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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러시아] 불모의 땅, 사할린에 가다. Part 1

by 세균무기 2017. 5. 27.

정말 오랜만에 여행기를 쓰는 것 같다. 

마지막 여행기를 찾아보니 2013년 7월이었으니 거의 4년 만에 쓰는 것이다.

1년에 10번 이상 비행기를 타는 사람으로서 지난 4년 동안 프랑스, 스위스 등 유명 여행지를 포함하여 수없이 많은 여행을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4년 만에 여행기를 쓰는 이유는 그만큼 이번 여행이, 또 러시아가 특별하고 각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지치고 피곤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억력이 좋지 않은 탓에 매일 저녁마다 일기를 쓰고 잤다. 이렇게 공부를 했으면 서울대를 갔겠다.
(..는 개뿔! 그렇게 밤을 지새우며 공부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못 갔다.)

여하튼 이 일기는 남자 사람 둘이서 10박 11일에 걸쳐 사할린 > 상트페테르부르크 > 모스크바 > 사할린을 여행한 여행기이다.

마치 아메리카 신대륙을 찾아 떠나는 콜럼버스의 모습처럼 희망과 비장함 등이 엿보이는 설정샷 되시겠다.


유즈노사할린스크(이하 사할린) 공항에 도착하니 비행기 옆에 한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뭐 해외여행을 한두번 다녀본 사람이 아니니 익숙한 듯이 버스에 올라타 승객들이 빼곡하게 탈 때까지 5분 정도를 기다렸다. 더 이상 탑승이 어려울 때쯤 버스는 문을 닫고 출발했고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한 건물 모퉁이에 멈춰 섰다. 그냥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걸었어도 버스보다 일찍 도착했을 정도로 작은 공항이었다. 그리고 (나름 국제공항인데) 공항이라기 보단 시골의 버스터미널 정도되는 크기의 소박한 건물이 50여 명 정도 되는 승객을 맞았다. 

입국 수속은 요런 작은 공항은 의례 그렇듯이 빠르게 돌아가는 큰 규모의 공항과는 다르다고 강조하듯 2개의 창구에서 매우 더디고 천천히 진행되었다. 한명 당 3분에서 길게는 10분까지 소요가 되었으니 말이다. 어쩌다 보니 앞줄에 서있었기에 망정이지 뒷줄에 서있었다면 급한 한국인 성격상 짜증이 낫을 듯 싶다.

그렇게 입국 수속을 마치고 옆 방(맞다! 이건 웃자고 한 소리가 아니라 그냥 좀 큰 방 사이즈다.)으로 이동하니 캐리어들이 옹기종기 줄 세워져있더라. 컨베이어 벨트 그까짓 것 무슨 필요가 있냐는 듯. 재고가 없어 힘들게 수소문하여 간신히 인천공항 매장에서 새로 산 캐리어(A.K.A 아이언맨)는 헐크하고 한바탕 싸운 듯 온갖 스크래치로 뒤덮여 있었다. 내 아이언맨이 졌나보다... ㅠㅠ

유즈노 사할린리스크 Vs. 캐리어 아이언맨


그리고 그 방을 지나니 입국 게이트. 끝!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지만 그래도 할 건 다 한다.

우린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환전해서 쓸 생각으로 달러를 환전해 가져왔고 사할린 공항에서 달러를 조금만 환전해 사용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 아담한 공항엔 환전소가 없었다. 깔끔해도 너무 깔끔했다.

설마 그래도 국제공항인데 환전소 하나 없을까 싶어 인포메이션을 찾아 물어봤는데 진짜 없단다. 버스나 택시를 타려면 루블이 필요한데 대략 난감이더라. 결국 눈에 보이는 ATM에서 카드로 루블을 출금했다. ㅠ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씨티은행이 주거래 은행인 나로선 현지에서 잔고를 출금하는게 가장 환율이 좋았다. :)

 

