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가다. Part 5

세균무기 2017. 5. 30. 23:40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어제 모스크바에 도착했는데 너무 피곤한 나머지 Airbnb를 통해 통째로 빌린 아파트에서 널브러져 있다 오후 늦게서야 아쉬운 마음에 아파트 근처에 있는 모스크바 강변을 따라 가볍게 산책을 했다.

날씨가 사기다 보니 강 건너 고라키공원을 구경하며 모스크바강을 따라 가볍게 산책을 하는게 이 정도다. :)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다 고기와 야채, 과일 등을 주로 취급하는 마트를 발견하고 저녁식사는 소고기, 수제소시지, 샐러드, 보드카 등 이런저런 식재료를 사와 요리를 해 먹었다. 스테이크용 소고기가 너무 두꺼운데다 기름도 없어 야심차게 진공저온 조리법인 수비드로 조리한다는 것이 그만 봉지가 터져버렸다. 맑은 물에 깨끗이 샤워(?)를 마치고 반쯤 수육이 돼 잡내가 심하게 나는 비싼 소고기를 어떻게든 살려보겠다고 팬에 올려 보드카로 잡내도 잡아보고 허브솔트로 간도 맞추며 CPR을 시도했는데 이게 나름 보드카와 잘 어울리더라. 보드카엔 소고기 수육인가? @.,@;;
그렇게 저녁을 먹고 보드카를 마시며 여섯째 날을 마무리했다. (여행일수가 늘어나니 피곤해서 갈수록 글에 성의가 없이지고 있다. ㅋ)


  
일곱째 날은 모스크바 여행의 핵심이자 정수인 크렘린과 성 바실리 성당 등 붉은광장 일대를 구경하기 위해 아침 일찍 숙소를 나와 지하철을 탔다. 모스크바의 지하철을 타보면 그 깊이와 100m가 넘는 긴 에스컬레이터에 놀라게 된다. 핵보유국으로서 핵전쟁에 대비하여 대피소로 사용하기 위해 지하철을 깊게 팠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이용해보니 그 말이 실감이 되더라. 핵폭발에도 견딜 수 있게 깊고 튼튼하게 잘 지어놓았다.
참고로 지하철 티켓을 살 때는 러시아 지하철 시스템이 노선과 길이에 상관없이 동일한 요금이 적용되고 한 카드로 여러 명이 같이 쓸 수 있는 데다 많이 충전할수록 요금이 싸지기 때문에 여러 명이더라도 탑승 횟수를 예상해 한 카드로 구매하면 경제적이다.

날이 너무 좋아 그저 행복했는데...

 

항상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도 없이 붐빈다는 붉은광장을 사람 한명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꼼꼼하고 단단하게 막아놓았다. ㅠㅠ


그렇게 지하철을 타고 붉은광장에 도착하니 전승기념일 행사 준비로 붉은광장 일대를 펜스로 전부 막아놓았다.
그래도 관광객들을 위해 어디 한 곳은 개방해놓았겠지라고 생각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정말 꼼꼼하게도 잘 막아놓았더라. 상트에선 전승기념일 준비 때문에 이런저런 러시아 무기를 구경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 모스크바에선 러시아 무기는 커녕 주요 관광명소를 다 막아놓다 보니 이렇게 허망할 수가 있나. :(
붉은광장과 카잔대성당은 고작 펜스 밖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고 레닌묘와 크렘린 등은 구경도 할 수 없었다. 수많은 광관객들이 안타까운 마음에 펜스 밖에서 연신 카메라를 누르며 아쉬움을 달래고 있더라. 펜스 밖에서 찍을 바엔 차라리 인터넷에서 다운 받는 게 낫겠다. ㅠㅠ
다행스럽게도 성 바실리 성당과 마네지 공원 정도는 구경할 수 있었지만 크렘린과 붉은광장 주변을 보러 모스크바에 오는 건데 내가 왜 비싼 돈 들여 힘들게 여기까지 왔나 자괴감 들고 괴로웠다.

테트리스에 등장하여 더더더 유명해진 성 바실리 성당 되시겠다.

 

아쉬운 마음에 성바실리 성당 앞에 시위하듯 드러누워 닳고 닳도록 성당만 지켜봤다.


러시아 국영 백화점인 GUM에서 왜 유명한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다들 한번쯤 먹어봤다며 그냥 꼭 한번 들러 먹어보라던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불 타오르는 마음을 간신히 달랬다. 붉은광장에서 더러운 꼴을 많이 당하니 아이스크림이나 먹으며 화를 달래라고 그렇게들 먹어보라고 권했나 보다. ㅡ.,ㅡ;b
때문에 전승기념일 일주일 전에는 러시아 여행을 권하고 싶지 않다. 전승기념일을 보거나 그 직후라면 모를까.
덕분에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다음날 일정이었던 신, 구 아르바트 거리를 구경했다. 우리나라 명동 같은 느낌인데 굳이 여길 올 필요가 있나 싶다. 암튼 여행사들이 상품화를 하고 일반인들이 하나둘 다녀오며 블로깅을 하다 보면 그다지 특별하지도 않은데 이게 어느새 유명 관광지가 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아르바트 거리도 그런 경우인 듯 싶다.

구 아르바트 거리에 있는 이 그래피티 벽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우린 그렇게 걷고 또 걸었나 보다. OTL


상트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어디를 가도 관광지이자 유적지인 느낌인데 반해 모스크바는 붉은광장 주변을 제외하곤 시간이 아깝다. 다음에 또 온다면 모스크바는 하루를 경유해서 붉은광장 일대만 구경하고 상트에 모두 할애하는 편이 낫겠더라.

