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감옥 같았던 불모의 땅, 사할린(?, 이유가 궁금하다면 이전 글을 읽어보시길 바란다.)을 떠나 모스크바행 비행기를 타고 8시간 30분을 날아 모스크바의 셰레메티예보 공항에 도착해 4시간을 대기한 다음 상트페테르부르크(이하 상트)로 다시 1시간 반을 또 날아가다 보니(쓰는 것만으로도 피곤하구나.) 시차를 고려해도 비행시간과 수속, 공항대기 등의 이유로 하루가 고스란히 날아가 버렸다. 
상트에 도착하니 저녁 9시였고 우리는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골아 떨어졌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비행기에 타자마자 8시간 반 동안 잠을 잤어야 했는데 아기들과 아이들이 너무 많이 탄데다가 이곳저곳에서 시도 때도 없이 울어데다 보니 도통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러시아의 출산율이 높은 건지 아님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다니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잠을 자지 못해 짜증이 났고 한편으론 부러웠다.
그렇게 호텔에서 일어나 보니 다음날 4일째가 되어 있었다. OTL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호텔 조식을 먹고 카운터에 가서 트윈베드를 요청했는데 더블베드를 줬다고 침대나 방 교체를 요구했는데 직원의 짜증난 표정이 역력하다.
며칠 러시아를 여행해보니 많은 러시아인들이 무뚝뚝한 데다 신경질적이고 짜증을 자주 내더라. 처음엔 문화적, 언어적인 차이에서 오는 무지에서 비롯된 오해라고 생각했는데 친절한 러시아인들을 만나보니 그런 차이는 아닌 것 같다.
관광지에서조차 안내원이나 매표소 직원에게 질문을 하거나 뭘 요청해도 짜증을 내는데 한번은 질문을 했는데 매표소 노인이 한숨을 쉬며 짜증을 내길래 면전에 한국말로 개쌍욕을 퍼부어주고 싶은 걸 간신히 참고 뒤돌아 친구를 보고 쌍욕을 했다. 
조금만 친절해도 정말 여행하기 좋은 나라, 도시 같은데...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나라를 여행해봤지만 상트는 정말 아름다운 도시임에 틀림없다.

상트의 5월 초는 덮지도 춥지도 않은 한국의 초겨울의 기온에 구름 한점 없이 햇살이 너무 눈부실 정도로 쨍해 이 도시를 걷고 있는 것 자체가 현실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고 유럽풍의 건축물은 파리를 보는 듯 했고 도시 곳곳에 수로와 강이 흐르고 배가 오가다 보니 베네치아 같은 데다 날씨는 스위스와 비슷하니 어찌 아름답지 않을 수가 있는가!

상트는 여성들이 사랑에 빠질 만한 도시라고 생각한다.

맨날 뿌연 하늘에 미세먼지만 마시다가 이렇게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도시에 있는데 아니 좋을 수가 있나!


언뜻 보면 모스크바의 성 바실리 성당 같지만 요건 피의구원성당 되시겠다. 중요한 건 두 성당 모두 예쁘다는 것이다. :)


호텔을 궁전광장 주변에 잡아둬서 여행하기엔 너무 좋았다.
오전에 카잔대성당과 피의구원성당을 둘러보고 러시아박물관 뒤편의 공원에 앉아 구름 한점 없는 푸른 하늘에서 쏟아지는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한참을 그렇게 자유와 여유를 만끽했다.

미세먼지로부터 고통 받았던 나의 눈과 폐가 정화되는 느낌이야!!!


러시아 박물관은 마침 휴일이라서 내일 다시 오기로 하고 점심을 먹기 위해 수제버거집인 씨티그릴에 가서 수제 햄버거를 주문했다. 그런데 버거의 맛도 맛이지만 일하는 여직원 두명이 눈을 뗄래야 뗄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엘프더라.
나가고 싶지가 않아! 또 와서 먹고 싶어! 아니 그냥 여기 살고 싶어~

궁전광장과 예르미타시 미술관. 날씨가 좋아서 날씨가 적당해서 이 모든 것이 좋았다!


예르미타시 미술관에서 바라본 궁전광장.


점심을 먹고 궁전광장과 예르미타시 미술관을 구경했다.
영국 대영 박물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손꼽히는 예르미타시 미술관은 궁전으로 사용된 건물답게 엄청 큰 데다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피카소, 고갱, 고흐 등의 명화를 포함하여 수많은 소장품이 전시되어 있을 정도로 수장량이 많아 며칠을 들여서 구경하고 싶더라. 주요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가면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빌려 듣곤 하는데 가이드 수준도 낮고 정보도 부족해 충분히 이해할 수가 없다 보니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이미지 검색을 통해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보며 구경하고 싶은데 항상 동행이 있다 보니 그러질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 

네바 강변에서 바라 본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예르미타시 미술관.