그리고 한국에서 신청해 들고 온 와이파이 기기(와이파이 도시락)가 사할린에서는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하여(나중에 숙소에 도착해서 확인해보니 되더라는... 제길...) 공항에서 Prepaid SIM 카드를 사서 당분간 사용하려고 했는데 환전소도 없는데 요런 게 있겠냐며 사할린 공항은 보란 듯이 우릴 비웃었다.
인포메이션에서도 영어로 물었을 때 엄청 짜증난 듯한 러시아어로 두어 군데 연락을 하더니 어디선가 영어를 하는 분이 오셔서 환전소가 없다고 안내를 해줬는데 인터넷도 없이 예약한 Airbnb 숙소를 어떻게 찾아가지?
아~ 이번 여행은 첫날부터 러시아는 너희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생각할 수 있는 동네가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유즈노 사할린스크 : "너흰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일단 시내에 가면 SIM카드를 살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무작정 처음 보이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렇다! 우리는 유즈노사할린리스크에 두려움을 느껴 택시를 타지 못하고 버스를 탄 것이다. 택시는 눈탱이 맞기 쉽다는 이야기를 너무 자주 들은데다 전혀 의사소통이 안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버스에 몸을 싣고 일단 출발했다. 어디로 가던지 번화가만 가보자는 심산으로.

그런데 거기서 거기더라.
도대체 번화가는 어디에 있는 거야?

 

안녕! 불모의 땅, 사할린은 처음이지?


버스 안에서 아무나 붙잡고 영어로 숙소 근처에 있는 랜드마크인 가가린공원에 가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니 몇몇 러시아인들이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더니 몇 정거장 지나 우리에게 손짓으로 내리라고 알려줘 일단 내렸다.
내려보니 여긴 어디지? @.,@;; 
황량한 벌판에 던져진 어린 양의 심정이 이럴까?
(WOW! 1렙으로 접속했는데 불모의 땅, 크로스로드에 던져진 기분이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마트 하나 없고 SIM카드를 살 곳은 어디 하나 보이지 않았다.
해는 뉘엿뉘엿 기울어가고 있는데.

아주 드문드문 지나다니는 택시를 일단 무작정 잡았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캡쳐를 해놓은 숙소 약도 사진을 택시기사에게 보여주며 손짓으로 가리켰는데 택시기사는 러시아어로 우리에게 계속 뭐라고 하는데... 뭐라는 거야?
자고로 일단 말이 통하지 않으면 (얼라다~!) 스킬을 넣어야 하는건데... 어떤 스킬을 넣지?!?!

그런데 택시기사 옆좌석에 태블릿이 놓여있길래 그것을 가리키니 택시기사가 건네주더라. 오! 주여~
지도를 띄워 기억하고 있던 숙소 위치를 찍었더니 손짓으로 타란다. 인터넷에서 택시를 탈 땐 꼭 협상을 하고 타라고 한 글이 기억나 얼마냐고 물었더니 300루블을 달라고 한다.

사실 공항에서 숙소까지 택시요금이 약 400~500루블 정도 나온다고 Airbnb 호스트가 미리 알려줬고 지금 이 상황에선 1,000루블을 달라고 해도 줬을 상황이었기에 조금 과하지만 연신 '쓰빠씨바-ㄹ'(당신에겐 인사겠지만 나에겐 중국어와 한국어 조합의 욕일지도...)를 외치며 택시에 올라탔다.
그렇게 5분 정도를 달려 숙소 주변에 도착했고 100루블 정도면 충분했을 거리였다.


그런데 내려서 주위를 살펴보니 옹기종기 모여있는 집들이 비슷하다. 도대체 우리 숙소는 어디지?

이건 '월리를 찾아라!'도 아니고 이 비슷비슷한 집들 사이에서 어떻게 숙소를 찾는담. ㅠㅠ

망연자실한 상태에서 기억을 되뇌며 한 블록으로 들어갔는데 한 남자가 집 밖으로 나오더니 우릴 보며 씩 웃는다.

그가 바로 우리가 머물 숙소의 호스트, Ilya였다. 오! 신이시여~
듣자하니 도착할 예상시간을 한참을 넘겨 걱정이 되서 국제전화로 전화도 해보고 계속 기다리고 있었는데 자동차의 진입이 빈번하지 않은 동네인데 자동차 소리가 들려 우리인 줄 알았다고 한다. (이 고마운 말이 얼마나 잔인하고 무서운 이야기였는지는 내일에서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일리아와 로자, 그리고 두살배기 귀여운 딸이 함께 살고 있는 러시아 가정집에서 이틀을 머물 수 있었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샤워를 한 후에 침대에 누워 여기까지 온 과정을 되새겨보니 정말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운이 더럽게 좋았던 것 같다. 될 놈은 된다고... ㅋ


앞으로 러시아에서의 10일이 여러모로 참 흥미진진할 것 같아 기대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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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우리만의 착각이었다.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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