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0일, 고려대 정경대학 후문에 붙은 장문의 대자보가 사회적 이슈와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라는 붉은색 제목으로 붙은 이 대자보는 고려대 경영학과 3학년에 재학중인 김예슬 양(이미 언론 등을 통해 실명이 모두 공개되었기 때문에 실명을 그대로 사용합니다.)이 쓴 전지 3장 분량의 내용으로 끊임없는 경쟁만 조장하며 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한 대학과 우리 사회의 교육 현실을 비판하며 대학을 그만두겠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12년을 대학입시를 위해서 공부하고, 또 대학에서는 비싼 등록금을 내며 취업을 위한 간판을 취득하며 대학을 졸업해서는 극심한 취업난으로 고생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결국 모든게 취업을 위한 교육과 경쟁으로 변질되어 버린 한국사회의 교육제도 하에서 한 대학생의 이유있는 울부짖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게다가 대학 졸업 후 많은 대학생들이 비정규직으로 전락한다는 '88만원 세대'라는 말이 등장하고 자발적 미취업자를 뜻하는 니트족이 40만명을 넘어서며 구직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하니 기성세대들이 만들어 놓은 매트릭스 안에서 고생하는 현재의 대학생들이 안쓰럽게만 느껴지네요.
(그러니 선거날에 데이트나 놀러 갈 생각만 하지 말고 투표 잘 하란 말이다. ㅡ.,ㅡ;;;;)


대자보 전문입니다.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 둔다. G세대로 '빛나거나' 88만원 세대로 '빚내거나', 그 양극화의 틈새에서 불안한 줄타기를 하는 20대. 무언가 잘못된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는 불안에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20대. 그 한 가운데에서 다른 길은 이것밖에 없다는 마지막 믿음으로.

이제 나의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25년 동안 긴 트랙을 질주해왔다. 친구들을 넘어뜨린 것을 기뻐하면서. 나를 앞질러 가는 친구들에 불안해하면서. 그렇게 '명문대 입학'이라는 첫 관문을 통과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더 거세게 채찍질 해봐도 다리 힘이 빠지고 심장이 뛰지 않는다. 지금 나는 멈춰 서서 이 트랙을 바라보고 있다. 저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취업'이라는 두 번째 관문을 통과시켜 줄 자격증 꾸러미가 보인다. 다시 새로운 자격증을 향한 경쟁 질주가 시작될 것이다. 이제야 나는 알아차렸다. 내가 달리고 있는 곳이 끝이 없는 트랙임을.

이제 나의 적들의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이름만 남은 '자격증 장사 브로커'가 된 대학, 그것이 이 시대 대학의 진실이다. 국가는 의무 교육의 이름으로 대학의 하청 업체가 되고, 대학은 자본과 대기업에 '인간 제품'을 조달하는 가장 효율적인 하청 업체가 되었다. 기업은 더 비싼 가격표를 가진 자만이 접근할 수 있도록 온갖 새로운 자격증을 요구한다. 이 변화 빠른 시대에 10년을 채 써먹을 수 없어 낡아 버려지는 우리들은 또 대학원에, 유학에 돌입한다.

'세계를 무대로 너의 능력만큼 자유하리라'는 넘치는 자유의 시대는 곧 자격증의 시대가 되어버렸다. 졸업장도 없는 인생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자격증도 없는 인생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학습된 두려움과 불안은 다시 우리를 그 앞에 무릎 꿇린다.

