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인증이나 동의 없이 정보만 입력받아 처리하기로 한다.
그렇게 인증되지 않은 개인정보가 서버에 쌓이게 되고 수신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메시지를 보내는데... 

아뿔싸~ 동의하지 않은 사용자는 물론이거니와 사용자가 정보를 잘못 입력하거나 정보 업데이트를 해주지 않다 보니 타 사용자나 가입하지 않은 비회원에게 마저도 마케팅 메시지를 발송하는 등 개인정보 관리 및 운영에 혼파망이 발생한다.
그런데 이런 회사가 얼마나 있을까 싶지만 생각보다 너~무 많다. :(

 


UIUX 트렌드라며 지역적, 문화적 특수성을 무시하고 정답인 양 이야기한다.

 

중국에서 QR코드를 활용한 모바일 페이먼트가 성공하자 훨씬 사용하기 편한 신용/체크카드가 전 국민에게 보급된 한국 사회에서 전문가라고 일컫는 사람들이 QR코드의 편리한 UX를 강조하며 연신 중국을 공부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던 때가 있었다. 정작 중국을 공부해야 할 사람들은 그 사람들이 아닌가 싶은데...
중국어가 어려워 문맹률이 높고 타이핑이 힘들다 보니 텍스트 검색보다는 QR코드 검색이 편했을 뿐이고, 이건 다른 나라에 비해 텍스트 문자 대신 보이스톡과 보이스챗, 보이스 검색 등이 대중화되고 QR코드뿐만 아니라 이미지와 음성을 활용한 기능들이 함께 발전한 것만 봐도 언어적인 영향이 컸다고 보는 게 정확한 분석일 것이다. 게다가 저신용 사회로 신용카드가 널리 보급되지 않은 데다 위폐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모바일의 성장과 함께 모바일 페이먼트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었다.
이렇게 발전한 기술과 공산당 일당 정치체제, 개인정보 보호 및 관리에 민감하지 않은 문화와 환경 탓에 중국이 AI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 매년 크고 작은 지진과 홍수 등의 자연재해를 겪는 일본에서는 통신망이 끊겼을 때 발생하는 아비규환을 자주 겪다 보니 핀테크 육성을 통한 현금 없는 사회를 지향하는 것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때문에 모바일 페이먼트는 빠르게 성장하지 못했지만 블록체인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성장을 했는데 암호화폐의 특성상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분산원장을 통해서 자연재해로 인해 소실될 위험이 적은 데다 전 세계에서 통용될 수 있는 글로벌 안전자산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블록체인 업계가 그 기대마저 쓰레기통에 버린 게 작금의 상황이지만.

 

미국의 영향을 크게 받는 한국이지만 미국에서 성공한 UIUX가 한국의 환경과 문화, 언어를 고려할 때 좋은 UIUX가 아닐 수도 있다.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역사와 문화, 관습, 습관 등의 지역적 특수성을 글로벌 UIUX 트렌드라며 무시하거나 간과해서는 안 된다.

 

 

UIUX에 집착한 나머지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않는다.

한 UI 디자이너가 있다. 이 디자이너는 예쁘고 쉽고 편한 UIUX가 디자인의 핵심이고 그런 디자인을 하고 싶다며 예쁜 디자인 목업들이 잔뜩 올라가 있는 핀터레스트나 드리블 등을 매일 방문하며 UIUX를 공부한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이 디자이너가 만든 디자인 결과물을 본 기획자나 개발자들은 매번 좌절을 한다.
기획서는 깡그리 무시를 한 나머지 디자인 결과물에 필요한 기능이나 프로세스, 예외 처리 등이 구현되지 않은 데다 사용자의 입력이나 액션 등을 통한 아웃풋으로 데이터 수집 및 분석도 진행을 해야 하는데 이런 고려가 모두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UIUX 디자인은 단말기 환경에서 사용자 중심의 기획과 디자인, 개발과의 협업의 결과물이고, 협업은 커뮤니케이션과 설득의 과정인데 실력도 없는데 이를 예술로 착각한 나머지 고집만 피우는 디자이너 때문에 프로덕트만 엉망이 된 게 아니라 프로젝트마저도 엉망이 되어 버렸다. 모두가 협업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UIUX도 사회적 가치와 선한 영향력을 고려해야 한다.

 

무한 스크롤(Infinite Scroll)은 더 많은 콘텐츠를 보고 싶어 하는 사용자에게 페이지 버튼보다 매우 쉽고 편한 UIUX를 제공했다. 그러나 이 기능은 인류가 수억 시간을 낭비하는데도 기여했다.
무한 스크롤이 개발되기 전에는 페이지 버튼으로 여러 페이지를 보는 것이 상당히 불편했기 때문에 보통 한두 페이지를 보고 창을 껐을 텐데 무한 스크롤이 개발된 이후에는 끝없이 연결되는 콘텐츠를 넋 놓고 보게 된다. 그렇게 인류가 낭비한 시간을 합산해보면 이 기능을 개발한 개발자는 반성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재미없는 글에 우스갯소리로 해본 이야기지만 꼭 좋은 UIUX가 사용자나 업계, 나아가 인류에 꼭 긍정적이고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UIUX가 중요치 않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서비스 기획은 UIUX만 고려하거나 챙겨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서비스 기획은 디자인과 개발은 물론이거니와 역사와 문화, 철학, 법, 정책, 환경, 인프라, 생태계, 뇌과학, 심리학 등의 융합의 결과물이자 나아가 리소스와 일정, 동료들의 역량과 수준, 고도화 및 확장성, 데이터의 수집과 처리 및 분석, 사회와 업계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야 하는 통섭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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