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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up

스타트업의 절박함과 즐거움 사이

by 세균무기 2013. 7. 27.



매달 은행권청년창업재단에서 설립한 D.Camp에서는 서비스 오픈을 앞두고 있는 스타트업들에게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대중에 공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D.Day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서비스를 공개할 수 있는 장소와 기회가 적은 스타트업들에게 가뭄에 단비같은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어제도 D.Camp에서 7월의 D.Day 행사가 있었다.

이 행사에서 5개의 스타트업들이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공개했을텐데 이 행사에 다녀온 모 신문사의 모바일팀 기자님이 자신의 SNS에 'D.Camp에 다녀오는 길. 뭔가 파이팅이 없는 분위기.'라고 적어놓으셨길래 그 이유가 궁금하여 물어보니 '그들의 PT를 보는 내내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스타트업들에게서 절박함을 느끼지 못해 적잖이 실망하셨나보다.


그 글을 보면서 스타트업을 창업 중인 나조차 너무 부끄러워서 뭐라고 댓글을 달아야할지 망설여졌다.

우리 팀 내에서 나의 역할은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서비스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직장인 서러운 순간 1위라는) 그 외의 모든 잡무 아닌 잡무를 도맡아 하고 있지만 주된 역할은 전략과 기획이다. 아닌가? 이제는 주객이 전도되었나? 앞으로 참여하는 신규 팀원들은 총무나 인사담당자로 오해하려나?!?! ㅎ

여하튼 회사의 철학과 비전을 세우고 기업이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할 것을 만들어내며 긴장감을 유지시키고 서비스의 기획과 진행상황, 완성도 등을 책임지다보니 무엇인가 새로운 일이 시작되지 않거나 일이 진행되지 않으면 불안하고 걱정이 된다.

그런데 요새 생각보다 개발이 더디고(오해할 소지가 있어 자세히 이야기하면 개발자 혼자서 개발을 도맡아 하다보니 열심히 일하는 것을 잘 알면서도 전체적인 서비스 오픈 일정이 생각보다 많이 늦어져서 드는 걱정이다.) 신규 인력에 대한 채용도 생각같이 쉽지 않고 이런저런 일들이 잘 풀리지 않다보니 스트레스는 받고 집중력은 떨어져 일이 손에 안 잡히고 있다.

그러다보니 나 스스로도 치열함, 절박함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기자님이 스타트업들의 PT를 보고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아 적잖이 실망을 했다니 어찌 부끄럽지 않을 수 있겠냐.


최근에 날씨도 덥고 일도 잘 안 풀리다보니 멤버들이 모두 웃음을 잃었는데 다다음주 월요일, 사무실 이전과 함께 좋은 동료들이 들어와 활기와 웃음이 넘치고 다시금 힘차게 바퀴를 돌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기자님께도 이야기했지만 스타트업에게 절박함도 필요하지만 절박함만으로는 생존도, 성장도, 그리고 성공도 보장할 수 없는 예측불허의 세계가 스타트업이다. 오히려 절박함만으로 유지한다면 지치고 쓰러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스타트업들에게 절박함도 필요하지만 일을 즐기는 모습이 비쳐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子曰,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論語). 

자왈, 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요지자. (논어)

- 공자가 말하길,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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