생각할 틈도, 돌아볼 틈도 주지 않겠다는 듯이 또 다른 거짓 희망이 날아든다. 교육이 문제다, 대학이 문제다라고 말하는 생각있는 이들조차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성공해서 세상을 바꾸는 '룰러'가 되어라",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해. 나는 너를 응원한다", "너희의 권리를 주장해. 짱돌이라도 들고 나서!" 그리고 칼날처럼 덧붙여지는 한 줄,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지". 그 결과가 무엇인지는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큰 배움도 큰 물음도 없는 '대학(大學)'없는 대학에서, 우리들 20대는 투자 대비 수익이 나오지 않는 '적자세대'가 되어 부모 앞에 죄송하다. 젊은 놈이 제 손으로 자기 밥을 벌지 못해 무력하다. 스무살이 되어서도 꿈을 찾는 게 꿈이어서 억울하다. 이대로 언제까지 쫓아가야 하는지 불안하기만 우리 젊음이 서글프다. 나는 대학과 기업과 국가, 그리고 대학에서 답을 찾으라는 그들의 큰 탓을 묻는다. 그러나 동시에 이 체제를 떠받쳐 온 내 작은 탓을 묻는다. 이 시대에 가장 위악한 것 중에 하나가 졸업장 인생인 나, 나 자신임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더 많이 쌓기만 하다가 내 삶이 시들어 버리기 전에. 쓸모 있는 상품으로 '간택'되지 않는 인간의 길을 '선택'하기 위해. 이제 나에게는 이것들을 가질 자유보다는 이것들로부터의 자유가 더 필요하다. 나는 길을 잃을 것이고 도전에 부딪힐 것이고 상처 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삶이기에 지금 바로 살기 위해 나는 탈주하고 저항하련다. 생각한 대로 말하고, 말한 대로 행동하고, 행동한 대로 살아내겠다는 용기를 내련다.

이제 대학과 자본의 이 거대한 탑에서 내 몫의 돌멩이 하나가 빠진다. 탑은 끄덕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작지만 균열은 시작되었다. 동시에 대학을 버리고 진정한 大學生의 첫발을 내딛는 한 인간이 태어난다. 이제 내가 거부한 것들과의 다음 싸움을 앞에 두고 나는 말한다. 그래, "누가 더 강한지는 두고 볼 일이다".

                                                                                                 자발적 퇴교를 앞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김예슬

먼저 항간에 논란이 되고 있는 김예슬양의 과거 운동권 행적이나 진정성을 떠나 행동하는 지성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준 김예슬양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수많은 학생들이 공감하고 분노하는 문제이지만 결국 실천하지 못하고 술 안주 삼아서 이야기하는 화제를 직접 외쳐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시킬 수 있었다는 것에 그 가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조금 아쉽고 안타까운 점은 이런 마음가짐으로 남은 1년을 착실히 공부해서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가 직접 제도를 개선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리더가 되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네요. 그리고 모난 돌이 정 맞는 한국사회에서 불 보듯 뻔하게 김예슬양이 여러 어려움을 겪을 것을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ㅡ.,ㅡ;;

벌써 김예슬 양의 과거 운동권 행적을 가지고 기성언론들이 무척이나 잘 하는 흠짓내기가 시작되었으며 진정성과 관련하여 전후사정이나 진실여부를 떠나 깍아내리기식 기사와 포스팅이 등록되고 있더군요.
전형적인 언론플레이의 양상을 그대로 따르고 있으니 이젠 뭐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네요. 게다가 그 선두에 진정성이라곤 눈꼽만치도 찾아볼 수 없을 뿐더러 더러운 과거 행적을 가지고 있는 보수언론들이 앞장서고 있으니...

그런데 대중에게 한번 묻고 싶습니다.
김예슬양의 과거 운동권 행적이나 진정성이 그리도 중요한가요?!?!
사회적 문제를 제기하는 당사자의 과거 행적이 뭐가 그리도 중요한 것인지 반문하고 싶습니다.
차라리 그런 과거 행적이나 진정성을 조사하고 흠짓낼 시간이 있다면 왜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는지 원인을 분석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올바른 언론의 행태가 아닌가요?!?! 사회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언론의 역할인데 언론의 역할을 일개 대학생이 대신해주니 밥그릇 뻇기는 것 같아 배가 아픈 건가요?!?! 일부 블로거들도 진정성과 관련해서 포스팅을 하고 있던데 언론플레이에 놀아나지 마시고 조금 실체적 진실을 바라보려는 시각을 갖기 위한 노력과 함께 자신의 내면을 반성해보는 것이 오히려 좋은 블로거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김예슬양의 과거 행적이나 진정성을 떠나, 공익을 위해서였던 자기 자신을 위해서였던 간에 자신의 가치관을 가지고 사회를 바라보고 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그 용기만으로도 박수를 보냅니다.
왜냐?!?! 대다수의 사람들은 생각만하고 실천도 못하니까요.