아르바트 거리를 구경하다 보니 다리가 너무 아파 더 이상 걷지를 못하겠다. 애초 상트는 자전거를 빌려 탈 생각이었는데 알아본 가게가 이전을 하는 바람에 자전거를 타지 못하고 걸어 다녔는데 모스크바는 자전거를 빌리기 어려워 지하철과 도보로 여행을 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곳저곳 돌아다닐 때마다 공유 자전거와 그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너무 자주 눈에 띄더라.
모스크바 공유 자전거를 이용하려면 러시아 핸드폰 번호가 필요한데 우린 한국에서 와이파이 기기를 대여해와서 혹시나 Airbnb 호스트들과 급하게 통화할 일이 있지 않을까 싶어 300루블짜리 Prepaid SIM Card를 하나 구매했는데 앱을 다운로드하고 그 SIM카드를 통해 가입하니 너무 쉽게 자전거 대여가 가능하다.
우린 IT종사자니까 러시아어를 몰라도 대략 UI만 봐도 이해가 돼서 현장에서 바로 가입하고 자전거를 빌렸는데 잘 모르겠다면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친절하게 설명해놓은 분들이 많으니 검색해서 가입하길 바란다. 게다가 러시아 통신료가 워낙 저렴해서 한국에서 와이파이 기기를 대여하는 것보다 러시아 SIM카드를 사서 인터넷을 이용하는 게 훨씬 경제적이다. 
그렇게 자전거를 한대 빌렸는데 우린 둘인데 한 번호로 동시에 두 대는 대여가 안 된다. 게다가 뒷좌석도 없는데 말이지. 하루 종일 대여가 150루블(약 3,000원) 밖에 안 해서 IT종사자로서 테스트 삼아 빌려본 거긴 하지만 다리가 너무 아프니 두 대를 못 빌려 타지를 못한다는 사실에 짜증이 밀려왔다.
친구랑 둘이서 자전거 한대를 가운데 세워놓고 서로 황망하게 웃다 다시 거치대에 반납했다. ㅠㅠ
개인적으로 중국의 오포와 모바이크 방식의 공유 자전거는 자전거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유지, 보수, 관리 비용이 엄청 드는 데다 아무 곳이나 마구 방치되고 특정 지역에 자전거가 쏠려 도시 미관도 해치는데다 고장난 자전거가 길거리 흉물로 전락해 골칫거리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시에서 주도해 운영하는 방식이 보다 낫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자전거를 반납하고 또 다시 아픈 다리를 질질 끌으며 푸시킨 국립박물관과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을 구경했다. 푸시킨 국립박물관은 한국어 가이드도 없는 데다 미술품 위주의 전시물로 수장량이 많지 않아 꼭 방문할 필요는 없지만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은 입장료를 내고 테라스에 올라가 모스크바 전경을 바라보는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 같다.

"모스크바 야경은 유람선을 타고, 전경은 이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의 테라스와 함께 하시길..."

크렘린이 한눈에 들어오는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의 테라스 되시겠다.


마침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 앞으로 시티투어 버스가 다니길래 다리도 아프니 버스나 타자며 올랐는데 1인당 1,500루블(약 3만원)이다. 게다가 우리가 노선의 중간쯤 타서 한 바퀴 더 돌려고 했는데 오후 6시까지 운행이라며 이번이 마지막 운행이라고 한다. 결국 반쯤 타고 3만원을 내야 해서 망설이고 있는데 이 티켓으로 내일 다른 루트로 다니는 시티투어 버스를 탈 수 있다는 안내원의 말(말에 혹한 건지 외모에 혹한 건지...)에 결제를 했는데 다음날 황당한 이유로 결국 이용을 하지 못했다. :(
시티투어 버스의 종점은 성 바실리 성당 옆.
다시 성 바실리 성당과 GUM 백화점, 마네지 공원을 지나 집에 가는 지하철을 타려고 이동하는데 왠지 오늘 하루가 롤백 당한 기분이다. 다시 아르바트 거리를 가야 하나?
다리도 아프고 저녁도 먹어야 해서 식당을 찾다 마네지 공원 옆 건물 지하에서 푸드코트를 발견하여 그곳에서 저녁을 먹었다. 
정말 많은 음식점들이 있었는데 베트남에서 3년을 넘게 일하다 온 친구가 모스크바에서 갑자기 쌀국수가 먹고 싶다고 해 베트남 음식점에서 쌀국수와 베트남 커피 등을 시켜 먹었는데 한시간 남짓 그 음식점에서 우리 말고 음식을 주문하는 사람을 단 한명도 볼 수 없었다. 그 푸드코트에 수백명이 앉아있었는데 말이지.

그 수많은 음식점에서 맛없는 곳을 선택해 먹는 것도 참 능력이다. 특히 쌀국수 가격이 6천원 정도로 러시아 현지 물가를 생각했을 때 비싼 편이었고 커피는 맥심에 얼음 띄운 맛으로 형편이 없었다. 우린 쓰디쓴 에스프레소에 연유를 탄 베트남 오리지널 커피를 기대했는데.
(그래서 그 다다음날에 중국에서 일하다 온 내가 친구를 끌고 중국 음식점에 갔다. 물론 성공적이었고.)
참 샤슬릭도 그렇고 블리니도 그렇고 맛있는 음식이 정말 없는 나라라고 생각하며 남자 둘이서 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내일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