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을 채용하고 싶나요?
나에게 "당신이 채용담당자라면 어떤 성향의 사람을 채용하고 싶나요?"라고 물었다.
그런데 답변이 바로 튀어나오지 않았다.
나도 오랫동안 매니저로 일하며 수많은 동료를 면접 보고 채용했기 떄문에 고민을 안 해 본 것은 아닌데 막상 이런 질문을 받아보니 과연 난 어떤 사람을 채용했고 또 채용하고 싶었는지 바로 답변할 수 없었다.
그렇게 수십, 수백 명을 면접 보고 누구에겐 탈락의 고배를, 누구에겐 입사의 영광(?)을 선사했는데 말이다.
고백하건대 누군가에겐 인생의 중요한 순간이었을 텐데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분들께는 정말 죄송스럽게도 되돌아 생각해 보니 그냥 느낌으로 채용을 결정했던 게 아닌가 싶다.
스타트업 씬(Scene)에서는 이를 멋지게 핏(Fit)이 맞는지 본다고 이야기한다.
(핏은 개뿔~ 그냥 채용담당자 맘이란 이야기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질문이 잘못된 것 같다.
대부분의 인사 시스템이 건성으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읽는 둥 마는 둥 하고 결국 회사와의 핏(Fit)을 본다며 채용담당자의 느낌만으로 채용을 결정하면서, 한편으론 다양한 사고방식과 가치관, 문화를 가진 사람들을 채용하여 창의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고 자유롭게 토론하며 시너지를 내겠다고 이야기를 한다.
이미 회사나 채용담당자만의 틀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 끼워 맞추고 있으면서 무슨 다양한 사고방식과 가치관, 문화를 포용하며 시너지를 내겠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때문에 질문은 어떤 성향의 사람을 채용하고 싶냐가 아니라 어떤 사람을 채용하지 않을 것인지 물어보는 게 보다 좋은 질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난 이런 성향의 사람을 채용하고 싶지 않다.
첫째, 실력은 없는데 열정과 의욕만 넘치고 고집이 센 사람이다.
동기부여 이론에 따르면 열정과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서는 자율성과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는 분위기, 즉 수평적 조직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런 동료들이 많으면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고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 발전과 성장이 없는 사람이다.
실력이 좋거나 학습능력과 러닝 커브가 좋은 동료들을 채용해야 조직이 성장하고 발전하는데 발전과 성장이 없는 사람들은 그런 동료들을 내보내고 자신과 같은 동료들로 조직을 채우기 때문이다.
셋째, 그 사람만의 색깔이 느껴지지 않는 사람이다.
사람은 자신만의 색깔, 즉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직장생활을 시작할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색깔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사람은 조직에 긍정적인 시너지보단 묻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그리고 한두 시간의 면접으로 이런 사람을 어떻게 걸러내지?!?!
그래서 어떤 관리자가 면접을 보건 객관화된 평가가 가능한 채용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갖추는 것이 중요한데 이런 기업이 몇 군데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