미술관을 구경한 다음 드보르초비 다리를 건너 아픈 다리를 좀 쉬게 하려고 로스트랄 등대 앞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고 석양에 붉게 물들어가는 상트 전경을 내려다보기 위해 급히 이삭성당으로 이동했다. 

도착하니 오후 6시가 조금 넘었다. 전망대에 올라 해가 떨어지길 기다리는데 저녁 8시가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해가 떨어지지 않는다. 바람을 피할 곳조차 없는 전망대에서 바람은 거세고 2시간을 넘게 기다리다 보니 친구가 춥고 소변도 마렵다고 계속 불평이다. 여행 출발 전에도 추우니 패딩을 챙기라 경고했고 오전에 호텔에서 나올 때도 최대한 따뜻하게 입으라 그리 강조했거늘. 결국 소변도 마렵고 춥다고 하여 8시가 조금 넘어 30분 후면 볼 수 있는 석양의 상트를 보지 못하고 내려왔다. ㅠㅠ


숙소에 돌아와 잠시 쉰 다음 카잔대성당 뒤편에 위치한 음식점 술리코에서 샤슬릭 등을 먹고 나오니 어느새 벌써 11시가 다 되었더라.
석양 무렵의 불타오르는 상트는 보지 못했지만 야경은 제대로 즐기고 싶어 수로의 선착장을 찾았는데 다들 문을 닫았더라. 결국 야경을 구경하며 걷고 또 걸어 네바 강의 드보르초비 다리까지 왔는데 마침 새벽 1시에 도개교를 볼 수 있는 배가 운영한다길래 탑승하려 했더니 친구가 싫다고 한다. 몇 번 타자고 했는데 싫다고 해서 결국 발걸음을 돌렸는데 친구의 처신을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다. 배를 타는 거니 다리가 아파서인 것도 아닐 테고 피곤해서도 아닌 것 같은데 말이지. 

석양도, 배를 타고 야경도 보지 못하니 속에서 열불이 났다. 그래서 숙소까지 서로 말없이 걸어왔다.
그리고 숙소에 도착해 물었다.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답변이 가관이다. 

유람선은 다음에 좋은 여자랑 같이 타라고 남겨준 거란다. 
내가 이 말에 감격해서 눈물을 흘려야 하는 건가? ㅡ.,ㅡ;;

배려도 이런 배려가 있나 싶을 정도로 하도 어이가 없어 친구만 아녔음 죽빵을 날려주고 싶더라.


상트의 아름다운 석양과 야경을 모두 구경하지 못한 것이다...


상트의 수로를 따라 이런 야경을 구경할 수 있었는데 못 한 것이다. OTL


혼자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요샌 혼자 여행을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어차피 여행을 다녀도 보통 내가 계획을 세우고 자금 관리부터 안내, 리딩을 다 하기 때문에 매번 여행이 피곤하고 개고생해서 준비했는데 안 따라주고 불평을 하는 경우도 잦다 보니 굳이 내가 왜 데리고 다니는지 회의감도 들고 짜증도 나더라.
그러다 보니 가끔은 나 또한 여행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고 싶다는 충동에 일부러 엉망을 만든 적도 있다. 결국 동행한 사람뿐만 아니라 내 개인적으로도 손해이기 때문에 앞으론 혼자 여행을 다니기로 몇 번을 다짐했다.


그리고 계획상으론 자전거를 빌려 타고 다니려고 했는데 알아본 카페1818이 숙소 근처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전해 걸어 다녔는데 이 점이 정말 아쉬웠다.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면 여행이 더 편하고 풍성해졌을 텐데 말이다.
그래서 상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꼭 자전거를 렌탈해서 다니시길 추천한다.
내 다리 내놔~ ㅠㅠ


그렇게 상트의 석양과 야경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아쉽고 짜증나는 마음을 맥주로 달래며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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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무기, 지구별에 흔적을 남기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유세균입니다.
법과 행정을 전공한 웹/모바일 기획자이자 PM이며, 그리고 변방의 한 블로거입니다.
IT와 Mobile, SNS 그리고 Startup에 관심이 많으며 여행과 애플 기기, 블랙아이드피스의 음악, 커피를 격하게 애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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