가슴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세균무기

 
author image
'세균무기, 지구별에 흔적을 남기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세균무기입니다.
법학과 행정학을 전공한 IT서비스 기획자이자 프로덕트 매니저이며, 변방의 한 블로거입니다. IT와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으며 여행과 애플 제품, 블랙아이드피스의 음악, 커피를 격하게 애정합니다.


  1. BlogIcon TendoZinZzA

    언젠가 저런 녀석들은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죠. 김예슬 양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 BlogIcon 세균무기

      역사의 심판이요?!?!
      근대에 들어 언제 유럽처럼 제대로 역사가 심판을 한 적이 있습니까?!?!
      다 피와 땀으로 얼룩진 심판의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 아닌지요.
      갈수록 심판을 하기 어려운 나라가 되어가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2. BlogIcon deVbug

    졸업한지 이제 갓 한달이 된 구직자는 그저 함께 울 뿐이죠. ;ㅁ;
    빌어먹을 대한민국이라고 외쳐봤자 돌아오는 건 돌멩이 뿐이라서 걍 닥치고 있으렵니다.

    • BlogIcon 세균무기

      내년 졸업하는 친척 여동생 스펙 체크해줬는데 저에 비해 스펙 무척 뛰어나더군요.
      그래도 취업이 안 된다고 울상이던데... 뭐라고 이야기를 해줘야할지 막막하더이다.
      눈높이 낮추라는 잡소리는 조금 집어치우고 현실적으로
      정부과 기업 차원에서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데 근시안적인 대책만 내놓고
      기업도 투자를 안 하고 있으니...ㅡ.,ㅡ;; 답이 안 나오죠...
      전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사회문제인 것을 보면 자본주의 경제체제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체제에 메스를 대어야할텐데 기득권층이 손 댈리는 없을 것이고 결국 곳곳에서 소득불균형과 취업난 등으로 인해 폭동이 발생할 우려가 커지가 있습니다.

  3. 미드 매니아

    죄송하지만 싫은 소리 몇자 적어보려합니다.
    얼마전본 미드에서 본것인데요.
    일명 국경수비대 - 위기에처한 케슬러.^^;;
    대략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버지와 딸이 있습니다.
    아버지는 국경수비를 맡고 있는 국장입니다.
    어느날 국경으로 들어오는 핵을 그의 딸이 비핵화 주장하면서 데모를 했습니다.
    그로인해 누군가는 다쳤고 누군가는 체포 되었고..
    누군가는 비호 되었습니다.
    딸은 자신의 신념 대로 비핵화를 주장 했다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더군요..
    제가 보기엔 자신만을 위한 생각을 한것이라고 봅니다.
    일설하고..
    이로인해 아버지는 딸을 위해 일을 그만두었으며
    딸에게 싫은 소리 한번도 하지않았습니다.
    하지만 딸은 남자친구를 아버지보다 더 믿었으며 아버지 때문에 풀려난후에도
    남자친구를 따랐습니다.
    또한 자신의 신념과는 상관없는 듯한 행동이였습니다.
    이로인해 위험에 처해 있으면서도 자신의 잘못을 전혀느끼지 않더군요..
    보는 내내 아쉬움이 많이 남는 드라마였습니다. _-_..
    자신의 신념으로 다른이들이 해를 당한다면 그것은 좋은 일이라고도
    나쁜일이라고도 할수 없는것입니다.
    즉 세상에 옭고 그름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하고 싶네요.


    ps..
    혹자는 자신만의 PR방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겠죠..
    예슬님은 왜 경영학과에 지원하셨는지..
    그리고 무엇을 위해 일인시위를 하는지는 자신만이 알겠죠..

    • BlogIcon 세균무기

      저도 미드 매니아님과 같은 생각을 안 해 본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포스팅에서도 "공익을 위해서던, 사익을 위해서던~"이라는 단서를
      달아두었던 것이고요.
      미드 매니아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진실은 예슬님만이 알고 있겠죠.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왈가불가할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부 언론과 블로거들이 그 부분에 대해서 옮다 잘못됐다고 판단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고요.
      그 부분을 제외한 현실(사실)만 놓고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현실에서 예슬양이 한 이야기가 다 옳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공감하고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찾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언론의
      행태라고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

subm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