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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첫사랑의 가슴 아픈 기억, 건축학개론.

by 세균무기 2012. 6. 8.

최근 첫사랑의 가슴 아픈 기억을 소재로 한 영화 '건축학개론'을 늦게나마 보게 되었다. 

그러나 영화 '건축학개론'을 이야기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고 내 사랑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영화 '건축학개론'을 보고 있자니 가슴 속 깊이, 심연 속에 꾹꾹 짖누르고 있던, 아니 외면하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던 기억의 파편들이 봇물처럼 수면으로 떠오르더니 급기야 왈칵 눈물을 쏟고 말았다. 작년에 건축학개론을 봤다면 이렇게까지 감정이입을 하진 못 했을테고 또 보면서 눈물을 왈칵 쏟지는 않았을텐데 현재 내 처지에서 보고 있자니 너무 감정이입을 하고만 것이다.


건축학개론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현재 싱글인 내가 많지도 적지도 않은 33살의 나이를 먹는 동안 첫사랑은 누구였고 이제까지 몇 번의 사랑을 했냐고 누가 묻는다면 과연 나는 첫사랑이 누구였고 몇 번의 사랑을 했다고 답변을 할까?


누군들 짝사랑과 사랑의 경험이 인생에 한두번쯤은 있을테고 그 사랑 중 결국 골인한 경우는 대부분 한번이고 나머진 단지 가슴 아픈 또는 가슴 떨리는 추억으로만 남을 것이다. 나 또한 33년을 살면서 짝사랑과 사랑을 여러 차례 경험했지만 현재까지 사랑으로 기억되고 평생 간직할 것 같은 사랑은 딱 2번이였던 것 같다. 

이 외에 나와 사랑을 했다고 기억하고 소중한 추억으로 남긴 분이 계신다면 정말 죄송할 따름이다. 하지만 그렇진 않을 것 같다. 너무 치기 어린 시절 한달 내외의 잠깐의 만남을 가졌던 것을 진정한 사랑으로 기억하는 분은 많지 않을테니.


여하튼 두번의 사랑 모두 군대를 전역하고 복학한 대학교 2학년 이후 시작되었다. 다른 사람에 비해 늦게 시작한 사랑이였고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사랑에 대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도 서툴렀지만 더 큰 문제는 어떻게 헤어지고 어떻게 헤어짐에 대처를 해야하는지였다.

첫사랑은 내가 대학교 2학년, 23살 때 시작해 작년 말이였을까, 올해 초였을까 나의 잘못 끼운 첫단추로 인해 전체적으로 흐트러져 버린 옷맵시처럼 어영구영 헤어짐을 맞았다. 즉 10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 했는데 나의 잘못과 무책임함으로 인해 평생을 후회할 헤어짐을 맞이 한 것이다. 

두번째 사랑은 첫사랑이였던 여성과 만나면서 중간에 바람을 피우다 첫사랑과 헤어지고 잠시 사귄 여성분이였다. 물론 얼마 사귀지 못하고 첫사랑에게 돌아갔다.

여하튼 두번째 사랑은 여성분이 먼저 사귀자고 하고 헤어지자고 이야기를 해줘서 큰 문제가 없었지만, 감정처리에 미숙하고 헤어짐에 대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첫번째 사랑과는 헤어진다는 현실을 미루고 외면하다 또 한번의 죄를 저질러버린 것이다. 헤어짐과 용서에는 타이밍이 참으로 중요한데. 헤어진다는 것은 물론 헤어질 것이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그런 상황을 맞이하니 나도 모르게 현실을 부정하고 회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곤 10년을 사귄 첫사랑과 결국 헤어지고 평생의 죄인으로 남아버렸다.

때문에 영화 '건축학개론'을 보면서 감정처리에 어설픈 풋풋한 연애를 하는 승민과 서연에서, 그리고 마지막에 가슴 아픈 결말을 맞이하는 그들에게서 내 자신을 발견하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폭발해버린 것이다.


앞으로 내가 몇 번의 연애를 더 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나이에 많아봐야 한두번이지 않을까 싶은데 이런 적지 않은 나이에 오랫동안 사귀며 남긴 가슴 아픈 첫사랑의 추억과 감정은 평생 잊지 못하고 그리움과 안타까움에 가슴 저리고 아파할 것 같다. 첫사랑의 기억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건축학개론을 보면서 감정이입을 하고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을 들으며 공감하고 눈물 흘릴 수 있는 감정과 추억을 처음으로 가지게 된 것 같다. 

물론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시간을 되돌려서라도 잘못된 단추를 다시 끼우고 싶지만...



남들도 모두 나와 같겠지. 

헤어짐에 눈물 흘리고 가슴 아파하고...


마지막으로 가슴 뛰고 설레이는 사랑이란 감정을 알려준 그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그리고 이런 블로깅 자체가 불쾌하셨다면 진심으로 미안하고 죄송하다.


가슴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세균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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