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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빌어먹을 엘리트주의

by 세균무기 2017. 3. 16.


얼마 전 겪었던 일이다.
한 SNS에서 캡처된 PPT 한 장을 놓고 댓글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었다.
댓글을 쭉 읽어보니 이미지로 채워진 PPT 한 장을 놓고 좋은 학벌과 직장을 가진 소위 엘리트라는 양반들이 무수한 전문용어와 영어를 쏟아내며 PPT의 내용이 잘못되었다고 비난을 하고 있었다.

지극히 엘리트주의에 빠진 꼰대가 아닐 수 없다. (요샌 진지충, 설명충이라 부르더라.)

한장의 PPT는 텍스트를 최대한 자제하고 이미지를 통해 일반 대중에게 어려운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려진 게 뻔해 보였다.
그런 PPT에 댓글로 문제라고 지적하며 써놓은 긴 내용과 영어 투성이인 전문용어를 써놓으라고?
솔직한 심정으로 댓글로 한마디 써주고 싶었다.

'집에 가서 논문이나 쓰세요!'


나는 서비스기획자다.
서비스 기획자로서 많은 실패를 경험했고 그런 경험에서 항상 경계하고 반성하고 자책하는 것 중 하나가 기획자의 머리로 기획하되 대중의 눈으로 기획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기능, 정말 멋지고 화려한 UI/UX는 인터넷에서 조금만 검색해봐도 너무 쉽게 찾을 수 있고 나 자신과 동료들, 주로 IT종사자인 지인들로부터 이런 멋진 것을 적용해야 한다는 유혹을 끊임없이 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멋진 걸 몰라서 적용하지 않는 게 아니다.

'일반 사용자들이 정말 원하는 서비스와 기능일까?'
'일반 사용자가 정말 편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며 취사선택하고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사실 더 힘들고 어렵다.
나 혼자 쓰려고, IT종사자들만 쓰려고 만드는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얼마전 유투브에서 한 동영상을 보았다.


UK News의 한 기자가 왜 클린턴이 아닌 트럼프가 당선되었는지, 왜 우파가 전 세계에서 득세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한 동영상이다.
그리고 그 이유를 좌파 엘리트주의에서 찾고 있다.
우파는 조롱의 대상이 되었고 자신이 우파라는 사실을 공공연히 밝히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좌파가 시대적인 트렌드, 즉 대세가 되었고 좌파가 더 똑똑하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깔리면서 우파와 대화와 토론을 잃었다는 게 기자의 요지였는데 보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더라.


인터넷과 SNS의 사용이 대중화되면서 모두가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표현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제아무리 언론과 여론조사로 선동을 해도 그게 먹히지 않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제 과거와 달리 세상은 똑똑한 소수의 엘리트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이 아닌 일반 대중의 참여에 의해 만들어가는 시대가 되었는데 그 대중과 대화와 토론, 설득을 하려 하지 않는다고?


Bullshit! (차마 한국말로 욕설을 쓰고 싶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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