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박수 쳐주기 위해선
며칠 전 골빈해커님이 올린 한 트윗을 보고 내가 처한 현실과 오버랩되면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사실 말이 실소지 짜증이 섞인 자조적인 웃음이라고 해두자!)
구글, 페이스북, 슈퍼셀, 아마존 등, 실패를 용인하는 수준을 넘어, 실패를 “박수쳐주는” 문화가 중요하다. pic.twitter.com/xhqRY77HBA
— 골빈해커 (@golbin) May 15, 2019
물론 앞뒤 문맥이 생략됐어도 말하고자 하는 바와 그 행간의 의미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기 때문에 이 트윗에 태클을 걸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생략된 앞뒤 문맥, 즉 실패를 박수 쳐주기 위한 문화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나도 나의 실패에, 친구들과 동료들의 실패에, 회사의 실패에, 나아가 정부와 사회의 실패에 진심으로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과거 나의 실패에 나 스스로도 그동안 고생했다며 위로와 함께 박수를 쳐주고 싶었지만 현실의 벽은 높고 실패는 뼈저리기 때문에 박수를 쳐줄 경황이 없었고 또 주변에서도 박수를 쳐주긴커녕 차가운 시선을 보내거나 외면을 했다.
또한 동료와 회사의 실패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지만 대부분의 실패에 박수는커녕 욕이나 안 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왜 나의 실패에, 동료들과 회사의 실패에 박수를 쳐주지 못했을까 생각을 해보니 몇 가지 이유가 있었고 결국 실패를 박수 쳐주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제가 필요하다.
동료들이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는 적정한 규모의 프로젝트여야 한다.
해당 프로젝트의 난이도가 너무 낮아 누가 해도 성공할 수 있는 프로젝트거나, 회사의 전폭적인 지지나 지원 등으로 이미 그 성공 가능성이 높아 누구나 참여하고 싶어 하는 프로젝트거나, 어떠한 이유에서건 동료들의 공감과 동의를 받을 수 없는 프로젝트라면 실패 시 동료들에게 박수를 받기는 어렵다.
하물며 특정 프로젝트를 동료들 몰래 또는 공감대 형성이나 동의 없이 진행하다 성공은커녕 수습이 어려워 동료들의 도움을 요청했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결국 그 프로젝트가 실패를 한다면?
때문에 실패가 박수를 받기 위해서는 해당 프로젝트가 동료들이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의 프로젝트여야 한다. 그렇지 않은 프로젝트가 실패를 했다면 박수는커녕 욕을 안 먹은 것만도 다행이다.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프로젝트 진행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 및 공유되고, 그 구성원들이 열정적으로 노력을 했으며, 실패에도 불구하고 해당 프로젝트의 일원이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며 성장했다고 이야기를 한다면 비록 실패를 했지만 박수를 쳐줄 수 있다.
비록 결과는 실패를 해 프로젝트와 회사는 실패를 경험했지만 그 과정을 통해 구성원과 조직원은 성장하며 성공에 한걸음 더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결과에 대한 평가와 함께 기록을 남겨야 한다.
비록 해당 프로젝트가 실패를 했지만 그 결과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그 기록을 통해 조직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면, 다음 도전 시 성공에 한걸음 더 가까워졌기 때문에 박수를 쳐줄 수 있다.
그런데 그 실패에 대한 냉정한 평가도 없이 이를 숨기거나 묻기 바쁘다면, 실패의 원인과 책임을 두고 서로 떠넘기거나 비난하고 힐난을 하고 있다면, 그 평가와 기록을 통해 조직이 배우고 실패의 확률을 줄여나가야 하는데 평가와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박수는커녕 욕을 먹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때문에 위 전제 없이 그냥 실패를 박수 쳐준다면 빨리 그 회사를 탈출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